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54)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0.03.03 22: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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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왕이 어느 날 보석 세공인을 불러서 다음과 같이 주문을 했다

“나를 위해 아름다운 반지하나를 만들고 거기에 글귀 하나를 새겨 넣어라. 그 글귀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두어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하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졌을 때 내게 기운을 북돋워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적당한 글귀를 찾을 수 없었던 보석 세공인은 지혜롭기로 유명했던 왕자 솔로몬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그때 잠시 생각하던 솔로몬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새기십시오. 승리에 도취한 왕이 그 글귀를 보면 자만심이 곧 가라앉을 거고 또한 왕이 절망 중에 그 글귀를 보면 큰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감리교 목사의 딸로 태어나 목회자의 아내로 살았던 시인 랜더 윌슨 스미스(Lanta Wilson Smith,1856-1939)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주제의 시를 써서 더욱 유명해졌다.

지금은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난리다. 눈도 코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점령하고 인명을 앗아가고 있다. TV를 통해서 시간을 다투어 가며 보도되는 뉴스특보는 하루에도 몇 백 명씩 늘어만 가는 확진자와 사망자수가 우리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더구나 사망자와 중 환자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한다.

지금은 외출도 자제하고 집회도 안 되고 여러 사람 모이는 곳엔 가지도 말라고 한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창살 없는 감옥에 무기수가 되어 스스로 자신을 가둔다. 방패막이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빗속에 우산 받쳐 들고 수백 미터의 긴 줄을 2-3시간씩이나 섰다 헛걸음으로 돌아서며 허탈해하는 시민들을 보자니 괜히 화가 난다.

봄은 저만치 오는데 언제 웃고 즐기며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까?

그러잖아도 소외감으로 불안한 노인들에게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외로움이다. 바깥세상과 차단되어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경로당 복지관 문화센터 등 노년세대들의 유일한 쉼터, 일터, 놀이터, 건강관리장소요 사회와의 소통장소가 모두 막혀 버렸다. 어느 신문기자가 경로당 옆을 지나다가 두런두런 소리를 듣고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노인 3사람이 나오며 마스크 챙겨왔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혼자서 등에 파스를 못 부쳐 끙끙대다가 도저히 참지 못해 무작정 경로당으로 왔더니 때마침 열쇠를 가진 할머니를 만나 들어갔는데 주위를 서성거리던 할아버지까지 합류했단다. 어느 할머니는 혼자 오른손과 왼손 시합의 윷놀이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문 닫힌 경로당 앞에서 패딩에 마스크를 착용한 10여 명 노인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떨면서도 텅 빈 집안에 혼자 있는 것 보다는 낫단다.

그래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나이 들면서 느끼는 소외감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해결 방법 역시 자신에게 달렸다.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않으면 소외당하지 않는다. '귀찮아'를 달고 살면 모든 게 귀찮아지고 '짜증나'를 달고 살면 모든 게 짜증난다. 이제부터 잘 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살면 잘 될 것이다. 지금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이 불안은 새로운 방어력을 키운다. 그래서 더욱 강인한 면역력으로 머잖아 따뜻한 햇살에 마음껏 봄볕을 쬐며 거리를 활보할 날을 기대하고 기다리자.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라고 한 윌리엄 제임스(1842 -1910)의 명언을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