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숨은 영웅 승윤배 씨!
위기 속 숨은 영웅 승윤배 씨!
  • 권오섭 기자
  • 승인 2020.02.25 15:34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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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 노원동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감염예방 위해 동네 구석구석 방역 발 벗고 나서
자비로 분무기와 소독약 구입...평소에도 동네 궂은일 앞장서
승윤배 씨가 임시 폐쇄된 동네 경로당 주변과 공원을 소독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승윤배 씨가 임시 폐쇄된 동네 경로당 주변과 공원을 소독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우리 동네는 스스로 보호해야한다

“저보다도 앞에서 코로나 예방과 확산을 위해 일하시는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이 영웅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 동네라도 소독을 해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와 경북에 확산되고 있다. 확진자가 1146명(대구 677명, 경북 267명, 사망 12명. 26일 11시 기준)이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동네는 스스로 보호해야한다’는 마음으로 20L 분무기를 짊어지고 4L 분무기를 들고 구석구석 방역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숨은 주인공 승윤배(남·63·대구 북구 노원로) 씨.

승 씨는 지난 21일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자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우리 집과 골목, 동네 소독부터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주말 휴일도 반납한 체 자신이 살고 있는 북구 노원동 일대 방역작업을 시작했다.

방역작업을 위해 소독약(왼쪽)을 분무기에 넣어 희석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방역작업을 위해 소독약(왼쪽)을 분무기에 넣어 희석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소독약 품절. 마스크 품절. 택배 지연...3중고 겪어

“분무기 구입은 쉬운데 소독약을 구하기 어려워 인터넷과 주변의 도움을 얻어 가격은 차치하고 우선 구입해 방역을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는 승 씨.

처음 방역을 시작할 때는 인근 아파트 관리직원의 협조로 인터넷을 통해 한사람 당 3병 판매로 제한적으로나마 몇 차례 자비로 구입하여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구하기조차 힘들뿐만 아니라 설령 소량을 구입해도 배송하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방역을 요청하는 곳도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진다며 북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에 부탁을 해도 한결같이 소독약이 없다는 답변에 약품 구하기가 막막하다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소독약 대용으로 알고지내는 농약상회나 화공약품 판매회사에 연락을 했겠습니까? 하지만 사용하는 용도 등이 달라 소독제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합디다. 제발 돈주면 소독약 좀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하소연 하며 동네를 소독하면서도 수시로 약품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하거나 인근 아파트에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모습에서 답답한 심정을 느낄 수가 있다.

소독약을 어르신들과 이웃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가정용 소형분무기에 담고 있다. 권오섭 기자
소독약을 어르신들과 이웃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가정용 소형분무기에 담고 있다. 권오섭 기자

‘마스크 대란, 소독약 품절, 택배 지연 배송 등’ 마스크와 소독약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승 씨는 하루빨리 하나라도 정상이 되어 예전처럼 살아 움직이는 대구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또한 승 씨는 틈틈이 마련한 마스크 500장 이상을 지금까지 필요한 이웃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승 씨는 노원동을 코로나19로부터 청정지역을 만들기 위하여 사무실에 소독약을 혼합하는 별도 전용공간도 마련했다. 방역으로부터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여 어르신들과 이웃에게 직접 300~500ml 가정용 소형 분무기(분사기) 600여 개를 인터넷과 마트 등을 통하여 어렵게 사비로 구입하여 직접 혼합한 소독약을 담아 전달하고 있다. 또한 별도 소형 분무기가 있는 세대는 PET병 등을 가지고 오거나 소독약을 다 쓴 주민들은 사무실을 방문하면 친절히 리필해주고 있다.

도로주변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승윤배 씨. 권오섭 기자
도로 주변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승윤배 씨.  권오섭 기자

날씨 가리지 않고 방역에 여념, 종식되는 날까지

평일에는 동네 소공원과 골목, 도로변 등에 방역을 하고 비 내리는 날은 건물 등 실내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

동네를 소독할 때 주민들이 의심을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평소 얼굴도 서로알고 지내기에 코로나 때문에 방역을 한다는 얘기를 하면 ‘늘 좋은 일 하고 너무 수고 많다’며 서로 먼저해달라고 격려와 고마움을 전하는 이웃들이기에 거리감은 특별히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방역을 한다는 입소문을 타자 여러 곳에서 소독을 요청하지만 소독약 부족과 먼저 약속이 잡힌 장소부터 하다 보니 바로 달려가지 못해 늘 미안하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승 씨.

아파트 보다는 주택과 전통시장 등 골목이 많아 일일이 방역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승 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우리이웃을 위해 감염병 예방과 확산을 위해 계속하겠다는 마음이다.

승 씨는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아 아직은 소독을 많이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독지역이 넓어질수록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리라 생각하고 있다.

건물 내부를 방역하고 있는 승윤배 씨. 권오섭 기자
건물 내부를 방역하고 있는 승윤배 씨.  권오섭 기자

모두 힘 합쳐 어려움 극복하자!

“누가 시킨다고 저렇게 열심히 하겠어요. 저 양반은 전생부터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 같아요” “동네 어려운 일이나 궂은일도 마다않고 불쌍한 사람들이나 어르신을 만나면 그냥 보내는 일 없이 꼭 손에 뭔가 들려서 보내요”... 승 씨에 대해 이웃들의 얘기는 입을 맞춘 듯 한결같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일수록 시기와 질투보다는 서로가 힘을 합쳐 헤쳐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지금이 그 시간이다”고 강조하며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방역을 하겠다”며 노원동에서는 단 한사람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했다.

승 씨는 경북 청도 출신으로 동네 주변과 금호강 등 환경보호활동과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노원동 해바라기 공원에서 매월 2회 이웃의 어려운 어르신들께 국수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3월부터 12월까지 꽃마음 회원으로 매주 노원동의 어려운 이웃에게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도시락에 담아 직접 배달하는 등 평소에도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2고향인 노원동지킴이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대구경북환경감시부단장과 대구노원LH천년나무(1580세대)입주예정자협의회장을 지냈으며 지역발전을 위해 노원동발전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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