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이야기
하늘 이야기
  • 김황태 기자
  • 승인 2020.03.12 21: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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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로가는 비행기에서 본 하늘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힌 지금 답답한 마음에 수 년 전 인도네시아 여행 시 비행기에서의 하늘을 그려보았다.

참 재수 좋은 비행이었다. 대낮 그것도 창가 좌석!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는 상공 하늘에서 보는 풍경은 신비함의 극치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하늘 위에 하늘! 구름 위에 구름! 파란 하늘! 파란 바다! 수평선을 구분할 수가 없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바다도 파랗고 하늘도 파랗고, 단지 바다 위의 구름이 하늘과 바다를 나눌 뿐이다. 그러니 이것은 수평선이라기보다는 운평선(雲平線)이라 해야 할 것 같다.

파란 하늘에 반달이 떠 있는 하늘은 신비로울 뿐이다. 동남아의 섬들은 푸른 육지에 하얀 모래사장과 산호바다가 띠를 두르고 있어 한 장의 입체화이고, 열대우림의 굽이 흐르는 강은 황토색이 확연하다. 피어나는 목화송이요.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 구름은 하늘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서 있는 것이었다. 만년설 봉우리처럼 보이는가 하면 만개한 벚꽃 동산이다. 구름 속의 무지개! 구름의 요술! 구름의 잔치!

10,000 여 미터 하늘에서의 우리 존재는 얼마나 미미한가를 실감하게 한다. 인간은 하늘에서 볼 때 개미 크기도 아니요.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미생물? 분자? 이런 존재들이 아등바등 사는 저 땅!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아래에서 보는 하늘과 위에서 보는 하늘! 아래서는 우러러 떠받들어 보아야 하고 위에서는 세워 놓고 내려다보아야 한다. 구름 위로 작은 구름이 따라 흐르며 우리를 반긴다. 바다! 뭉게구름! 그 위에 또 구름! 겹구름 사이를 비행하고 있다. 구름 사이를 벗어나려는 듯 비행기는 고도를 올렸다 낮추기를 반복하며 나를 울렁거리게 한다. 멀미인가! 두려움인가! 희망인가! 멀리 육지가 보인다.

솟아오른 뭉게구름 사이 뭉게구름. 육지와 바다의 색깔이 인화가 잘못된 사진처럼 푸르게 보인다. 섬마다 뭉게구름이 솟아 있다. 벗 꽃동네 무리처럼. 구름의 요술이요. 구름의 잔치다. 큰 도시가 내려다보인다. 해변 방파제가 여기저기 그림처럼 펼쳐진다. 도시의 길이 바둑판의 선 같고, 주변 열대우림에 큰 강이 꾸불꾸불 구렁이처럼 굽이 쳐 흐른다.

군데군데 검푸른 형상이 호수인가 했는데 구름그림자임을 확인한다. 아래로 무지개가 보인다. 구름 위의 무지개는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검푸른 울창한 수림인가 하면 나무하나 없는 벌거벗은 황톳빛 산이 보인다. 아마 벌목하고 식목을 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 황토색 강줄기가 이어진다. 비행기는 구름 속을 날고 있다. 구름이 엄청 많아 바다도 땅도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뿌연 공간을 날고 있다. 기류의 변화에 비행기가 요동친다. 두려움이 엄습한다.

다시 육지가 보이고 굽이치는 강줄기가 커지고 황토색이 회색으로 변하여 흐른다. 비행기 창문에 작은 얼음꽃이 피어난다. 변화무쌍! 하늘이 변하는가 싶더니 강물이 바다와 만난다. 강물이 번진 해변은 회색빛으로 띠를 두르고 검푸른 바다와 경계를 만든다. 강변과 해안가 동네가 개 딱지처럼 보인다.

그야말로 수평선에 피어오른 바다의 구름은 에베레스트의 설산(雪山)처럼 높이 솟아 있다. 왜일까? 바다에는 구름그림자가 왜 보이지 않는 걸까? 바다가 그림자를 삼킨 것인가. 검푸른 바다. 배가 지나면서 만드는 물살이 희뿌옇게 보인다. 많이 큰 배인가 보다. 바다 위에는 뚝구름 떼구름이 떠 있고, 그 바다 위로 새털구름이 흘러간다. 이제 착륙지 공항이 멀지 않았다. 멀리 엄청나게 큰 검은 구름이 언덕을 이루고 있고, 새털구름 위로 다른 뭉게구름이 반대로 흘러간다.

그 속에 무지개가 경이롭게 떠 있다. 두꺼운 구름층 위를 가까이서 날고 있다. 영락없는 솜사탕이요. 솜이불 만들려고 타 놓은 솜이다. 비행기는 구름을 뚫고 하강한다. 이 순간의 두려움은 왜인가!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JAKARTA SOEKARNO HATTA) 공항의 땅을 밟으며 후유! 안도의 한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