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흔들어 놓은 일상
코로나19가 흔들어 놓은 일상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0.03.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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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
혹독한 시련의 시행착오, 교훈으로 삼아야
허봉조 기자
허봉조 기자

행정기관으로부터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안전 안내 문자를 받기 시작한 것이, 지난 1월 하순부터였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손 씻기, 기침예절 지키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수칙 준수와 ‘호흡기 증상 발생 시 콜센터(1339) 또는 보건소로 상담하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사태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내용에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추가가 되었다.

확진자가 스쳐간 공공장소와 시설 등이 폐쇄되고, 각종 행사의 취소는 물론 문화센터와 학원의 수업이 중단되었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휴업하는 등 일련의 조치들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두려움과 공포에 거리는 한산해지고, 작은 가게와 카페 등 골목 경제가 폭격을 맞은 듯하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손님이 크게 줄었다. 마침내 도시 전체가 겨울잠을 자는 듯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말았다.

2월 중순, 우리는 5년 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험이 있어 관리가 잘 되는 것 같다며 조심스레 희망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나 2월 18일을 시작으로 대구에서부터 ‘코로나19’ 감염증이 화산 폭발하듯 일시에 터져버렸다. 대구에 산다는 자체가 ‘공포의 대상’으로 고속버스나 열차를 타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었으니, 기다렸던 친구들과의 약속도 취소가 될 수밖에.

처음 며칠 동안은,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웠다. 하지만 기약 없는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란 쉽지 않았다. 종일 TV를 켜놓았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정보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 또한 고통이었다. 소화불량과 두통과 무기력증과 불안한 상태에서부터 우울증이 시작 된다는데….

일상이 마비되고,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쩌다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가도, 경계의 눈빛만 감돈다. 누가 감염원일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감히 큰 도로로 나가지는 못하고, 아파트 뒷길을 이용해 근린공원으로 간다. 다행히 공원에는 탁 트인 공기를 마시며, 드문드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연히 아는 얼굴을 마주쳐도 눈으로 인사를 할 뿐, 멀찌감치 떨어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어색하다.

외출을 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니, 나는 ‘고위험군’에 해당이 되나보다. 60대의 고령에 오랜 당뇨병을 갖고 있으니, 치명률이 비교적 높은 ‘중증환자’로 분류될 것이다. 설령 사망에 이른다 해도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싶으니, 두려움이 슬며시 밀려온다.

어느새 새로운 일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거실 한쪽에 세워둔 채 눈길도 주지 않던 운동기구를 사용하게 되고, 유튜브(You Tube)를 통해 때늦은 어학공부와 책 읽기에도 시간을 할애한다. 외출이 줄어든 만큼 가족을 챙길 시간이 많아지고, 지출이 줄게 된 것도 사실이다. 형편에 따라 일상을 바꾸어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많은 것을 뒤흔들어 놓았다.

경제와 산업 활동이 멈추어서고, 웃음이 사라졌다.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를 두라는데, 목숨 같은 마스크를 구하려고 여기저기서 긴 줄을 서야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일처럼 달려와 땀을 흘리는 의료진과 구급대원과 자원봉사자가 있기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식당 영업을 접고, 도시락 봉사를 한다는 여주인의 따뜻한 손길에, 힘을 보태지 못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수고하는 의료진에게 삐뚤빼뚤 손으로 쓴 감사편지와 작은 성금을 보내준 어린아이, 외국인 여성 등의 소식에도 콧잔등이 시큰하다.

‘경험보다 훌륭한 스승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혹독한 시련이 남긴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삼아 시스템을 다시 정비하고, 한 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지하철, 친구들과 마시는 커피 한 잔, 아옹다옹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하며, 한가로운 산책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루빨리 이 위기로부터 벗어나 평온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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