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척을 기적으로...
봄의 기척을 기적으로...
  • 김채영 기자
  • 승인 2020.03.15 09:14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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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척을 기적으로... 

세상은 지금 코로나19라는 이름도 생소한 전염병이 창궐하여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시름 중입니다. 숨쉬기 운동은 공짜가 아니던가요? 그 숨쉬기마저 마음대로 누릴 수가 없습니다. 마스크란 도구로 얼굴의 2/3를 덮어야 하는데 오는 봄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하지만 자연은 초연합니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때맞춰 꽃이 핍니다. 경칩이 지난 것을 미물인 개구리가 어찌 아는지 산당저수지엔 짝을 찾는 개구리들 노랫소리로 꽉 차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산으로 모이는 모양입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씁쓸한 문구에도 불구하고 팔공산이 북적거립니다.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이요. 아, 탁 트인 곳은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 때문이겠네요. 동문 부근엔 복수초가 활짝 피었습니다. 불안에 떠는 사람들을 별빛 눈동자로 반겨줍니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 앞에서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다보면 그 순간만큼은 힘듦을 잊어버리지 않을까요. 오늘은 가게 되어있고 내일은 오게 되어있으니 그것이 희망인 줄 믿습니다.

누구든 힘에 부칠 때면 가만히 기대고 싶은 대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거나 믿는 벗이거나 그도 아니면 음악의 리듬에 온전히 정신을 맡기고 시름을 잊기도 하겠지요. 때로는 고요한 그림 한 점, 사진 한 장에 불안과 불편함을 씻어내지 않을까요. 한 송이의 풀꽃은 어떤가요. 백 마디 천 마디 달변의 요란한 위로보다 더 큰 감동과 울림을 줄 수도 있겠습니다. 이게 바로 자연의 힘 아니겠습니까. 봄의 기척을 기적으로 바꿔 읽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