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식당, 외식업계의 한숨 섞인 비명
텅 빈 식당, 외식업계의 한숨 섞인 비명
  • 김미옥 기자
  • 승인 2020.03.10 11:2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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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식당,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외식업계의 한숨 섞인 비명
대구시 북구 D아울렛 8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사장(48세). 김미옥 기자
대구시 북구 D아울렛 8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사장(48세). 김미옥 기자

 

‘코로나19’ 로 외식을 하지 않은 지 한참이다. 집 근처 시장과 수퍼마켓을 이용하여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는 요즘, 점심시간에 잠시 일을 보고 끼니를 해결하려고 대구시 북구에 위치한 D아울렛 8층에 들렀다. 평소 같으면 손님들로 가득했을 테이블인데 손님이라고는 단 한명도 없다.

식당 앞에 앉아 있는 김정진(48)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 안녕하세요? 사장님, 코로나 19 사태로 식당이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니 상당히 심각하네요. 언제부터 이렇습니까?

▶ 대구에서 31번 확진자 발생한 다음날부터 손님이 서서히 줄더니 며칠 지나고서는 손님이 아예 안 옵니다.

▶ 여기는 8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야 하고, 안쪽으로 막혀있다 보니 사람들이 더 오지 않아요. 또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안전 문자가 수시로 뜨는데 누가 오겠습니까.

- 이 상황에서 출퇴근은 평소와 같은지요?

▶ 여기는 평소에 10:30 오픈해서 저녁 9시에 문을 닫는데, 지난주부터 저녁 7시에 문을 닫는 것으로 변경했어요. 손님이 없으니까요.

- 여기 8층만 이렇게 손님이 없는 상황인가요? 다른 곳은 어떤지요?

▶ 패션 코너는 더 심각합니다. 사람들이 소비 자체를 안 하니까요.

- 업무에 있어서 예전과 특별히 달라진 게 있나요?

▶ 퇴근 시간이 두 시간 정도 빨라진 것과 수시로 방역 작업을 하는 거, 그리고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거, 그 정도입니다.

▶ 우리는 손님들에게 방역해서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수밖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어요. 손님 자체가 안 오니까 이곳에서는 직원을 대상으로 전 품목 할인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신통치 않습니다.

- 식당에서는 제일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 손님이 없으니까 우리 식당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안 부릅니다.

- 사장님은 여기 몇 년째 식당업을 하고 계신가요?

▶ D아울렛에서 20년째에요. 예전에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거칠 때도 상당히 나빴지만 지금 코로나19  사태는 최악입니다.

▶ 제일 힘든 게 재료 관리가 안 됩니다. 메뉴에 맞춰서 재료가 빨리 소진되어야 하는데 냉동 위주로 팔아야 하니까. 음식을 만드는데 애로점이 많아요. 채소는 수시로 소진되어야 하는데 손님이 없으니 폐기하는 게 더 많고,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또 나가니까 더 힘들어지구요.

▶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식당 문을 닫았으면 하는데 여기 사무실에는 8층 뿐 만 아니라 패션 코너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 집에서 쉬어도 마음은 안 편하고, 가게 나와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 원래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하면 점심 장사와 저녁 장사를 하는데 지금은 7시에 문을 닫으니 저녁 장사는 어렵다고 보면 됩니다. 아마 다른 백화점도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점심 손님만 받는 격인데 그것마저도 손님이 없고, 재료 관리는 안되고…

텅빈 식당 모습(2020.03.09 점심시간)
2020.03.09 점심시간, 텅빈 식당 모습. 김미옥 기자

 

식당 장사 20년 세월에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김 대표는 답답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며 말끝을 흐린다. 인터뷰하려는 질문을 듣기도 전에 속마음을 풀어내던 김 대표는 이곳을 3개월 전에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난감하다고 한다. 어디다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누그러지지 않는 심정을 얼굴 표정으로 드러냈다.

일상의 그리움이 점점 더 커지는 시점이다. 코로나 19 사태를 슬기롭게 잘 이겨내고 사회 곳곳에서 하루빨리 활기를 되찾길 바란다. 텅 빈 식당의 한숨을 거두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넘쳐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간절하게 외친다. ‘대구·경북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