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노먼 도이지 '스스로 치유하는 뇌'
[장서 산책] 노먼 도이지 '스스로 치유하는 뇌'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03.27 21:09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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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가소성 임상연구를 통해 밝혀낸 놀라운 발견과 회복 이야기

뇌의 신경가소성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유한 사례를 담은 뇌과학서이다. 저자인 노먼 도이지는 정신과의사이자 정신분석가로, 뉴욕의 콜롬비아대학교 정신분석 훈련과 연구센터, 토론토대학교의 정신의학과 교수이다. 옮긴이 장호연은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음악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뉴캐슬대학교에서 대중음악을 공부했다. 음악과 과학, 문학 분야를 넘나드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난 400년간 뇌를 바라본 주류적 시각에 의하면 뇌는 멋지게 돌아가는 기계와 같아서 각각의 부품이 뇌의 한곳에 놓여 하나의 정신적 기능을 담당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뇌졸중이나 부상, 질병으로 인해 그곳이 망가지면 영영 고칠 수 없다고 보았다. 기계는 스스로를 고치거나 새로운 부품을 생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또한 뇌의 회로도 바뀌지 않거나 하드웨어로 ‘내장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 말은 정신 지체나 학습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살 운명이라는 뜻이다.

이와 반대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뇌가 활동과 정신적 경험에 반응하여 제 구조와 기능을 알아서 바꿀 수 있는 속성이다. 신경가소성자(뇌의 가소성을 입증해 보인 과학자)는 인간의 뇌가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있으며,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면 치료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뇌 문제들이 확연히 나아질 수 있고, 많은 경우 치료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장에서 8장에 걸쳐 신경가소성을 통한 치유의 사례를 들고 있다. 즉, 통증을 무시하려고 애쓰며 통증을 인지하는 뇌의 신경회로를 점점 약화시킴으로써 통증 없는 삶을 살게 된 통증 전문가, 30대 중반에 파킨슨병이 발병했지만 의식적인 빠른 걷기를 통해 신경계의 퇴화를 저지한 파킨슨병 환자, 뇌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치료를 통해 일상을 회복한 다발성 경화증 환자, 뇌의 상당 부분이 소실된 채로 태어나 인지 문제를 겪고 거의 마비에 이른 여자아이를 느리고 부드러운 손동작으로 몸을 문질러 치료한 물리학자 겸 치유자, 소리로 난독증을 극복한 소년, 명상을 통해 과도하게 자극된 뇌 회로를 되돌리려는 물리학자 겸 물리치료사 등.

이들 치유방법의 대부분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빛, 소리, 진동, 전기, 동작 등의 형태를 취하는데, 이런 에너지는 자연적이고 비침습적인 통로로 우리의 감각과 몸을 통해 뇌로 들어가 뇌 자체의 치유력을 일깨운다. 우리의 감각은 주위에 있는 여러 형태의 에너지를 뇌가 사용하는 전기신호로 바꾼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뇌의 전기신호의 패턴을 바꾸고 뇌의 구조를 바꾼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음악과 뇌의 특별한 관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전체 597쪽 중 517~538쪽). 프랑스의 이비인후과 의사인 알프레드 토마티스(Alfred Tomatis)가 칼카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90명의 수도승 중 70명이 축 처져 있었다. 그는 그들이 '마치 젖은 행주처럼 방에 널브러져 있었다'라고 했다. 원인은 전염병 발발이 아니라 신학적 사건이었다.

1962년에서 1965년까지 이어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현대 세계의 변화에 발맞춰 교회가 나아갈 새로운 방안들을 제시했다. 그 무렵 칼카 수도원은 젊고 열성적인 수도원장이 맡게 되었는데, 공의회는 비록 그레고리오 성가를 금지하지 않았지만, 수도원장은 수도승들이 매일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 노래하는 것이 쓸모없다며 폐지시켰다. 이로써 집단적인 신경쇠약이 일어났다.

수도승들은 자주 침묵 서약을 하는데, 성가가 없어지고 나니 자신의 목소리든 형제의 목소리든 인간의 목소리로부터 전혀 자극을 받지 못했다. 그들은 고기, 비타민, 수면 부족이 아니라 소리 에너지 부족으로 굶주렸다.

토마티스는 성가를 다시 부르도록 했는데, 다들 기력이 너무 떨어져서 노래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1967년 6월 수도승들에게 그가 발명한 ‘전자 귀’에 대고 노래하고 높고 활기찬 주파수에 맞춰진 필터를 통해 본인의 목소리를 듣게 했다. 축 처진 자세가 거의 즉각적으로 달라져서 보다 꼿꼿한 자세가 되었다.

11월까지 거의 모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활기를 되찾았고, 베네딕트 수도원의 스케줄에 따라 낮에 오랜 시간 일하고 밤에 몇 시간만 자는 생활로 돌아갔다. 베네딕트 수도승들은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성가를 불러왔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라고 토마티스가 말했다.

많은 전통에서 음송(chant)은 활력을 채우는 것으로 여겨졌다. 음송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높은 주파수를 내서 여기에 해당하는 수용체가 많은 달팽이관을 자극해야 한다. 티베트 불교도들이 '옴'하고 내는 음송이 있는데, 보통은 깊고 낮은 소리로 인식하지만, 제대로 부르면 높은 배음(하모닉)을 많이 포함하여 아주 풍성한 소리가 난다. 하모닉(높은 주파수)으로 채워진 ‘옴’은 사실상 화음이다.

