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창] 콤플렉스와 자존심
[인문의 창] 콤플렉스와 자존심
  • 장기성 기자
  • 승인 2020.03.19 14:02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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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사이먼(美 록가수)과 나폴레옹의 공통점은 공교롭게도 키가 똑같이 157.5㎝에 불과했다. 둘 다 키에 관한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하지만 누구든 상대방의 콤플렉스를 잘못 건드리면 부지불식간에 끔찍한 대폭발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사이먼 & 가펑클은 미국의 포크 록 듀오다. 1960년대 가장 많은 음반을 판 음악 그룹 중 하나이자 비틀즈, 비치 보이스, 밥 딜런과 더불어 반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The Sound of Silence(1964), Mrs. Robinson(1968), The Boxer (1969), Bridge over Troubled Water(1970) 등 대표곡으로 전 세계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출처: 위키백과
사이먼 & 가펑클은 미국의 포크 록 듀오다. 1960년대 가장 많은 음반을 판 음악 그룹 중 하나이자 비틀즈, 비치 보이스, 밥 딜런과 더불어, 반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The Sound of Silence(1964), Mrs. Robinson(1968), The Boxer (1969), Bridge over Troubled Water(1970) 등 대표곡으로 전 세계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사진 오른쪽이 사이먼(79)이다. 출처: 위키백과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곡으로 유명한 ‘사이먼과 가펑클’(Simon & Garfunkel)은 당대 최고의 듀오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고교 동창이던 사이먼과 가펑클은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성격 차이가 너무 커서 한창 좋지 않았을 때는 듀오임에도 서로 다른 녹음실을 사용할 정도였다. 결국 둘은 정식 데뷔한 지 6년 만인 1970년 최고 히트곡인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를 발표한 후 팀이 해체됐다. 그 이유에 대해 가펑클은 2015년 한 매체(媒體)와의 인터뷰에서 사이먼의 ‘나폴레옹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나폴레옹 콤플렉스’란 키가 작은 사람들이 보상심리로 공격적이고 과도한 행동을 하는 콤플렉스다. 유럽을 평정하며 전쟁의 천재 반열에 올랐던 나폴레옹은 사실 콤플렉스 덩어리였다. 부검 기록에 의하면 나폴레옹의 키는 157.5㎝(5피트 2인치)에 불과했는데, 공교롭게도 폴 사이먼의 키와 똑같다.

콤플렉스의 정체는 자존심이란 외피 막(膜)으로 둘러 쌓여있다. 언제 누가 자존심을 깨트릴지 모르니 늘 좌불안석이요, 안절부절못한다. 상대가 자존심을 깨트리기라도 하면 관성적으로 콤플렉스가 스프링처럼 밖으로 튀어나와, 사생결단으로 상대에게 덤빌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콤플렉스는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는 요물단지와 다름아니다.

‘아킬레스건’이란 말도 있다. ‘콤플렉스’와 비슷한 의미를 갖지만, 보다 폭발력이 강해서 일이 터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킬레스건’이란 발뒤꿈치에 있는 힘줄(腱)을 말한다.

‘아킬레스’는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영웅이름이다. 바다의 여신(女神)이던 어머니 테티스가 어떤 전투에서도 아들이 상처를 입지 않고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몸 전체를 ‘저승의 강물’ 속에 집어넣었다. 그 강물은 강철도 뚫을 수 없도록 보호막을 씌워주기 때문이다. 그녀가 손으로 잡고 있던 아들의 두 발목 부분은 강물에 닿지 않았기에, 발목 뒤 힘줄인 ‘아킬레스’는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유일한 콤플렉스으로 남게 된 것이다. 순간의 실수였다. 아들은 트로이 전쟁에서 적장(敵將)이 쏜 화살이 마침 발뒤꿈치에 맞아 죽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치명적인 약점을 '아킬레스건'이라 부른다. '아킬레스건'도 ‘콤플렉스’처럼 자신이 타인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짓밟히면 감정폭발을 넘어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정체성과 자존심에 대한 불순한 훼손이며 참을 수 없는 모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킬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으로 트로이 전쟁 때(위의 사진) 가장 용감하고 뛰어난 전사(戰士)였으나 그의 약점인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아 죽었다. 출처: 위키백과
아킬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으로 트로이 전쟁 때(위의 사진 왼쪽) 가장 용감하고 뛰어난 전사(戰士)였으나 그의 약점인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아 죽었다. 출처: 위키백과

