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한스 로슬링 외 '팩트풀니스'
[장서 산책] 한스 로슬링 외 '팩트풀니스'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03.30 22:1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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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사실을 바탕으로 세계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담은 교양 인문학서이다. 저자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은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이며 테드(TED) 최고의 스타강사이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에서 통계와 의학을, 인도 벵갈루루 성요한의과대학교에서 공중 보건을 공부했으며, 웁살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올라 로슬링(Ola Rosling)과 안나 로슬링 뢴룬드(Anna Rosling Rönnlund)는 한스 로슬링의 아들과 며느리다. 옮긴이 이창신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전공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은 세계에 관한 13개의 문제로 독자의 지식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 20% B: 40% C: 60% 2.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A: 저소득 국가 B: 중간 소득 국가 C: 고소득 국가 3.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등의 문제이다. 정답은 1.C 2.B 3.C이다. 기자는 13문제 중 2문제를 맞췄다. 정답률 15%, 세계 평균은 16%이다. 침팬지가 보기 셋 중 정답을 고를 확률은 33%이다.

사람들이 위와 같은 질문에 극적이고 부정적인 답을 하는 이유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 탓이다. 이 책은 극적인 세계관을 가져오는 10가지 본능으로 세계를 보는 것을 지양하고, 팩트(Fact,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가질 것을 주장한다.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사실충실성이란 의미이다.

1. 간극 본능(The Gap Instinct)

우리에겐 모든 것을 서로 다른 두 집단, 나아가 상충하는 두 집단으로 나누고 둘 사이에 거대한 불평등의 틈을 상상하는 거부하기 힘든 본능이 있다. 세계 모든 나라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나누고 ‘저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를 떠올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러 나라를 두 집단으로 나누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현재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소득수준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 하루 소득수준 2달러 미만인 국가, 2단계: 하루 소득수준 2달러 이상 8달러 미만인 국가, 3단계: 하루 소득수준 8달러 이상 32달러 미만인 국가, 4단계: 하루 소득수준 32달러 이상인 국가. 우리나라는 4단계 국가이다. 하지만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 대부분은 아직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이야기는 간극을 말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이야기는 별개의 두 집단이 서로 간극을 두고 존재하는 그림을 가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사실은 인구 대다수가 존재한다.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다수를 보라.

(1) 평균 비교를 조심하라: 분산을 살펴본다면 겹치는 부분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면 둘 사이의 간극 따위는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2) 극단 비교를 조심하라: 국가로 보나, 사람으로 보나 어느 집단이든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이 어느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아울러 그 차이가 심각하게 불공평할 때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사람들은 흔히 간극이 존재하려니 생각하는 중간층에 사실은 다수의 사람이 존재한다. (3)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각: 위에서 내려다보면 시야가 왜곡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모든 게 다 똑같이 작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 부정 본능(The Negativity Instinct)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주목하는 성향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좋지 않은 일에 대한 소식을 듣기는 쉽다. 하지만 좋은 일을 알기란 어렵다. 세계를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음의 통계들을 봐야 한다.

(1) 줄어드는 나쁜 것 16가지: 합법적 노예제, 기름 유출, 값비싼 태양광 패널, HIV 감염, 아동 사망, 전쟁 사망, 사형, 유연 휘발유, 항공기 사고 사망, 아동 노동, 재난 사망, 핵무기, 천연두, 매연 입자, 오존층 파괴, 굶주림

(2) 늘어나는 좋은 것 16가지: 새로 나온 영화, 자연보호구역, 여성의 투표권, 새로 나온 음악, 과학(연간 발표하는 학술 논문), 작황, 탈문맹, 올림픽, 아동과 청소년의 암 생존율, 여학생, 관찰대상 종, 전기 보급, 휴대전화, 물, 인터넷, 예방접종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뉴스는 부정적 면을 보도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점점 좋아져도 그것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변 세계에 대해 항상 지나치게 부정적 인상을 받기 쉽고, 이것이 대단한 스트레스가 된다. 부정 본능을 억제하려면 나쁜 소식을 예상하라.

(1) 나아지지만 나쁘다: 현 수준(예: 나쁘다)과 변화의 방향(예: 좋아진다)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라. 상황은 나아지는 동시에 나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2)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안 된다: 좋은 소식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뉴스는 거의 항상 나쁜 소식이다. 나쁜 소식을 볼 때면, 같은 정도의 긍정적 소식이었다면 뉴스에 나왔을지 생각해보라. (3) 점진적 개선은 뉴스가 안 된다: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중에 주기적으로 작은 문제가 나타난다면, 전반적 개선보다 그 문제를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4) 뉴스에 많이 나온다고 해서 고통이 더 큰 것은 아니다: 나쁜 뉴스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 (5) 장밋빛 과거를 조심하라: 사람들은 유년의 경험을, 국가는 자국 역사를 곧잘 미화한다.

