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설화의 인물 '연오랑', '세오녀'가 포항 '동해명주'에서 다시 탄생했다
'삼국유사' 설화의 인물 '연오랑', '세오녀'가 포항 '동해명주'에서 다시 탄생했다
  • 오주석 기자
  • 승인 2020.04.06 11: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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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대표막걸리 '영일만친구'와 '연오랑, 세오녀' 탄생 비화
'동해명주' 양민호 대표가 들려주는 막걸리 이야기

"신라에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연오가 바다에 가서 일하다가 갑자기 바위에 실려 일본으로 떠내려갔다. 일본 사람들이 이를 보고 귀인이라 믿어 일본의 왕으로 삼았다. 세오는 남편을 찾으러 갔다가 남편의 신발을 발견하고 그 바위에 오르니 바위가 역시 세오를 일본으로 싣고 갔다. 이를 보고 사람들이 왕인 연오에게 아뢰어 세오는 일본의 왕비가 되었다.

이후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일관이 일월의 정기가 일본으로 갔기 때문이라 하여 일본에 가서 이 부부를 데려오고자 했지만 연오는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은 하늘의 명이니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세오가 짠 비단을 전해 주며 이것으로 제를 지내라 했다. 그 말대로 제사를 지내니 해와 달이 예전과 같아졌다고 한다.

그 비단을 어고에 두어 국보로 삼고 그 창고를 귀비고라 하였으며, 제사를 지내던 곳을 영일현(迎日縣) 또는 도기야(都祈野)라고 하였다." (삼국유사 제1권 기이편)

일연이 쓴 '삼국유사' 중 연오랑세오녀 영인본. 규장각소장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 중 연오랑세오녀 영인본. 규장각소장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설화의 주인공  ‘연오랑’ ‘세오녀’가 설화의 발상지인 포항에서 '동해명주'라는 전통도가의 막걸리로 2020년 2월 출시되면서 화제를 몰고 왔다.

포항 지역에서 생산한 쌀로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주당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드라이한 맛을 낸 것이 이 술의 특징이다. ‘연오랑’은 알코올 도수 12도이며 ‘세오녀’는 6도의 술이다.

두 술을 섞어서 9도로 마시면 더욱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동해명주' 양민호 대표의 귀띔이다.

동해명주에서 최근 출시한 탁주 '연오랑'과 '세오녀'. 오주석 기자
동해명주에서 최근 출시한 탁주 '연오랑'과 '세오녀'. 오주석 기자

 

'동해명주'라는 전통도가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에 있다. 1955년 마을 이름인 도구리에서 '도구양조장'으로 출발하여 ‘동해양조장’을 거쳐 현재 동해명주가 되기까지 65년 동안 오직 막걸리만을 제조해 온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막걸리의 명가이다.

포항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막걸리 명가인 '동해명주' 전경. 오주석 기자
포항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막걸리 명가인 '동해명주' 전경. 오주석 기자

동해명주는 양민호 대표의 부친인 양수길 씨가 1985년 '도구막걸리' 양조장을 인수한 후 끊임없는 품질 향상과 연구 개발을 통해 양질의 막걸리을 생산하면서 포항을 대표하는 양조장으로 올라섰고, 2016년에는 공장장으로 일하던 양민호 씨가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동해명주 양민호 대표. 동해명주 제공
동해명주 양민호 대표. 동해명주 제공

 

'동해명주' 양민호 대표를 만나 최근 출시한 '연오랑'과 '세오녀'를 비롯한 막걸리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동해명주'에서 생산하고 있는 술은?

▶밀 막걸리로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도구막걸리’, 산·학 협력으로 탄생한 우뭇가사리를 넣은 ‘영일만 친구’, 그리고 쌀알이 동동 뜬 포항 최초의 100% 쌀막걸리 ‘동해동동주’, 최근 출시한 ‘연오랑’과 ‘세오녀’까지 5종의 술을 생산하고 있다.

동해명주에서 생산하는 술. 동해명주 제공
동해명주에서 생산하는 술인 '동해동동주, 도구막걸리, 영일만친구'. 동해명주 제공

 

- ‘영일만친구’라는 술도 출시 당시 주목을 받았는데

▶ '영일만친구‘ 막걸리는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포항 쌀로 빚은 막걸리이다. 대중가요 '영일만친구'로도 유명한 영일만은 포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지명이기도 하다.

