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과 ‘인클루전 라이더’
영화 ‘기생충’과 ‘인클루전 라이더’
  • 강효금 기자
  • 승인 2020.02.13 10:1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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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다양성' 용인 지수는?
누군가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일 떄 묵은 관행은 바뀐다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은 봉준호 감독의 품에 안겼다. ‘기생충’이라는 어쩌면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르는 작품은 각본상, 감독상, 국제영화상과 더불어 작품상까지 받는 영예를 누렸다.

2년 전 같은 자리에 한 배우가 서 있었다. 당시 할리우드는 ‘미투' 운동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트로피를 받아든 프랜시스 맥도먼드(62)가 수상소감으로 꺼낸 단어는 ‘인클루전 라이더(inclusion rider)’였다. 관객석에서도 잠시 정적이 흐른 뒤에야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을 만큼 그 단어는 생소했다. 맥도먼드 자신도 영화에 35년을 몸담았지만 알지 못했다는 단어. 대다수 관객들은 인클루전 라이더가 무슨 뜻인지 몰랐던 것이다.

인클루전 라이더는 직역하자면 ‘포함 조항’이다. 포함 조항은 영화를 제작할 때 배우와 제작진의 성적·인종적 다양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한다는 내용의 계약조항을 뜻한다. 여성과 유색인종,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을 영화 제작과정에서 배제하지 말고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주·조연을 맡는 비중 있는 배우들이 출연계약서를 작성할 때, '인클루전 라이더'가 계약서에 들어가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 배우들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여야 영화제작사가 남성, 백인, 이성애자, 비장애인 위주로 배우와 스태프를 고용하던 종전의 관행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카데미상'이 유색인종에게 인색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리안(李安) 감독은 2001년 ‘와호장룡’으로 아시아 영화로서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지금의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와호장룡’은 아름다운 풍광과 그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욕망과 선과 악을 부드럽게 휘어지는 대나무 숲속의 대결 장면처럼 놓았다 끌어당기며, 화면 위에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펼쳐보였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작품을 극찬했지만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랐을 뿐, 외국어영화상 외에는수상하지 못했다.

영화 ‘기생충’이 4개 부문에 트로피를 안았지만 동양인 배우들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기 전에 우리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우리 사회는 과연 ‘다양성’을 용인하고 있는가. 여성에 대해, 유색 인종에 대해,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 지위가 낮은 사람에 대해, 나와 정치적 성향이, 종교가, 지향점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소신을 지키도록 지지해 줄 수 있는가.

 

“누군가의 마음을 결코 구속하려 하지 말라, 그러면 누구라도 당신에게 설복될 것이다.”

                                                                                               - 볼테르의 <관용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