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우리나라와 일본의 의료복지
(49) 우리나라와 일본의 의료복지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0.02.02 19: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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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9988234란 유행어가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욕망일 뿐이지 현실은 그렇지 못함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심장이 멎을 때까지 산소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것이 효도를 다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우리 문화에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수 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을 병원에서 연명치료에 의지한 채 누워서 세월을 보낸 다음 세상을 뜨는 것이 현실이다. 

의술의 발달과 삶의 질 향상에 따른 영양식 등의 원인으로 오래 살지만 노인성 질환으로 인하여 65세 이후에 평생 진료비의 2/3이상이 들어갈 정도로 건강하지 못한 형태로 오래 가는 것이 문제다.

노인 환자들의 입원 폭증은 결국 기존 병원중심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되면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다. 그래서 병원시설기준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은 사무장병원과 요양시설의 난립을 가져왔다.

2018년1월 밀양 ◯◯병원화재로 47명의 죽음과 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사건을 비롯하여 근년에 와서 가끔씩 일어나는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화재사건을 보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자.

몇 년 전 노인지회장의 직함으로 연수 기회가 되어 일본의 노인복지실태를 살펴보게 되었는데 우리보다 앞서서 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지금 재가 돌봄 서비스 체제를 국가가 추진하고 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시책으로 사람은 누구나 생활에 익숙한 자기 집을 벗어나고 싶지 않은 본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택에 거주하면서 이웃과 어울려 살고 싶은 노인들의 욕구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우리나라의 경로당과 비슷한 자치단체 운영의 탁노소가 있다. 아침저녁 버스가 지역을 순회하면서 낮 동안 노인들을 돌봐주고 있는 시설이다.

그리고 벌써 10년 전부터 “홈 케어” 중심의 거동장애 고령자를 위한 방문 진료를 활성화 하고 있다. 그래서 고령자 입원으로 인한 의료비도 줄일 수 있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져서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다가 나오면 담당의사의 퇴원 후 재택관리로 의사는 각종 처치기구와 주사제가 든 가방을, 진료 보조원은 환자의 전자 차트가 담긴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따른다.

진료에 의한 처방전 약도 환자 가족이 약국에 가서 타 올수가 없으면 약사가 환자 집으로 가서 약을 주고 복약 지도를 하며 간호사 여럿이 돌아가며 환자 집을 정기 방문하는 가정 간호가 전국에 약 9000팀이나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홈 케어 천국 일본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엄청난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의사 수 꼴찌인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요원한 일이긴 하지만 건강보험, 진료비등의 덤핑 공세에 의한 환자 유치로 경, 중 치매환자가 넘쳐나고 간혹 결박이나 수면제등의 사용에 의한 인권 유린의 경우를 보고 듣는 현실이다.

또한 삶의 현장에서 가족이 자주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고령의 환자는 버려 졌다는 생각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게 되고 의존심, 나태, 무기력 등의 새로운 시설 병이 등장하는 실정이다.

오래 산다는 것이 꼭 축복일 수만은 없다. 본인의 마음가짐과 함께 우리 복지정책에 대한 새로운 국가시책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