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정당(政黨) 이름과 한국인의 의식
(46) 정당(政黨) 이름과 한국인의 의식
  • 조신호 기자
  • 승인 2020.02.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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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의 정당에 비하면, 한국의 정당 이름은 지난 7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이합집산하며 당 이름 백화점을 이루어 왔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의석을 가진 정당은 더불어민주당(121), 자유한국당(117석), 국민의당(39), 바른정당(32), 바른미래당(30), 민주평화당(14), 정의당(6), 대한애국당(1), 민중당(1) 모두 9개이다. 새로운 선거법에 따라 많은 기생 정당이 난립할 지도 모른다.

1958년 제4대 총선부터 주류를 이루어온 2대 주류 계보는 자유당과 민주당 계열이다. 자유당 계열은 자유당(1958)-민주공화당(1967)-민주정의당(1985)-민주자유당(1992)-한나라당(2000)-새누리당(2013)-자유한국당(2018)으로 흘러왔고, 민주당 계열은 민주당(1958)-신민당(1967)-평화민주당(1985)-민주당(1992)-새천년민주당(2000)-열린우리당(2004)-통합민주당(2008)-민주통합당(2012)-더불어민주당(2018)으로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해 왔다. 2018년 이후 양대 계열에서 분파된 군소 정당이 7개나 된다. 끊임없이 분당과 새 당명이 등장해 온 것이 한국 정당의 특이한 현상이다.

영국의 경우, 1832년의 선거법 개정으로 토리당(보수당; 자본가와 지주 대표)과 휘그당(자유당; 산업가와 소시민 대표)으로 발전되었고, 노동당은 산업혁명 이후 노동 계급이 성장하여 1906년에 결성되었다. 1차 대전 이후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대 정당에 의한 양당체계가 10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은 1800년 이전 토머스 제퍼슨 당(黨)에서 시작되어 남부의 농업지대를 지반으로 형성된 진보적인 정당이다. 공화당은 1850년대 미국 북부 및 서부에서 노예제도의 확산에 반대한 에이브러햄 링컨 등에 의해 창당된 보수당이다. 몇 개의 군소 정당이 있으나, 양대 정당 체재와 당명은 200여 년 변함이 없다.

일본의 자유민주당은 1955년 10월에 일본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보수합동으로 설립된 정당이다. 1993년 8월 제1야당으로 전락해 '55년 체제'가 붕괴되기도 했다. 일본사회당은 일본노동조합 총평의회(總評議會) 산하 조직의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여 사무직, 생산 공정과 판매 서비스 노무직, 일부 농민을 지지기반으로 하며, 도시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94년 연립정부 구성으로 집권한 사회당은 사회주의 노선을 포기하고 있다. 민사당(民社黨)은 전 일본 노동총동맹계(系)의 조직노동자·중소기업자 계층을 지지층으로 하는 도시 정당으로, 야당 중에서는 자유민주당에 가장 가까운 정책을 취하고 있다. 공명당(公明黨)은 불교 니치렌종(日蓮宗)의 창가학회(創價學會)가 만든 정당으로, 중도 혁신을 내걸며, 중소기업자, 판매서비스 노무직 층을 지지층으로 하는 도시 정당이다. 일본공산당은 1922년 지하조직으로 결성된 후 전후 합법 정당으로 공인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시적으로 세력을 떨쳤으나, 과격한 전술로 지지도 하락하며 크게 후퇴하였다.

영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의 정당에 비하면, 한국의 정당 이름은 지난 7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이합집산하며 당 이름 백화점을 이루어 왔다. 이러한 배경에는 1575년(선조8년) 사림(士林) 세력이 정치적 이권 다툼으로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지고, 다시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을 분열하면서 소위 ‘사색당파’라는 부끄러운 전통이 연관되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분당은 정치권력 쟁취를 위한 의견 대립이다.

이러한 의견 대립과 분열의 반복에서 오늘날 한국인의 의식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 특유의 조급성과 배타성이 졸렬하게 충돌하며 분당과 합당을 거듭하며 정당을 형성하고 당 이름도 만들어 왔다.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이 정치적 겉치레로 ‘분식(粉飾)’하는 것이 민족성이 되어버렸다. 오늘날의 콩가루 집안 정당이 건실해지려면, 배타(排他)를 포용(包容)으로, 졸렬(拙劣)을 관대(寬大)함으로, 조급함을 인내함으로 개선하면서 새로운 역사와 전통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아! 대한민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