높은 주파수를 증폭시키는 석조 수도원이나 아치형 돌 천장의 중세 교회에서 자신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듣는 수도승은 거대한 전자 귀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효과는 똑같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활력을 부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정신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다. 성가의 리듬은 평온하고 스트레스 없는 사람의 호흡과 일치하므로 즉각적으로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동조(entrainment)에 의한 것이다. 동조는 물결이 교차할 때 서로서로 영향을 미치듯 하나의 리듬이 다른 리듬의 주기에 영향을 미쳐 결국에는 일치하거나 근접하는 것을 말한다.

뇌가 음악으로 인해 자극되면 뇌의 신경세포가 음악에 동조하여 완벽한 일치를 보이며 발화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뇌 스캔 연구로 확인되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뇌가 세상과 연결되도록 진화하면서 귀가 변환기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변환기는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다른 형태로 바꾼다. 예를 들어 스피커는 전기 에너지를 소리 에너지로 바꾼다. 귓속의 달팽이관은 외부의 소리 에너지 패턴을 뇌가 내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 패턴으로 바꾼다. 에너지 형태가 바뀌어도 파동 패턴에 담긴 정보는 그대로 보존될 때가 많다.

신경세포가 음악과 일치하여 발화하므로 음악은 뇌의 리듬을 바꾸는 방법이다. 소리 신경가소성 전문가인 노스웨스턴 대학의 니나 크라우스(Nina Kraus)와 실험실 동료들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세레나데에서 음파를 녹음했다. 그들은 또한 모차르트의 음악을 피험자에게 들려주면서 그의 두피에 전자 센서를 부착하여 뇌파를 기록했다. 그런 다음 뇌파 발화 패턴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모차르트 음악의 음파와 그것이 유발한 뇌파가 똑같이 보였다. 심지어 그들은 뇌간에서 나오는 뇌파가 그것을 일으킨 원인인 음악과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것도 확인했다.

동조는 무척 확연하게 나타난다. 사람들을 EEG(뇌파도)에 연결하고 초당 2.4비트의 왈츠를 들려주면 뇌파의 지배적인 주파수가 초당 2.4회로 스파이크를 일으킨다. 사람들이 괜히 노래의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 운동피질을 포함하여 뇌의 상당 부분이 비트에 동조되는 것이다. 동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음악가들이 모여 즉흥 연주를 하면 서로의 뇌파가 동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수많은 뇌질환이 뇌가 리듬을 잃고 엇박자로, 즉 '비리듬적으로' 발화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음악 치료는 이런 질환에 특히 유망하다. 음악치료에 사용되는 리듬은 뇌를 '박에 맞게' 회복시키는 비침습적인 방법이 된다.

음악은 사람들의 기분을 끌어올린다. 음악이 뇌의 보상 중추를 시켜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것이 다시 쾌락과 동기부여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현재의 신경심리학 이론들은 긍정적인 기분과 감정을 도파민 수치 증가와 연관시켜서 설명한다. 그래서 새로 개발되는 많은 항우울제가 도파민 체계에 작용하는 것이다. 음악은 확실히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수단이다.

음악치료에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많이 사용된다. 왜 모차르트일까? 음악치료 시술자에 따라서는 다른 작곡가와 다른 형식의 음악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토마티스 시술자들은 모차르트를 고수한다. 특히 바이올린 곡을 좋아하는데, 높은 주파수가 가장 풍부하게 담긴 소리를 내는 악기이고 귀에 편안하게 들리는 연속적인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토마티스는 모차르트의 젊은 시절 곡들이 구조적으로 단순하고 아이들에게 더 적합해서 선호했다.

토마티스의 제자인 폴 마돌(Paul Madaule)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토마티스는 모차르트의 곡만 사용하지 않았어요. 파가니니, 비발디, 텔레만, 하이든을 사용했조. 하지만 점차 자연선택에 의해 우리는 모차르트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모차르트는 모두와 어울립니다. 활기를 주고 자극하면서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어요. 나는 모차르트 음악이 감정을 조절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폴이 말을 이었다. "모차르트는 다른 어떤 작곡가보다도 경로를 준비시키고, 신경계와 뇌의 밑바탕을 마련하고 뇌를 배선시키고, 언어 습득에 필요한 리듬, 선율, 흐름, 운동감을 뇌에 제공합니다. 모차르트는 아주 어려서부터 음악 연주를 시작했고, 다섯 살에 놀랄 만큼 복잡한 곡을 썼습니다. 그는 아주 어릴 때 자신의 뇌에 음악의 언어를 배선했기 때문에 그의 언어인 독일어의 리듬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토마티스는 이것이 모차르트 음악이 보편적인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특정 언어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라벨에게는 프랑스어의 흔적이, 비발디에게는 이탈리아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과 다르지요. 모차르트는 문화적 리듬, 언어적 리듬을 초월하는 음악입니다."

“모차르트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언어 이전의 재료 가운데 최고입니다. 몇몇 사람들 생각처럼 아이들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운율, 그러니까 말의 음악적 부분, 말의 감정적 흐름이 보다 쉽게 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그래서 모차르트가 좋은 어머니인 것입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와 똑같이 하면서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개성이 들어가지만, 모차르트는 인류학 연구들이 보여주듯 모든 연령, 인종 사회적 집단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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