'영일만친구’ 막걸리는 2009년 포항시청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연구 개발, 동해명주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민, 관, 산학이 협력하여 스타 브랜드를 만든 대표적인 대한민국 성공사례이다. 100% 포항 쌀로 빚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우뭇가사리가 첨가된 제품이다.

동해명주에서 생산하는 '영일만친구'는 포항시가 브랜드, 포항공대는 연구개발, 동해명주에서 생산하는 관.학.산 협력으로 탄생했다. 동해명주 제공
동해명주에서 생산하는 '영일만친구'는 포항시가 브랜드, 포항공대는 연구 개발, 동해명주에서 생산하는 민.관.산학 협력으로 탄생했다. 동해명주 제공

 

- 동해명주의 자랑을 해달라.

▶ '동해명주'는 포항시 막걸리 업계 독보적 1위로 맥주공장 수준의 최첨단 현대적 시설과 생산설비를 완비하고 2017년에는 경상도 막걸리 제조업계 최초로 HACCP(해썹) 인증을 받았으며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 우수관리업체로 지정된 최고의 막걸리 생산 회사이다. 그리고 포항에서 수확한 질 좋은 쌀을 연간 40t가량 구입하여 술 만드는 데 쓰고 있는 등 지역 사회와 상생협력을 하고 있다.

 

- 술(막걸리) 제조 과정에 특별한 점이 있나?

▶ 우선은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 환경오염이나 가축 폐사 등의 유입이 우려되는 지하수보다는 깨끗하고 위생적인 수질을 확보하기 위해 월 수십만 원의 비용을 추가로 들여 상수도를 한 번 더 필터링(정수시스템)한 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식품 원재료부터 최종소비자가 마시는 완제품까지 각 단계별로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위해요소가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조 방법 등을 표준화하였다. 또한 수십 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은 그 어느 양조장도 이론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경지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 신제품 ‘연오랑’과 ‘세오녀’의 출시 배경은?

▶ '삼국유사'에도 실린 포항 동해면의 유명한 설화인 '연오랑, 세오녀'를 상징하는 제품 하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 기획하고 디자인한 완성품을 더 갈고 다듬어 출시 준비를 하였고, 동해면에서 자율방범대와 향토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애향심이 고취되어 출시 의지를 더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감미를 전혀 하지 않은 순수 쌀로만 맛을 낸 막걸리를 출시하여 포항에도 무감미료 막걸리라는 좋은 술이 있고, 더군다나 '포항시 동해면 같이 유서 깊은 동네의 가장 오래된 양조장에서 이런 술을 만들어 낼 수 있구나!'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출시를 꼭 해야만 했다.

또한 포항에서도 바닷가에 위치한 유일한 양조장으로서 바다 음식인 생선회와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는 막걸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드라이하고 감칠맛 나는 막걸리를 생산하여 보급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실제로 흰살 생선에는 6도 '세오녀' 탁주가, 붉은살 생선이나 포항의 대표인 과메기에는 '연오랑' 탁주가 잘 어울린다는 테이스팅 결과도 있다.

'연오랑'과 '세오녀' 출시 배경을 설명하는 '동해명주' 양민호 대표. 오주석 기자
'연오랑'과 '세오녀' 출시 배경을 설명하는 양민호 '동해명주' 대표. 오주석 기자

 

-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막걸리의 좋은 점은?

▶ 감미료가 몸에 나쁘다는 근거는 없다. MSG도 마찬가지로 음식의 맛을 보완해주며 설탕이나 소금의 양을 줄여주기까지 하는 것이 감미료와 MSG의 역할이다.

하나 심리적으로나마 그런 재료들을 피하게 되는 고객을 위해 감미료 무첨가 제품을 선보여 주는 것이 또한 막걸리라는 음식을 오래 만들어온 자의 소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완성된 수십 개의 무감미료 막걸리 레시피 중 기존 '동해명주' 막걸리 맛과 차별화된 그리고 시중에 찾아보기 힘든 막걸리의 맛을 꺼내 들었다.

그것이 '연오랑, 세오녀' 두 가지 막걸리이다. 드라이한 맛! 이보다 더 드라이한 막걸리는 없다고 자부할 드라이한 맛을 구현해 냈다. 그로 인해 어느 안주와도 곁들일 수 있는 막걸리가 탄생한 것이다.

 

- 통상 알코올 5~6도 정도의 낮은 도수 막걸리가 주목받고 있는데, 알코올 12도의 '연오랑'은 막걸리로서는 너무 독하지 않나?

