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파(Old Parr)와 영국의 공중보건
올드 파(Old Parr)와 영국의 공중보건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2.13 12: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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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공중보건 역사

애주가들은 올록볼록한 갈색 유리병에 백발의 노인 초상화가 붙은 스카치위스키 올드 파를 대부분 알고 있다. 이 술은 152세 까지 장수한 영국의 토머스 파(Thomas Parr, 14831635)를 기념하여 스코틀랜드에서 제조하였는데, 감미롭고 그윽한 맛과 향으로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 토머스 파는 영국 슈루즈버리(Shrewsbury)의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80세에 처음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고, 123세에 재혼하였다. 백세 때 염문을 뿌리며 사생아를 낳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는 평소 농부로서 근검한 생활과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자랑하여 왔는데, 130세 까지 도리깨질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

 

153세가 되던 해에 그는 영주인 토마스 하워드(Thomas Howard) 백작과 함께 런던으로 가서 국왕 찰스 1(Charles , 16001649)를 알현하고, 귀족 작위를 받아 런던 사교계의 명사가 되었다. 그의 초상화는 이 무렵 궁정화가인 루벤스가 그린 것이다. 런던에서 생활한 지 채 몇 달 지나지 않아서 그가 사망하자, 안타깝게 여긴 왕은 시신을 부검하도록 하였다. 사망 원인은 기름진 식사와 런던의 오염된 공기로 밝혀지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국왕은 시신을 웨스터민스터 사원에 안장하도록 하였다.

당시 중세 유럽에서는 계속된 십자군 전쟁과 흑사병의 발발로 농노들을 잃은 영주들이 울타리를 치고 양을 키우기 시작하였으며, 장원에서 쫓겨난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이러한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을 토마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는 그의 저서 유토피아에서, ‘양이 인간을 잡아 먹는다라고 비꼬았다.

변혁의 선두에 있던 런던 빈민가의 주거 환경과 위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빴다.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올리버 트위스트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에서 런던 빈민가의 불량한 환경과 산업화에 따른 폐해를 고발하고 있다.

구역질나는 냄새와 쓰레기 더미, 쓰러질 것 같은 집들, 그 안의 초라한 내용물들은 산 것이나 죽은 것이나 모두 지저분한 길바닥으로 끈적거리며 흘러나오는 이 지역의 공기를 마시고 산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일상적인 말들(Household Words)’, 찰스 디킨스.

빈민가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오물과 하수뿐만 아니라, 산업혁명으로 연안에 건설된 수많은 공장 폐기물들이 같이 섞여서 템즈강으로 흘러 들어왔다. 템즈강은 커다란 악취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는데, 오염된 강물로 인하여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에드윈 채드윅(Edwin Chadwick, 18001890)은 전염병이 돌 때, 도시의 사망률이 시골에서 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총과 칼에 의한 외상과 전염병이 아닌 열악한 환경이 사망 원인이라는 획기적인 사실에 고무되어 그는 영국 하층민들이 일하는 공장과 주거 환경에 관하여 광범위한 조사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였다. 비위생적인 생활과 주거 환경이 런던 시민들의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원인임을 밝힌 그의 보고서에 따라서, 영국 의회는 1848년에 세계 최초로 공중보건법(The Public Health Act)을 제정하였다. 도로를 포장하고, 상하수를 분리하며 각종 쓰레기와 오물 폐기 규제를 시행하게 되자 수년이 지나지 않아서 노동자들의 사망률이 격감하고, 시민들의 평균 수명이 29세에서 48세로 늘어났다.

채드윅은 젊은 시절에 공리주의자로 유명한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의 비서로 활동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벤담은 개인의 행복을 위하여 국가가 많은 복지를 증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채드윅은 공직에서 은퇴한 뒤에도 빈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과 상하수도 개선 사업에 봉사하면서, 영국의 공중보건 위생에 일생을 바쳤다.

 

한강의 기적에 공헌한 사람은 많지만, 한강의 수질 개선에 평생을 바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맑고 푸른 한강은 금수강산 대한민국의 바로미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