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3시간 기다려서 13분만에 동나
마스크 대란...3시간 기다려서 13분만에 동나
  • 김외남 기자
  • 승인 2020.03.09 15: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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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3시간 기다려서 불과 13분만에 동이났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허탈한 시민들
인도불록 위 야외용 가스 난로를 피우고 추위를 피하며 기다리는 모습
의자를 들고나와 해바라기하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요즘 거리풍경 중 하나가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의 긴줄을 선 풍경이다. 만촌초등 사거리 횡단보도 건너면 우리집이고 두집 건너 만촌우체국이 있다. 마스크 다섯장을 구하기에 남녀 노소 청장년이 따로 없다. 갑자기 비 까지 내리는날 우산을 준비한 사람들은 괜찮지만 비를 피해 길가 건물의 추녀 밑으로 들어가는 사람, 남의 우산밑에서 머리만 비를 피하는사람 상의에 붙은 모자를 쓰고 비를맞는 사람들로 혼란스럽다. 우체국직원 한분이 나와서 줄선 사람들에게 차레로 번호표를 나누어주고 들어간다. 어제는 150명분이었는데 오늘 번호표는 285번까지 오늘은 어제보다 많은 양이다. 직원이 돌고나온 번호표가 끝났는데도 돌아갈 생각은 아예없고 줄은 늘어만 간다. 승용차를 길가에 주차시킨후 청년한분이 줄 끝자락에 서서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2시 부터 마스크를 판매하는 모양인데 가까이 사는 나만 몰랐네? 아들이 일찌감치 마스크 100매를 사들고 왔길래 그 때는 이런 사태가 일어날 줄 상상도 못하고  "뭘 이렇게 한번에 많이 샀냐"며 나무랐다. 선견지명이 있는 아들이 기특하다.내가 타고 갈 버스가 도착했다. 범어네거리까지 가는데 8코스인데 승객은 달랑 나 혼자다. 버스는 정류소마다 기웃거리지만 타는 승객은 아예 없다. 다른 버스도 마찬가지다. 그랜드호텔 앞에 내려준 빈버스는 그렇게 빈차로 떠났다. 모든자영업자가 그렇듯이 버스 운행회사도 엄청 힘들겠다. 내가 경영하는 막걸리 주점도 자리가 없어서 손님을 못받았다. 이런사태가 올줄 모르고  냉장고에 꽉 채운 막걸리와 안주감이 문제다. 갑자기 손님이 없고 요 며칠 두 테이불 손님만 받았다. 유통기한 지난 막걸리를 100병을 집에 싣고와서 처분했다. 알바생도 주방 이모도 다 내 보내고 둘이서 하는중이다. 완도에서 들여온 싱싱한 굴 안주감도 집에가져 와 먹어치우는 중이다. 이러다간 가게 임대료도 못내게 생겼다. 재고난 술을 큰 항아리에 붓고난 빈병이 커다랗게 한마대다. 농장의 거름으로 활용해볼 작정으로 항아리에 모아본다. 어쩌다가 대구가 이 모양 일까? 다음날은 11시부터 마스크 판매하는데 추워서 인도위에 야외용 가스 난로를 켜놓고 빙둘러 앉아있는 아줌마와 아가씨들. 보온병에 커피를 끓여 와서 나누어 먹기도한다. 푸리스틱 의자를 가져와 앉아 해바라기하며 기다리는 대여섯명어르신들. 작은매트를 깔고 양반다리로 앉았는분 모두 연세가 지긋하다. 우체국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여직원이 번호표를 받고 남자 직원은 양쪽손으로 빠르게 내준다. 비상문으로 들어와서 정문으로 나가는데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긴행열이 단 13분만에 끝이났다. 마스크가 떨어지니 직원들을 보고 마구 욕지거리를 해댄다.

우체국 풍경

 집에와서 마스크 만들면 어떨까하는생각에  쓰다남은 천을 꺼내고 가로 세로 16cm 세로 14cm되게 삼겹으로 잘라 주머니 형태로 꿰매고속 에 부직포를 따로 넣은뒤 길다란 고무벨트도 귀걸개에 맞게 매듭한뒤 마스크를 써보았다. 딱이다. 내손이 내딸이라 하던가. 약간 덜 세련된 모양새지만 어때. 새마스크는 개학하면 손자 손녀들에게 나누어 주기위해 아껴두고 면마스크 서너개 만들어서 사태가 수그러질때 까지 매일 삶아 빨아 끼고 다닐작정이다. 1회용 마스크도 본인이면 재활용 해도 된다고했다. 수량이 귀한 때에 한번 써고 버리기엔 몇천원짜리 아깝지 않은가? 마스크는 일회용으로만 써야한다는 개념이지만 구하기 어려운 이때에 재사용도 가능하단다. 면마스크는 세탁하고 삶아서 쓰도 되고 열소독을 해서 써도 된다고 TV에서 의료계 식약처분들 대담에서 방송된바도 있다.

식약처 관계자들의 대담

마스크 사기위해 몇시간씩 줄을 선다? 나는 그렇게 할 시간의 여유가 없다. 혹자는 덜 답답해서 그런다 하겠지만 이렇게라도 나 하나라도이 막다른 위기를 넘겨야지하는생각에서다. 미싱이 없으면 손으로 꿰매도  어렵지않다. 남한테 세련되게 잘보일려고 할 일도없고 누구 줄일도 없이 내가쓰는 물건인데 어때. 주택가 담장너머엔 매화가 활짝 피었다. 이맘때면 광양의 매화꽃. 구례의 산수유. 통도사의 새빨간 홍매화를 보러 신나게 출사를 떠났는데 올해는 방쿡에 만 있다. 버스를 타도 손잡이를 잡아야되니 불안해서 겨울에도 안끼든 장갑을 끼고 다닌다. 회사에 출근한 자녀들도 불안하고 대중교통도 불안하고 시장보기도 무섭다. 최일선에서 수고하시는 의료진을 생각하면 용기와 힘을 잃지 말아야한다. 전쟁도 시련도 슬픔도 언젠가는 끝이 있기마련이다. 감염된 환자분이나 대구 시민들 조그만 더 참고 일상을 조심하며 견디고 다가오는 새봄은 새희망으로 일구어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