3. 직선 본능(The Straight Line Instinct)

인구 성장이나 그 밖의 다른 상황에서 항상 직선을 상상하는 본능이다.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이야기는 도표의 선이 계속 직선으로 뻗어나가리라 단정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선은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직선 본능을 억제하려면 세상에는 다양한 곡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1) 직선이라고 단정하지 마라: 많은 추세가 직선보다는 S자 곡선이나 미끄럼틀 곡선, 낙타 혹 곡선, 2배 증가 곡선으로 진행된다. 생후 6개월까지의 성장 속도를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는 아이는 없으며, 그러리라 예상하는 부모도 없다.

4. 공포 본능(The Fear Instinct)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워하는 것을 물어보면 거의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대답이 네 가지 있다. 뱀, 거미, 높은 곳, 그리고 좁은 공간에 갇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수긍할 만한 대답이 길게 이어진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바늘, 비행기, 쥐, 낯선 사람, 개, 군중, 피, 어둠, 불, 익사 등등. 이런 두려움은 우리 뇌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진화와 관련된 명백한 이유가 있어서, 우리 조상은 신체 손상, 감금, 독에 대한 두려움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졌다.

언론은 사람들의 공포 본능을 이용하려는 욕구를 억제하기 어렵다. 주의를 사로잡는 데는 공포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주목을 끄는 이야기는 여러 종류의 공포를 동시에 촉발하는 것일 때가 많다. 이를테면 납치나 항공기 사고는 위해의 공포와 감금의 공포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한때 우리 조상의 생존을 도왔던 공포가 오늘날에는 언론인을 먹여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사실충실성은 지금 우리가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폭력, 감금, 오염을 두려워하는 자연스러운 본능 탓에 우리는 그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한다. 공포 본능을 억제하려면 위험성을 계산하라.

(1) 무서운 세계-공포 대 현실: 세계는 실제보다 더 무서워 보인다. 우리는 주목 필터나 언론에 걸러진 무서운 것을 보고 듣기 때문이다. (2) 위험성=실제 위험×노출: 어떤 대상의 위험성은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 위험과 그것에 노출되는 정도를 합쳐 결정한다. (3) 실행하기 전에 진정하라: 두려움을 느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공포가 진정될 때까지 가급적 결정을 유보하라.

5. 크기 본능(The Size Instinct)

사람들은 비율을 왜곡해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비율을 왜곡하는 것, 다시 말해 크기를 오판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이다. 숫자 하나만 보고 그 중요성을 오판하는 성향도 본능이다. 언론은 이러한 본능의 친구다. 주어진 사건, 사실, 수치를 실제보다 더 중요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언론인의 직업적 의무에 가깝다.

크기 본능은 부정 본능과 더불어 세상의 발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세계 인구와 관련한 여러 비율 중에 기본 욕구를 충족하여 사는 사람의 비율을 물으면, 대부분 일관되게 약 20%라고 답한다. 하지만 정답은 80%다. 예방접종을 받는 아이의 비율은 88%,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85%, 초등학교를 나온 여자아이의 비율은 90%다. 그러나 자선단체와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이는 숫자를 고통받는 개인의 모습과 함께 끊임없이 보여주다 보니 사람들은 왜곡된 시각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다른 모든 비율과 발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한다.

사실충실성은 크든 작든 그 수가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달랑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 수를 관련 있는 다른 수와 비교하거나 다른 수로 나눴을 때 정반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크기 본능을 억제하려면 비율을 고려하라.

(1) 비교하라: 큰 수는 항상 커 보인다. 수치가 달랑 하나만 있으면 오판하기 쉬우니 의심해야 한다. 항상 비교하라. 어떤 수로 나눠보면 더 없이 좋다. (2) 80/20: 여러 항목을 나열한 긴 목록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중 가장 큰 항목 몇 개를 찾아 그것부터 처리하라. 그 몇 개가 나머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중요할 가능성이 높다. (3) 나눠라: 총량과 비율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비율이 의미가 더 크다. 크기가 다른 집단을 비교할 때는 더욱 그렇다. 특히 국가 간, 지역 간 비교에서는 1인당 수치를 구해보라.

