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구제금과 보험금
(3) 구제금과 보험금
  • 조신호 기자
  • 승인 2019.03.04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어학자, 심리학자 하야가와는 San Franscisco 대학 교수와 총장, 그리고 켈리포니아 상의원(1977-1983)을 지냈다.
언어학자, 심리학자 하야가와는 San Franscisco 대학 교수와 총장, 그리고 켈리포니아 상의원(1977-1983)을 지냈다.

올해 들어와서 실업률 4.0%를 기록하면서 청년 일자리 절벽 상황에 처한 한국 사회의 어려움이 크다. 어떤 지자체는 청년취업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고, 또 다른 곳은 여행비를 주겠다는 소식도 있었다. 좌절감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겠다니 좋은 일이다. 이를 시행하기 전에 돈을 지급한 후에 나타날 결과를 심도 있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에 관련해서, 미국의 언어학자 S. I. 하야가와(1906∼1992)의 저서 『사고와 행동의 언어(1949)』에 나오는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옛날에 지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작은 공동체가 있었다. 이 두 곳의 공통점은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백여 명의 실직자가 생겨난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첫 번째 공동체 A-town의 실직자 가족들이 굶주리게 되었다.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의논을 거듭한 끝에 한 달에 200 달러씩 ‘구제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냥 돈을 주면 도덕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점이 염려되었으나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구호 조사관’들이 대상자들과 면담 조사하여 개별적으로 수표를 지급했다. 구제금 수령자들이 당연히 고맙게 생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거의 대부분이 자신의 처지를 수치로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지 않았다. 지역 신문에서 마땅히 고마워해야 한다고 여론을 조성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실직자 대부분이 돈만 받고 하루 종일 놀기만 했다. 어떤 이들은 그 돈으로 격에 맞지 않게 소비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웃 사람들이 "나는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내는데, 저들은 날마다 게으르게 빈둥거리기만 한다.”라고 비난했다. 그 자녀들의 학교 성적이 내려가고 졸업 후 경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구제금 수혜자들은 자존감 상실로 우울증에 빠졌고, 이로 인해 A-town 전체 상황이 어렵게 변해갔다. 수혜자들은 자포자기하며 하나 둘 자살하기도 했다. 구호 정책으로 실직자들의 굶주림을 막았으나, 자살, 잦은 싸움, 가정불화, 사회단체의 응집력 약화, 어린이들의 부적응, 그리고 범죄율도 높아갔다. 지역 사회가 ‘가진 자(haves)’와 ‘못 가진 자(have not)’로 양극화 되면서 증오감도 증가되었다.

상대적으로 고립된 지역이었던 다른 공동체 B-ville은 완전히 달랐다. 자치단체의 지도자들이 그 지역의 집, 공원, 거리, 산업 및 B-ville이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것이 현재 실직한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직자들에게 보험 원칙을 적용 할 것을 제안했다. 실직자들이 지역사회 당국에 그 동안 공헌해 온 노력에 대한 ‘보험 청구’를 하면, 다시 일자리를 얻게 될 때까지 한 달에 200 달러를 받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천천히 참을성 있게 공론화 했다.

B-ville의 ‘보험 사정인’은 A-town의 ‘구호 조사관’보다 보험 특유의 영업 스타일로 대상자들과 면담했다. 양자 상호관계의 어려움도 껄끄러운 감정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B-ville의 계획에 대한 소식이 멀리 떨어진 대도시의 신문 편집인에게 전해지면서 사회 개혁의 본보기로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소식은 보험금 수표가 전달되기 전에 지역사회 모두에게 자긍심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보험금 지급은 지역사회의 큰 축하 행사로 시작되었다. 표를 의식한 그 주의 주요 인사들, 대학 총장, 군 관계 고위층들이 대거 달려왔다. 주지사와 시장이 군악대 연주와 함께 입장하여 멋지게 연설했다. ‘사회 보험 수표’를 받게 되는 가족들을 단상에 오르게 했다. 시장과 악수하는 수령자의 사진과 어린이의 머리를 두드리는 주지사의 미소가 지역 신문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의 신문에도 게재되었다.

보험 수표를 받는 이들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멋진 곳에 살고 있으며 이러한 배려 때문에 실직 상황에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이들은 신문에 사진이 나온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B-Ville의 실직자들은 자살하지 않았고, 실패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며, 범죄로 돌아가지 않았고, 개인적인 부적응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월 200 달러의 결과로 계급 증오를 발전시키지 않았다. 보험 수표를 받는 실직자들은 자진해서 거리를 청소하며 봉사활동에 나서며 살아있는 지역사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