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곁들인 쌀국수
'고수' 곁들인 쌀국수
  • 노정희
  • 승인 2020.01.29 16: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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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의 빈대도 안 남아 난다
-쌀국수는 베트남 향토 음식
-우리 입맛에 맞는 하노이식 쌀국수

Y 시장에 들렀더니 ‘고수’가 눈에 띈다. 산업단지 지역이라 이방인 식료품 가게가 더러 보인다.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는 이방인들에게 반가운 일일 게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쌀국수를 조리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로마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고수를 사용했다. 빵에 섞어 향기를 내었고, 방향제와 위장의 가스를 배출시키는 구풍제로도 사용했다. 우리나라 사찰 텃밭에도 고수를 많이 심는다. 고수는 성질이 차서 열을 내리게 하므로 스님들의 수양에 도움이 된다 하여 사찰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익혀 먹기보다 생으로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다.

‘스님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의 빈대도 안 남아 난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고기 맛’이란 쇠고기, 돼지고기가 아니라 바로 ‘고수’라는 나물을 말함이다. ‘고수’라는 말이 ‘고기’로 와전된 것이다. 고수는 자랄수록 대궁 속이 대나무처럼 비어 있고 질겨지는데도, 그 맛을 알면 질긴 줄기조차도 남아나지 않았다. 그 질기디질긴 줄기가 ‘빈 대’였다. 고수가 고기 맛으로, 빈 대궁이 피를 빨아먹는 ‘빈대’로 바뀐 것이다.

고수는 호유(胡荽)·향유(香荽)로 표기하고 ‘고싀풀’이라고도 한다. 처음 대하는 사람은 냄새에서 거부감을 느끼지만, 조리하거나 다른 향료와 배합하면 독특한 향미를 즐길 수 있다. 고기 누린내를 없애는 데 고수가 중요한 향미료로 쓰인다. ‘뿌리와 잎은 기미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생채로 먹거나 김치를 담가 먹는다. 소화를 잘되게 하고 오장을 편하게 한다. 빈혈을 고치고 대·소장을 이롭게 한다’고 문헌에 나와 있다.

쌀국수는 면에 고기, 숙주, 고추, 양파 등을 올려 뜨거운 육수를 부어 말아 먹는 베트남 향토 음식이다. 동남아문화와 다문화가정의 영향으로 쌀국수의 파급효과가 빠르게 우리 생활에 파고들었다.

원래 쌀이 주식인 베트남에는 쇠고기보다 돼지고기와 어류로 단백질을 보충해 왔다. 프랑스 식민지 때 들어서서 쇠고기를 사용했다. 쌀국수를 ‘포(Pho)’라고 하는데, 이 말도 프랑스 말에서 유래되었다.

쇠고기 육수 퍼를 ‘퍼 보(phở bò)’, 닭고기 육수 퍼를 ‘퍼 가(phở gà)’, 새우 육수 퍼를 ‘퍼 똠(phở tôm)’이라고 한다. 하노이식 퍼는 고추, 식초, 라임 등을 곁들여 깔끔한 맛이다. 그러나 호찌민식 퍼는 장과 핫소스, 그 외 바질, 숙주, 양파절임 등을 곁들인다.

쌀국수는 우리 입맛에 거부감이 없다. 면발이 부드러워 어린이, 어르신들이 먹기에 좋으며 곁들이는 채소와 고기로 인해 영양적인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혹여 동남아식 새콤달콤한 맛이 싫다면 우리나라 식으로 멸치육수나 쇠고기 육수에 면을 말아 먹어도 무난하다. 중요한 것은 고수를 올려야 제대로 쌀국수를 먹은 느낌이 들 것이다.

만드는 법

1. 육수는 쇠고기, 닭고기, 해물, 아니면 우리 식으로 멸치육수를 내어도 된다.

2. 육수에 까나리액젓이나 진간장, 소금, 설탕, 식초를 식성에 맞게 가감한다.

3. 갖은 채소를 준비한다. 고수, 숙주, 양파는 기본으로 갖춘다.

4. 쌀국수를 찬물에 담갔다가 끓는 물에 데친 후 그릇에 담는다.

4. 쌀국수에 채소를 얹고 국물을 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