6. 일반화 본능(The Generalization Instinct)

사람은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성향이 있다. 무의식중에 나오는 성향이지, 편견이 있다거나 깨우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일반화 본능은 이 책에서 언급한 모든 본능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왜곡할 수 있다.

이번에도 언론은 이런 본능의 친구다. 엉터리 일반화와 고정관념은 언론이 일종의 속기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빠르고 쉽게 소통하는 방법이다. 요즘 신문에 나오는 전원생활, 중산층, 슈퍼맘, 조직원 등이 그러한 예에 속한다. 간극 본능은 세상을 ‘우리’와 ‘저들’로 나누고, 일반화 본능은 우리가 저들을 다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한다.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설명은 범주를 이용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 범주가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일반화는 막을 수 없어서, 억지로 막으려 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엉터리 일반화를 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반화 본능을 억제하려면 내 범주에 의문을 제기하라.

(1) 집단 ‘내’ 차이점을 찾아보라: 특히 집단이 클 때는 더 작은 집단으로 더 정확한 범주로 나눌 방법을 찾아보라. (2) 집단 ‘간’ 유사점을 찾아보라: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 매우 비슷한 점을 발견하면 내 범주가 적절한지 점검하라. (3) 집단 간 ‘차이점’을 찾아보라: 한 집단에 해당하는 것이 다른 집단에도 해당한다고 단정하지 마라. (4) ‘다수’에 주의하라: 다수는 절반이 넘는다는 뜻일 뿐이다. 언급한 다수가 51%인지, 99%인지, 그 중간쯤인지 질문하라. (5) 생생한 사례에 주의하라: 생생한 이미지는 머릿 속에 쉽게 떠오르지만, 일반 사례가 아닌 예외일 수 있다. (6)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라: 어떤 방법이 이상해 보이면 그것이 어떻게 현명한 해결책이 되는지 호기심을 갖고 겸손한 자세로 생각하라.

7. 운명 본능(The Destiny Instinct)

운명 본능은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무언가가 지금의 그 상태인 것은 피할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이유 때문이며, 그래서 그것은 늘 그 상태로 존재했고,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운명 본능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사례는 아프리카는 항상 무기력하고 절대 유럽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이슬람 사회는 기독교 사회와 근본부터 다르다는 생각이다.

사실충실성은 국민, 국가, 종교, 문화를 포함해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운명 본능을 억제하려면 더딘 변화도 변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1) 점진적 개선을 추적하라: 매년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수십 년 쌓이면 거대한 변화가 될 수 있다. (2) 지식을 업데이트하라: 어떤 지식은 유통기한이 짧다. 기술, 국가, 사회, 문화, 종교는 끊임없이 변한다. (3) 할아버지와 이야기해보라: 가치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면 조부모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그것이 내 가치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라. (4) 문화가 변한 사례를 수집하라: 지금의 문화는 어제의 문화였고, 다시 내일의 문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바꿔라.

8. 단일 관점 본능(The Single Perspective Instinct)

단일 관점 본능은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성향이다. 예를 들어 평등이라는 단순하고 멋진 개념은 모든 문제가 불평등에서 초래되니 불평등에 늘 반대해야 하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자원 재분배에 있으니 항상 자원 재분배를 지지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충실성은 단일 관점이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단일 관점 본능을 억제하려면 망치가 아닌 연장통을 준비하라.

(1) 생각을 점검하라: 내가 좋아하는 생각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만 수집하지 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점검하게 하고, 내 생각의 단점을 찾게 하라. (2) 제한된 전문성: 내 분야를 넘어서까지 전문성을 주장하지 마라. 내가 모르는 것에는 겸손하라. 타인의 전문성에도 그 한계에 주의하라. (3) 망치와 못: 도구를 잘 다룬다면 그 도구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고 싶을 수 있다. 문제를 깊이 분석하다 보면, 그 문제나 내 해결책의 중요성을 과장할 수 있다. 모든 것에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내가 좋아하는 생각이 망치라면, 드라이버나 스패너 또는 줄자를 가진 동료를 찾아보라. 다른 분야의 생각도 마다하지 마라. (4) 수치를 보되, 수치만 봐서는안 된다: 세계를 수치 없이 이해할 수 없지만, 수치만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 진짜 삶을 말해주는 수치를 사랑하라. (5)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해결책을 조심하라: 역사는 단순한 유토피아적 시각으로 끔찍한 행동을 정당화한 사람으로 가득하다. 복잡함을 끌어안아라. 여러 생각을 섞고 절충하라. 문제는 하나씩 사안별로 해결하라.