'병신 주제에 꼴값 떠네.’ 라고한다 든지   ‘애비 없는 자식이니 그렇지 뭐’라는 말을 신체적 장애인(障礙人)에게 말을 한다면, 또 편모슬하의 자식에게 이 말을 한다면, 그 반응은 공포스러워 말로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야말로 대폭발(Big Bang)의 가능성은 거의 100퍼센트다.

기원전 위대한 장군이며 군사전략가인 ‘한니발’(Hannibal)의 일화이다. 여기서 ‘콤플렉스’의 훼손이 얼마나 엄청난 참화를 가져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콤플렉스는 외눈박이였다. 천하를 호령하는 애꾸눈 한니발이 자신의 영웅적인 모습을 초상화로 남겨 자손만대에 물려주고자 당대 최고의 화가를 불렀다. 화가는 장군의 생김새 그대로 정상적인 왼쪽 눈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영웅답게 그렸고, 오른쪽 눈은 ‘애꾸눈’인 채로 한 치의 오류 없이 그려 그에게 바쳤다. 이를 받아본 장군은 원판 그대로 임에도 불구하고 노발대발하며 그 자리에서 그 화가를 단칼에 죽여 버린다.

두 번째로 불려온 화가는 첫 번째 화기가 ‘애꾸눈’을 사실 그대로 그린 죄로 죽음을 당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터라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까짓것 ! 이제 상 탈 일만 남았군.” 하면서, 오른 쪽 눈을 물론이요, 왼쪽 눈도 정상적인 눈으로 그렸다. ‘애꾸눈’을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그러나 장군은 “이런 거짓 환쟁이, 당장 쳐 죽여라!”라는 말과 더불어 그는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런 후 세 번째로 불려온 화가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금방이라도 목에 칼이 내리칠 것만 같은 고민에 휩싸여 잠 못 이룰 때, 그의 아내로부터 지혜로운 비책 하나를 듣게 된다. 앞서 두 명의 화가가 죽어나갔으니 어찌 염라대왕보다 더 무섭지 아니 하려만 의연하게 장군의 초상화를 생김새 그대로 척 그려 바치니 만족한 얼굴로 한바탕 호탕하게 껄껄껄 웃으며, “네가 내 마음까지를 그렸으니 화가 중에 화가는 바로 너로다.” 하며 만족해하며 그에게 큰 상을 내렸다고한다. 이번 초상화는 사실 장군의 ‘옆모습’만을 그렸다. 눈을 하나만 그려도 문제가 안 되게 말이다. 한니발의 콤플렉스는 아킬레스처럼 발뒤꿈치가 아니라, 오른쪽 눈에 있었다. 외눈박이 눈 말이다.

누구든 상대방의 콤플렉스를 잘못 건드리면 부지불식간에 끔찍한 살인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콤플렉스, 누구에게나 다 있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너무 바빠서 완벽하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태어나는 건 운명이다. 외모든 능력이든 성품이든, 온전히 갖추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런 우리가 타인의 자존심을 의도적으로 건드리며 '상대적 우위'로 착각하는 걸 조물주가 본다면 웃을 일이다. 콤플렉스의 정체는 자존심이란 외피 막으로 둘러 쌓여있으니 유리그릇처럼 소중히 다루어야한다. 공존과 상생의 길이 여기서 출발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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