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 권오섭 기자
  • 승인 2020.03.05 14:2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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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어린이집 휴원 기간 2주 연장, 초중고 개학 연기, 사회복지시설 휴관 권고, 식당 등 자영업자 자진 휴업, 금융기관 업무시간 단축, 직장인 재택근무…. 지금의 일상생활을 불과 2주 전만 해도 모두가 상상할 수 없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은 1945년 10월 17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환국(還國) 환영회에 운집한 5만 군중 앞에서 대동단결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평소에는 학교, 회사, 모임 등 조직사회에서 서로의 단합과 협동을 강조하며 표현을 하지 않아도 무언 중 공감하는 말이다.

5일 오전 11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6천여 명에 이르렀다. 그중 대구 경북의 확진자 수가 90%이다.

이날 오전 지인으로부터 “뭉치면 죽습니다”는 강력한(?) 문자가 왔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를 잘못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몇 발자욱 옮기지 않아 이 시기에 딱 맞는 말인 것 같아 가슴에 와 닿았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없어 길거리가 한산하다. 도로에는 차량도 현저히 줄어들었고, 모임과 행사는 취소되었다. 기업들도 일거리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하소연이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나누는 말수도 줄어들었고, 지인 간에도 특정종교 신도 아닌가 하는 의심도 늘었다.

격리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부근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 식사 풍경도 비슷하다. 식탁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자리 잡거나, 등을 맞대고 먹는다. 대화가 없어지거나 줄어들었으며, 반찬을 먹을 때 숟가락 젓가락을 부딪치던 모습도 사라졌다. 식당 대신 배달을 시키거나, 주문 후 직접 가져와 먹는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바라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당분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의료진은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지금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생각으로 단체 행동은 서로가 조금씩 자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비록 사람들 간에 사회적 거리감이 조금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이 어려움을 모두가 무사히 극복하고 다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가 돌아올 그날을 기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