▶ 알코올 15도 정도 되는 진땡이(원주의 경상도식 표현)를 찾는 분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15도의 제품을 출시할까도 생각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출시 가치가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많은 도수 중 12도의 막걸리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구수함과 드라이함을 두루 섭렵한 도수라는 것을 테이스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한 드라이한 맛으로 칭찬받으며 12도의 ‘연오랑’ 탁주만 찾는 분들이 꽤 늘어났다. 그리고 6도의 ‘세오녀’ 탁주는 가볍게 알코올 느낌을 받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도수로서 정하게 되었다.

만일 12도의 막걸리가 독하게 느껴지고 6도의 막걸리가 약하게 느껴진다면 두 막걸리를 블랜딩(혼합)하여 9도를 만들어 마시는 것도 하나의 재미와 맛을 더해준다. 또한 ‘연오랑’과 ‘세오녀’의 재회라는 설화적 의미에서도 매력이 있을 듯하다.

 

- 막걸리와 탁주는 다른 술인가?

▶ 막걸리는 마구 걸렀다 또는 지금 막 걸렀다는 의미로 붙여진 우리말 이름이고, 탁주는 흐릴 탁(濁)자를 쓴 흐리고 탁한 술이라는 뜻의 한자 이름이다. 결국 두 술은 같은 술이며 우리나라 술의 법적 기준이 되는 주세법상의 이름은 탁주로 명명되어 있으며 제품명에 'OO 막걸리'라 표기하는 것도 허용되어 있다. 반대로 맑을 청(淸)자를 쓴 청주는 맑은 부분만 떠낸 반대개념의 술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 양민호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막걸리는 어떤 술이며 또 막걸리에 관한 철학은?

▶ 비싸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위생적인 설비와 표준화된 제조 방법으로 만든 술이 좋은 막걸리라면 하루 아침에 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싼 가격으로도 팔리지 않겠는가? 하나 그것은 막걸리를 만드는 자의 생각인 듯하다. 그 재료를 넣는 이유가 불분명하고, 그 맛을 구현해 낸 이유가 불분명하다면 그건 순전히 장사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 따위에 불과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그것 하나 분별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의 메이저 양조장에서 만드는 막걸리가 왜 손이 더 많이 가고 좋은 병에 담긴 막걸리보다 더 많이 팔릴까에 대한 단순한 비판을 하는 것은 오랜 기간 쌓여 온 그들의 이유들을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다.

 막걸리는 민족의 애환과 함께한 전통 술이기에 사람의 애환을 얼마나 보듬어 주었느냐, 사람의 즐거움을 얼마나 함께 해주었느냐? 등의 감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만드는 껍데기뿐인 술을 내놓으면서 왜 안 팔리는지, 마케팅이 부족한지를 고민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술을 마시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준비가 되었느냐 하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그 마음이 통했을 때 비로소 좋은 막걸리를 만들고 있노라고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동해명주'의 성장 비결과 향후 경영 방침를 말해 달라.

5살 때부터 시작된 막걸리 양조장의 일, 노동... 어린 시절 집의 모습은 순전히 일과 노동, 부지런함의 연속이었다. 무리할 정도로 고도의 피로감이 동반된 하루하루 부모님의 일상들은 쉽게 글로 표현할 수 없다. 그때 어린 심정이었지만 겨울이 그렇게 싫었다. 종일 장갑과 장화를 벗지 못했던 부모님이 새벽에 두 번이나 잠자리에서 일어나 발효실의 연탄을 갈러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부모님에 이어 2대째 연속되는 나의 모습이 되었다. 단순히 노동으로 일관된 모습을 이어받았다기보다 왜 부지런함이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에 언제든 성장과 결과로서 답해주는 전쟁터 같은 사회에서의 진리는 '동해명주'를 놓을 수 없게 했으며 지금도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성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해주고 있다.

이런 성실한 모습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거기에 플러스해서 효율적이고 개선된 최신예의 양조장을 갖는 것이 목표다.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더 깔끔하고 효율적인 결과를 낳되 절대 그간의 정성과 맛의 퇴화는 있을 수 없는 기업의 모습, 기업의 가치를 이어나가 영원히 역사 속에 없어지지 않고 존속되는 양조장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당연히 포항지역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막걸리 명가로 발전하고 싶다.

동해명주 생산 공장앞 트릭아트에서 포즈를 취한 양민호 대표. 오주석 기자
동해명주 생산 공장 앞 트릭아트에서 포즈를 취한 양민호 대표. 오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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