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
(58)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0.03.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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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 의종 임금이 하루는 민생을 살피기 위해 혼자 야행(夜行)을 하다가 날이 저물어 길을 잃고 깊은 산중에서 헤매던 끝에 초가집 하나를 발견한다. 하룻밤 신세를 부탁하니 가까이 있는 주막집을 알려주어서 발길을 돌려 나오는데 대문에 붙어있는 글귀가 임금을 궁금하게 하였다. 근처의 주막집에서 국밥 한 그릇을 청해 먹으며 과거시험에 낙방한 선비의 집임을 알게 된다. 임금은 다시 찾아가 하룻밤 숙박을 간청하고 글귀의 뜻을 물어서 알게 되었다. 글귀는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 이라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것이 내 인생의 한이로다”이며 과거에 낙방하여 글만 읽고 있는 고려 말 유명한 학자 이규보의 집이라는 것도 알았다.

글의 사연인즉 옛날에 꾀꼬리와 까마귀가 이웃으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노래시합을 하자고 하였다. 꾀꼬리는 쾌히 승낙하고 3일 뒤에 시합을 하되 심판은 백로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꾀꼬리는 3일 동안 목소리를 가다듬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안하고 논두렁을 돌아다니며 개구리만 열심히 잡아서 백로에게 가져다 바친다. 결국 노래시합에서 까마귀가 이기게 되었고 연유를 알게 된 꾀꼬리는 크게 낙담했다는 사연이다.

우리가 뇌물이란 의미로 많이 쓴 와이로(蛙利鷺) 의 어원이기도 하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눈앞에 둔 지금의 정치판이 난장판이다. 인간성이니 도덕성이니 하는 건 다 어디 가고 누가살고 누가 죽느냐의 생존경쟁만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거대 양당 모두 공천 잡음에 따른 후유증으로 이의신청, 탈당 무소속 출마 등 원칙과 질서가 무너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말 바꾸기 얼굴 바꾸기를 식은 죽 먹듯이 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의석수를 차지하기위한 비례위성정당, 꼼수정당, 의원 꿔주기 등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등록정당만 50개를 넘겨 투표용지가 1미터에 가까운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질 거란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 19를 묵묵히 견디면서 마스크 두 장에 우산 받쳐 들고 2-3시간씩 긴 줄 서서 말없이 질서를 지키는 다수의 국민이 있다. 또한 연초에 시작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의 진, 선, 미를 뽑는 결승전을 보자. 101명의 무명가수와 신인가수 희망자가 3개월에 걸쳐 반칙 없이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었고 낙오자는 서로 격려해주고 승자에 대해서도 서로 축하박수를 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면서 시청자들을 울게도 웃게도 했다. 심사기준 역시 대중인기가수, 작곡가, 예능인등 전문가 심사위원이50%, 국민투표 50%로 이는 다시 현장에서의 방청객투표 20%와 당일 전국에서 방송을 지켜본 실시간 시청자투표30%를 합산하도록 되어 있었다.

결승전 당일의 시청자 투표가 770만표를 넘겨 예상 못한 방송사고로 이어지고 결국 2일 뒤에 최종 결과가 공개되었지만 모든 국민이 불평 한 마디 없었다. 진행자의 곧바로 사과와 자초지종 설명은 오히려 고맙다는 박수와 함께 큰 감동을 주었다. 그 과정이 민주적이고 공정함을 우리 모두가 인정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모든 국민에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했다. 또한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다르게 실망스러운 정치를 국민들은 보고 있다. 그래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미스터 트롯의 결승전에서 정치꾼들이 보여주지 못한 질서와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다수의 국민은 아직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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