[코로나19 석달] 달라진 일상-'복면가왕'? 마스크 전성시대
[코로나19 석달] 달라진 일상-'복면가왕'? 마스크 전성시대
  • 권오섭 기자
  • 승인 2020.04.10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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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접촉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 착용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가까이 '사회적 거리두기'
한 번 사용한 마스크를 다시 사용하려고 햇살 아래 걸어두고 있다. 권오섭 기자
한 번 사용한 마스크를 다시 사용하려고 햇살 아래 걸어두고 있다. 권오섭 기자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마스크를 쓴 채 여성 혼자 일하는 미용실서 금품 빼앗은 복면강도. 8일 만에 검거….” 지난달 11일 광주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과거 마스크는 복면강도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많이 사용하던 수단이었다. 법정 출두를 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도 이런 목적으로 마스크를 많이 이용했다. 최근에는 황사나 미세먼지로 인하여 외출을 할 때도 사용해왔다.

“마스크 구매 긴 행렬, 마스크 5부제, 공적마스크 구매 1주일 1인당 2매 제한, 중복구매 확인시스템 구축, KF94, KF80 마스크….

마스크 구입 5부제 실시 후 경북의 한 우체국 앞에서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다. 권오섭 기자
마스크 구입 5부제 실시 후 경북의 한 우체국 앞에서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다. 권오섭 기자

 

요즘처럼 일사불란하게 전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적은 없다. 누구 할 것 없이 얼굴에 한 겹의 장막을 더 두르고 거리로 나선다.

코로나19 사태의 현실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은 ‘얼굴 없는’, 즉 비대면 사회의 등장이다.

또 다른 풍경은 동네 어르신들이 모이는 경로당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동네 소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동네 어르신들이 동네 소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2월 19일부터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관내 경로당을 잠정 폐쇄하오니 어르신들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대구광역시 북구.”

현관 앞에 이런 안내문이 붙은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매일 경로당에 모여 얼굴을 봐왔던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그러나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마음으로 하루빨리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모습이다.

“한마디로 너무 답답하죠. 집 안에만 있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어디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잖아요. 언제까지 이럴지….” “나이 80이 넘도록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어요. 나이 든 우리도 힘든데 젊은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봄 햇살 가득한 따뜻한 벤치에 두서너 명의 어르신들이 오랜만에 얼굴을 본 듯 담소하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공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화투놀이를 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가끔은 밖에 볼일이 있으면 식사라도 하고 오던 바깥양반이 코로나 때문에 집안에 주로 있다 보니 삼시세끼 식사 챙기기가 여간 버겁지가 않아요.” “해마다 이맘때쯤 계에서 가까운 곳에 가 봄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었는데, 올해는 이러다 보니 모임은 서로 말도 꺼내지 않네요.” “한 달에 한 번씩은 서울에서 아들이나 며느리, 손자가 꼭 오는데 조용해 질 때까지는 발걸음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어르신들의 한숨 속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상의 변화를 겪는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동네 소공원에 나와 운동하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 공원에 설치된 전신운동달리기, 허리돌리기, 양팔크게돌리기, 파도타기, 윗몸일으키기 등 기구들을 번갈아가며 운동하는 어르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집 안에 있는 것도 한계가 있어 마스크 끼고 옷도 단디 챙겨 입고 동네를 걷고 있어요. 한 바퀴 돌고 나면 처음에는 좀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이게 낙입니다. 다른 사람도 요즘 시간 보내는 것이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겁니다.” “운동기구 이름도 뭔지 잘 모르고 처음에는 하는 방법도 잘 몰랐지만, 옆에서 하는 사람 지켜보다가 따라 하고 있습니다. 종류가 좀 되니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지난 1월 20일 우리나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타난 이래, 2월 18일 대구의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대구경북의 확진자 수가 폭증했다. 최근 들어 그 수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코로나19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사회적거리 2m두기, 발열 또는 기침 시 출근 안 하기, 종교·유흥·체육시설 등 이용 자제, 불가피한 경우 방역지침 준수 등 가족과 동료를 지키는 ‘멈춤운동’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마스크로 하나가 되었다. ‘비대면(언택트) 의사소통’이 아직은 적응하기에 어색하다. 비대면 관계가 대인관계와 사회·경제생활 등 여러 곳에 넓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마스크와 비대면이 코로나19를 막아줄 최고의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의 뇌리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김성호 영남대학교 병원장은 “사람과 접촉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 착용을 하고, 깨끗한 위생과 건강한 면역 상태, 사회적 격리를 유지하고, 점막 주위를 만질 때에는 반드시 손소독과 손세척을 할 것”을 당부했다. 김 병원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이긴다! 대구는 이긴다! 반드시 이긴다! 바이러스를”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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