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犬)올시다
보아하니, 세상에 간악한 것이 인간인 듯하오.
사실 우리처럼 욕먹는 동물도 없을 것이오.
살구가 맛이 없으면 개살구요,
나리꽃에도 못 끼면 개나리요,
망신도 큰 망신이면 개망신이요,
망나니도 큰 망나니면 개망나니 까요,
뻔뻔한 얼굴은 개가죽이요,
번지르르한 기름은 개기름이요,
맛이 없어 보이면 개떡이요,
우리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천대를 당하고 산단 말이오.
돼지가 도둑 지켜줄 수 없고,
소가 주인 반기는 법이 없고,
염소가 주인도와 사냥 할 수 없고,
닭이 식구와 같이 놀아주지 않는데,
왜 개들은 인간들이 분풀이할 때마다
단골이 되는지 우리 개는 모를 일이오.
돈 벌어 졸부 되니 조강지처 버리고,
노부모 모시기 싫어 요양원에 맡기고,
권력에 눈멀어 한솥밥 동료 깔아뭉개고,
매정하게 돌아서는게 인간이라는 족속이오.
모두 모두, 의리를 모르는 인간들 아니오.
이딴 인간은 결국 세 가지 부류 중의 하나일 것이오.
"개보다 더하거나. 개보다 못하거나. 개 같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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