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과 사회적 자본
행복한 세상과 사회적 자본
  • 구언회 기자
  • 승인 2020.03.10 06:51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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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풍부해야 한다.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205개국 중 12위를 달성하였다고 한다(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일본, 4위 독일). 그리고 1인당 국민 총소득(GNI)은 3만 600달러로 192개국 중 30위를 차지하였으며, 1인당 소득도 3만 불을 넘겼다는 발표이다. 

물론 해당 지표는 발표하는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0~15위 수준으로, 세계 230개 국가 중 상위 5% 내외이니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해도 좋겠다.

이런 지표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나라의 웬만한 사람들은 최소한 물질적으로 100여 년 전 왕(王)보다도 더 풍요롭게 살고 있다. 당시 왕이라도 가질 수 없었던, TV, 핸드폰, 냉장고를 우리는 대부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과거에 비하여 물질적으로는 엄청난 풍요를 가져왔지만, 사람들은 100여 년 전보다 오늘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그때보다 이웃 간 대화와 정을 더 많이 나누는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세상은 더욱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게 되었는가?  

지금으로부터 불과 50년 전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부족했던 변방의 아주 가난한 나라가 한국이었다. 부존자원은 거의 없고, 한글도 모르는 문맹자들도 다수였으며, 보유한 기술 또한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하여 아주 짧은 기간에 경제 강국으로 발전하였는가?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하면 된다.’라는 “깡다구 정신”이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故 정주영 회장의 ‘임자 해 봤어?’와 최근 타계하신 故 신격호 회장의  ‘니 현장에 가봤나?' 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서, 전문적인 경영학 용어로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맨주먹의 ‘기업가정신’, ‘하면 된다.’라는 정신 하나로 단기간에 엄청난 경제발전을 하는 동안 우리가 놓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였다. 

이는 유례없는 아주 짧은 기간 압축 경제 성장을 하는 동안, 시민적 덕성이 확립될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고, 경제적인 성장에 비해 사회적·정신적 성장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가 발표한 '2019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순위는 전체 167개국 중 14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덴마크, 2위 노르웨이, 3위 스위스, 4위 스웨덴, 5위 핀란드 순이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홍콩이 15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고, 미국은 18위였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적 경제, 사회적기업과는 다른 개념으로서, 국가의 부(富)와 사회적인 안정을 동시에 증진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사회적 자본은 주장하는 기관이나 사람에 따라 다양한 개념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신뢰, 투명성, 호혜성, 사회적 네트워크, 제도와 규율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무형 자산을 말한다. 

사회적 자본의 증가는 거래비용을 절감해서 생산성을 높이며, 구성원 간 신뢰관계를 구축해 사회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 신뢰가 높은 사회일수록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 신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늘어나며, 교육과 보건, 범죄율, 경제·사회적 평등의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적 자본은 정치·경제적 발전의 윤리적 기반을 확립하게 한다. 사회 안정의 핵심 조건으로서 국가 선진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국부의 증대, 협력하는 문화의 촉진, 사회 생산성의 증대, 기업의 신기술 창출, 제품 혁신 촉진 등을 통하여 국력과 국가경쟁력의 실체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여 혈연, 지연, 학연을 바탕으로 한 폐쇄적 네트워크가 발달하였고, 자발적이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며, 배타적이고 사적 이익의 추구를 도모하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는 신뢰(Trust)이다. 낮은 신뢰와 후진적인 법질서 의식, 그리고 폐쇄적인 네트워크와 배타적 집단주의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사회분열을 조장하게 된다.

우리는 하루속히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사회적 자본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식 수준의 향상도 중요하지만, 특히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한다. 한 국가의 사회적 자본이 낮은 이유는 정부 등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 상실이 주요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한 법 집행, 금융과 소유권 보호에 관한 불신, 부정부패 등이 호혜의 규범을 저하시켜, 법을 어기는 것이 이익이라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과거와 같은 고도의 경제성장이 쉽지 않다. 설령 고도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경제성장만으로는 행복한 사회가 되지 못하고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는 것을 자각하여야 한다.

화가 나는 사회(Angry society)가 아닌 행복한 사회(Happy society)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위해서 국민과 국가가 공동 노력을 할 때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상생과 조화의 새로운 사회 풍조와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하여 마스크 한 장을 구입하기 위해 온 가족이 우체국과 농협을 돌면서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 풍조는 더욱 증가하였고, 국격과 함께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신뢰와 호혜성도 많이 훼손되었다,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