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은 수성못으로 자연이 숨쉰다.
봄을 맞은 수성못으로 자연이 숨쉰다.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3.23 20: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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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지구를 닮은 듯 한층 더 둥글어 접시에 점을 찍었다.
-인간들의 어깨만 유독 축 처진 안쓰러운 2020년의 만춘지절이다.
봄볕을 오롯이 품은 호수가에 오리배가 오종종 줄지었다. 이원선 기자
봄볕을 오롯이 품은 호수가에 오리배가 오종종 줄지었다. 이원선 기자

호수는 샛바람에 말갛게 세안을 마쳐 계절이 토한 연녹색을 오롯이 품었다. 금방이라도 노랑나비가 날아다니고 꿀벌이 봄을 찾을 것만 같다.

참빗으로 곱게 빗어 내린 여인네의 삼단머릿결 같은 햇살이 대지에 팽팽한 토요일의 한 나절, 봄을 몽땅 끌어안은 수양버들이 봄을 예찬하듯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겨울이 할퀸 생채기에 알록달록 치장을 마친 오리배가 나란히 줄지었다.

개나리가 무리지어 노란 세상을 만들어 가는 향기 속으로 배롱나무 열매를 쫒는 검은머리방울새의 깃털은 봄볕에 녹아든 듯 더욱 노랗다. 먹이를 찾아 연신 자맥질의 논병아리의 눈은 지구를 닮은 듯 한층 더 둥글어 접시에 점을 찍었고, 호수 물은 찰랑찰랑 봄이 내민 손이 간지럽다. 양반 모양 뒷짐을 져 어슬렁거리는 잉어 떼의 커다란 입은 뻐끔뻐끔 등이 시퍼렇게 펄떡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검은머리방울새, 물닭, 왜가리부부, 논병아리. 이원선 기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검은머리방울새, 물닭, 왜가리부부, 논병아리이다. 이원선 기자

세상사를 초월한 호수 위로 백로가 활개를 치고, 원대하게 품은 봄꿈이 깰까 두려운 왜가리 부부는 일찌감치 보금자리를 틀어 사랑을 속삭인다. 창공을 나는 가마우지는 하늘이 좁은 듯 커다란 날개를 활짝 폈고, 물닭이 두리번두리번 먹잇감을 찾아 물갈퀴가 분주한 한갓진 호수의 민낯이 새치름하기가 그지없다. ‘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 중에 만물의 영장이라고 오만방자 떠벌리는 인간들, 발걸음이 뜸해진 못 둑으로 인간들의 어깨만 유독 축 처진 안쓰러운 2020년의 만춘지절이다.

왕관 모양으로 핀 목련. 이원선 기자
왕관 모양으로 핀 목련. 이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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