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닥터 지바고”
추억의 영화 “닥터 지바고”
  • 김병두 기자
  • 승인 2020.02.13 16: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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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겨울이면 다시 보고 싶은 지바고와 라라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 “닥터 지바고”

1968년 12월 22일 대한극장에서 개봉되어 2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러시아 혁명기를 헤쳐 나가는 지바고와 라라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이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와 삶을 일깨워 준 영화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은 러시아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을 오마 샤리프(유리 지바고역), 줄리 크리스티(라라 역), 제랄딘 채프린(토냐 역), 로드 스테이커(코마로프스키 역), 톰 커트니(퍄샤 역) 등 인기 배우들을 출연시켜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린 감동의 영화를 만들었다. 닥터 지바고는 제3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 음악, 미술, 의상, 촬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제2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닥터 지바고" 포스터   위키백과 제공
영화 "닥터 지바고" 포스터. 위키백과 제공

영화는 지바고의 형이 수력발전소에서 여공에게 너의 엄마를 라라라고 부르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지바고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된다. 유리 지바고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8세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고아가 되어 모스크바의 상류 가정인 그로메코가에 입양되어 자란다. 어느 겨울밤 크렘린 궁전 앞에서 학생과 노동자들이 기마병에게 살해되는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은 지바고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의사가 되고자 의학을 공부하고 남매처럼 자란 그로메코가 외동딸 토냐와 결혼한다. 라라는 어머니의 정부인 변호사 코마로프스키에게 성폭행 당한 후 크리스마스 무도회장에서 애인인 파샤의 권총으로 그를 죽이려다 총상을 입히고 코마로프스키를 치료하던 지바고와 라라의 운명적인 만남은 시작된다. 지바고는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군의관으로 전쟁에 참가했다가 간호사로 일하는 라라와 다시 만나게 된다. 지바고와 라라는 서로에게 아내와 남편이 있었지만 두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그 후 러시아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바고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모스크바로 돌아오지만 불안한 모스크바를 탈출하여 아내 토냐와 함께 우랄산맥의 시골 마을 바리끼노에 정착한다. 그곳에서 행복한 전원생활을 하던중 시를 쓰고 싶어 이웃 마을 유리아틴의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라라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어느날 라라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지바고는 빨치산에 붙잡혀 그들의 부상병을 치료하게 되고 지바고를 기다리다 아내와 아이는 파리로 떠난다. 빨치산으로부터 도망친 지바고는 라라의 곁으로 돌아와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코마로프스키가 찾아와 이곳도 위험한 지역이므로 떠나야 한다고 말하자 먼저 라라와 딸을 마차에 태워 역으로 보내고 마지막 이별을 하게 된다. 8년의 세월이 흐른 후 모스크바로 돌아온 지바고는 형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어느날 전차를 타고 가다 걸어가는 라라를 발견하고 급히 내려 쫓아가다 길바닥에 쓰러져 지병인 심장마비로 죽어간다. 마지막 장면은 지바고의 형이 지바고의 딸과 애인에게 발랄라이카를 연주할 줄 아냐고 묻고 수력발전소의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지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특히, 눈과 얼음이 쌓인 저택에서 라라가 탄 마차가 떠나가자 저택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성에 낀 유리창을 깨고 사라져가는 라라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지바고와 라라의 이별 장면은 지바고의 우수에 찬 눈동자와 함께 지금도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영화의 촬영지는 소련 입국이 불가능하자 스페인에 대규모 세트장을 만들고 설경은 캐나다 로키 산맥의 밴프국립공원과 레이크 루이스 마을 등에서 촬영하였다.

모리스 자르가 작곡한 영화 음악 “라라의 테마”도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영화음악이며, 메인 멜로디는 영화에 나오는 악기 발랄라이카로 연주했다. 나중에 가사를 붙인 "Some where my love"를 Andy williams가 불렀다.

영화 "닥터 지바고"  스틸 컷
영화 "닥터 지바고" 스틸 컷

지바고 역으로 열연한 오마 사리프는 1932년생으로 이집트에서 태어나 “아라비아의 로렌스” “화니걸”등 많은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하였으며 깊은 눈매와 우수에 찬 눈빛 연기는 여성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병으로 투병하다가 83세인 2015년 7월 10일 이집트 카이로의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1908년 영국에서 태어나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등 소설의 영화화와 “아라비아의 로렌스”, “콰이강의 다리” 등 전쟁 영화의 연출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1984년 “인도로 가는 길”이 유작이 되었다. 아카데미 감독상과 골든글로브 감독상 등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였다.

영화의 원작은 1957년에 출간된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이다. 1958년 노벨 문학상으로 선정되었으나 소련 정부가 사회주의 혁명에 반한다고 비판하자 부담을 느낀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거부하였으며, 1960년 5월 30일 70세에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장남이 대신 수상하였다. 1957년 이탈리아에서 먼저 출간 되었고 소련에서는 1988년 출간되었다. 작가인 유부남 파스테르나크가 56살에 만난 34살의 올가와의 사랑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닥터 지바고”는 1965년 미국에서 개봉된 후 1968년 세기상사에서 7만$에 수입하여 대한극장(1968. 12. 22∼1969. 2. 16)에서 2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흥행에 성공하였으며. 당시 영화 관람료는 개봉 방화가 100원 정도인데 외화 수입 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하여 500원을 받았다. 1978년 태창흥업에서 2차로 수입하여 스카라극장에서 31만여 명, 중앙극장 30만 4천여 명, 국도국장 4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1987년 대영영화사에서 3차 수입하여 중앙극장에서 상영하였고, 제4차 수입은 1999년 율가필름에서 수입하여 스카라극장에서 개봉하였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