9. 비난 본능(The Blame Instinct)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능력도 줄어든다. 누구를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단순한 해법에 갇히면 좀 더 복잡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우리 힘을 적절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충실성은 지금 희생양이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비난 본능을 억제하려면 희생양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려라.

(1)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라: 문제가 생기면 비난할 개인이나 집단을 찾지 마라. 나쁜 일은 애초에 의도한 사람이 없어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리고 그 상황을 초래한,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라. (2) 영웅을 찾지 말고 시스템을 찾아라: 어떤 사람이 자기 덕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주장하면, 그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어떤 식으로든 그런 좋은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시스템에도 어느 정도 공을 돌려라.

10. 다급함 본능(The Urgency Instinct)

다급함 본능은 위험이 임박했다고 느낄 때 즉각 행동하고 싶게 만든다. 예를 들어 어디선가 자동차가 느닷없이 나타나면 피해야 한다. 하지만 즉각적 위험은 거의 사라지고 좀 더 복잡하고 대개는 좀 더 추상적인 문제를 마주하는 요즘, 다급함 본능은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본능은 스트레스를 주고, 다른 본능을 확대해 억제하기 힘들게 만들고, 분석적 사고를 가로막고, 너무 빨리 결심하도록 유혹하고, 충분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극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결정이 다급하게 느껴진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다급함 본능을 억제하려면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하라.

(1) 심호흡을 하라: 다급함 본능이 발동하면 다른 본능도 깨어나 분석적 사고가 멈춰버린다. 일단 시간을 갖고 정보를 더 찾아보라.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것 또는 저것인 경우도 거의 없다. (2) 데이터를 고집하라: 무언가가 다급하고 중요하다면 잘 따져봐야 한다. 관련은 있지만 부정확한 데이터, 정확하지만 관련이 없는 데이터를 조심하라. 관련이 있고 정확한 데이터만 쓸모가 있다. (3) 점쟁이를 조심하라: 미래 예측은 늘 불확실하다. 그 점을 인정하지 않는 예측을 경계하라. 최선 또는 최악의 시나리오뿐 아니라 가능한 한 모든 시나리오를 요청하라. 그 예측이 전에는 얼마나 정확했는지 물어보라. (4) 극적 조치를 경계하라: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물어보고, 검증된 생각인지도 물어보라.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개선과 그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극적이지 않지만 대개 효과가 더 크다.

11. 사실충실성 실천하기(Factfulness Practice)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네 단계와 네 지역에서의 삶)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면 주변 세계와 관련한 뉴스를 들어도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언론, 활동가, 영업 사원이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로 극적 본능을 자극할 때도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많은 학교에서 이미 가르치는 비판적 사고의 일부이며, 다음 세대를 여러 가지 무지에서 보호할 것이다.

(1) 나라마다 건강과 소득수준이 다르고, 대부분의 나라가 중간 수준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2) 내 나라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3) 내 나라가 지금까지 발전해온 과정을 소득수준 변화와 함께 이해하고, 그 지식을 이용해 오늘날 다른 나라의 삶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4)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거의 모든 것이 개선되고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5) 과거에는 삶이 어떠했는지 가르쳐, 발전이 없었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6) 세상에는 나쁜 일도 일어나지만 점점 개선되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7) 문화적·종교적 고정관념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8) 뉴스를 소비하는 법, 스트레스를 받거나 절망하지 않고 극적인 이야기를 알아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9) 사람들이 흔히 수치로 어떻게 속임수를 쓰는지 가르쳐야 한다. (10) 세계는 계속 변화해서 살아가는 내내 지식과 세계관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른다’고 말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이다. 겸손하면 모든 것에 대해 내 견해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고, 항상 내 견해를 옹호할 준비를 해야 할 필요도 없어 마음이 편하다.

호기심이란 새로운 정보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아울러 내 세계관에 맞지 않는 사실을 끌어안고 그것이 내포한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실수를 부끄러워하기보다 실수에서 호기심을 이끌어내자. ‘내가 그 사실을 어쩌면 이렇게 잘못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람들이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왜 그런 해결책을 썼을까?’ 호기심을 품으면 늘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 꽤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세계는 계속 변할 것이고, 무지한 어른의 문제는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학교에서 배운 세계에 관한 지식은 졸업하고 10~20년이 지나면 낡은 지식이 된다. 그래서 어른의 지식도 계속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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