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과 마파두부
죽과 마파두부
  • 김한영 기자
  • 승인 2020.02.10 10: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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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제의 '죽' 과 사천성 마파두부

'진시황제'는 중국 전역에 있는 여섯 나라를 통일하고 마지막 영남지역을 평정하기 위해 천하통일의 마무리 단계에서, 준비된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하여 진격을 명령한다. 무서운 기세로 진군을 거듭한 후 전투를 시작한 수십만의 진나라 병사들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다. 남쪽 지방의 높은 습도와 더운 날씨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투가 거듭 될수록 패전을 반복한다. 좀처럼 승전보를 울리지 못한 진나라 군대는 악조건의 기후와 싸우는 병사들의 체력 회복을 위해 종군 의사들이 긴급 대응책을 마련한다. 그것이 전통적인 약초를 기반으로 여러 종류의 식자재를 하나로 합쳐 개발한 '죽'(粥)이다. '죽'은 사람의 열을 내리고 해독을 하며 원기를 보충하고 먹고 나면 심신이 안정되고 활력이 넘친다는 기록이 있다. 진시황제의 천하통일에서 전투식량으로 사용된 '죽'이 바로 해남지역의 빙과수 '청보량'(淸補凉)의 원조이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소동파'도 조정으로부터 유배를 당한 후 매일 '청보량(淸補凉)을 한 그릇을 먹고 유명한 시를 짓었다는 일화도 있다.

해남의 '청보량(淸補凉)은 코코넛 즙에 여러 종류의 식자재(팥, 고구마, 대추, 파인애플, 녹두, 망고, 옥수수, 땅콩, 율무) 등 다양한 종류의 영양소가 들어간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특징은 모든 재료의 원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각 재료들을 분리해서 끓인 후 수분을 뺀 다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정성으로 만들어진 '청보량'(淸補凉)은 비타민을 보충해주고 더위를 식혀주며 해독작용을 비롯해서 '비장(肥腸)도 튼튼하게 한다. 폐 기능도 보양한다니 요즘 유행하는 '신종코로나' 면역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기자의 바람이다.  

 

사천성 '마파두부(麻婆豆腐)'는 18가지의 향료와 빨간색의 강렬한 비주얼로 미각을 자극하는 사천(四川)요리의 대표 음식이다.  사천사람들이 좋아하는 '산초' 와 호남지역의 이민자들이 전해온 매운 고추가 사천요리의 대표 재료이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마파두부(麻婆豆腐)'는 일본에서도 널리 찾는 중화요리의 하나인데 '만두'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명물 요리로 통한다고 한다.

1862년 지금으로 부터 150년전 '청두' 북쪽의 외곽 교외에서 밥집을 하던 가게주인 '진춘부'(陳春富)는 부인과 함께 정성을 더한 요리로 입소문을 타고 단골손님이 늘어났다. 그 중에 중요한 고객은 기름을 유통하는 짐꾼들이었는데, 이들이 자주 두부와 쇠고기를 사가지고 와서 야채기름과 함께 조리를 부탁했다. 얼굴에 깨점(麻点)이 있는 가게의 여주인이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은 소문을 타고 각지로 전파되어 중국 전역에서 인기를 얻게 된다. 이후 진씨 성을 따고 깨점(麻点)이 있는 부인과  할미 '파(婆) 의미를 합쳐 '진마파두부(陳麻婆豆腐)'가게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마파두부'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권 사람들이 자주 찾는 맛있는 요리다. 요리사에 따라 조금씩 맛이 다르지만, 얼얼하고 약간 매운맛에 알싸하게 혀끝을 자극하는 산초가 어우러진 '마파두부'는 애주(愛酒)가들에게 술안주로도 사랑받는 일품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