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을 갈아엎는 농민들 한숨 소리
마늘밭을 갈아엎는 농민들 한숨 소리
  • 원석태 기자
  • 승인 2020.03.23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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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도시 농촌 모두가 힘들지만
농민들에겐 또 다른 어려움과 아픔이 있다.
마늘밭을 트렉터로 갈아엎고 있다. 원석태기자
마늘밭을 트렉터로 갈아엎고 있다. 원석태기자

 

20일 오후 의성군 금성면 청로리 일대 마늘밭에서 트렉터 소리가 요란하다.

한 뼘이나 넘게 자란 마늘밭에 트렉터가 지나간 자리에는 잘려나간 마늘순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다.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수확기인 마늘들이 사정없이 갈아엎어지고 있다. 이것을 바라보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9.4%정도 감소했지만 평년보다는 약 2%증가 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온화한 겨울날씨로 마늘의 생육환경이 좋아지면서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여파로 급격한 소비감소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폭락할 것이 우려되어 생산량 조절을 위한 면적조절계획으로 산지폐기를 실시하고 있지만 농민들 요구 면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의 농촌은 고령화로 일손부족 현상이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 외국인 노동자로 부족한 일손을 채워왔는데 이마저도 코로나19로 귀국을 서두르거나 농사현장 일을 꺼리고 있어 수확기 일손 부족과 임금 상승으로 손실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날 수도 있다.

농민 최만수(67세 청로리)씨는 “마음이 무너집니다. 마늘밭만 갈아엎는 게 아니고, 우리 농부의 마음도 같이 갈아엎는 것 같습니다. 지난 가을에 씨를 심고 겨우내 밭에 나와 살다시피 하면서 정성을 들여 키웠지만, 종잣값, 노임, 비료대를 제하고, 앞으로 수확시 들어갈 인건비 등을 계산하니 막막하고 의욕이 사라집니다” 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지역에서 20여 년 마늘농사를 지어온 박성암((59세 명덕리)씨는 “농산물 가격 하락을 농민들의 과잉생산에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정부에서 장기적이며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어 농민들이 정부를 믿고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 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농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원석태기자
농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원석태기자
마늘밭. 원석태기자
파란 하늘과 마늘밭. 원석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