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사랑과 미움
외국어, 사랑과 미움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2.05 15:4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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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유감

오늘날 외국어는 필수불가결한 덕목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정작 그 앞에 서면 우리는 영원한 이방인이다. 인기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외국 생활의 이러한 경험들을 피력하여 슬픈 외국어라는 수필집을 내기도했다.

국교가 수립되기 전에 국제기구의 전문가로 중국에 파견되어서, 본부가 있는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비자를 받아 북경을 갔다. 통역을 대동하고 다녔는데 꾀꼬리 같은 그녀의 음성이 아직도 귀에 울리는 듯하다. “우링링샨샨바바“, 일행이 묵던 호텔의 전화번호이다.

천안문 광장(1990)
천안문 광장(1990)
중국 시안(손태화 교수, 1990)
중국 시안(손태화 교수, 1990)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연구 생활을 하면서, 집세가 싼 목조 2층 다다미방에서 가족과 같이 지냈는데, 아래층의 중국인 유학생이 소음 때문에 항의하러 왔다. 일본말로 서툴게 양해를 구하고 귀국할 때까지 친하게 지냈다. 일본어 공부를 미리 하고 왔던 차라, 얼마 지나지 않아 귀가 틔고 말이 나와서, 가끔 중국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일본 선수를 추월하고 금메달을 따서 의기양양하게 출근했는데, 연구실 분위기가 싸늘하게 굳어서 지레 짐작으로 조퇴를 하였다. 외국 생활에서 가끔 모른 척하고 넘어 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고야 대학 식품기능화학연구실(1992)
나고야 대학 식품기능화학연구실(1992)
나고야 히가시야마 공원(1992)
나고야 히가시야마 공원(1992)

시간이 흘러서 미국 보스턴에서 방문 연구를 하게 되었는데, 같은 연구실의 반 수 정도가 중국계 연구원이었다. 가끔 그들이 대화 하는 와중에 있으면 소외감을 넘어서 두렵기도 했다. 백인들과 대화를 잘 진행하다가, 말미에 헤매게 되어서 자조감과 회한에 빠진 경우도 더러 있었다.

미국 Tufts 대학 항산화연구실(2005)
미국 Tufts 대학 항산화연구실(2005)
Potluck 파티(Newton, 2005)
Potluck 파티(Newton, 2005)

우리 대학도 최근에 중국 유학생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기 위해서 중국어를 배워서, 겨우 간단하게나마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국가고시 출제위원으로 차출되어 한동안 격리된 생활을 하였더니, 하얗게 지워져 버렸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여러 나라에서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으며 국경을 폐쇄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도 발생 지역 주민과 통과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으며, 모든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특별검역신고서를 작성하고, 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확인하며, 국내의 연락처를 확인하여 입국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여행을 하거나 체류 중인 중국인들도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데, 중국어를 쓰면 승차를 거부하고, 식당과 호텔에서 아예 입실을 못하도록 한다고 한다. 대만이나 동남아 여행객들은 전세버스에 아예 국가를 명시하거나, 서툰 한국말로 중국 사람이 아니다라고 미리 말한다고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라는 속담처럼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소동을 겪은 우리 국민들에게 동일한 유형의 신종 감염병이 퍽 곤혹스러운 존재이다. 그렇지만, 세계 5위의 수출액을 자랑하는 OECD 국민으로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새해 손님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