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이하면서
설날을 맞이하면서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0.01.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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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초하루 떡국을 먹고 덕담을 나누고
한 해의 소원을 가족과 함께 기원한다.

어린 시절 유난히 설날을 기다렸다. 변변하게 겨울 옷 한 벌 사입을 여유도 없는 그 시절이 그래도 그립다. 소맷자락에 코딱지가 번지르하게 묻은 옷을 새옷으로 갈아입는 명절이 바로 설날이었다. 또한 뻥튀기 아저씨가 손수레를 끌고 오시면 설날을 알리는 신호였다. 먹을 것이 귀하고, 입을 것이 귀한 그 시절에 설날은 나에게 모든 것을 가지게 해주는 행운이었다.

설날은 왜 1월1일을 새해 첫날이라고 정하고 명절로 삼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설날 떡국을 먹는지? 가래떡은 왜 그렇게 기다랗게 뽑는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온 민족이 오랜 세월에 걸쳐 해마다 설날 아침이면 그렇게 열심히 떡국을 먹었던 것인지도 궁금하다.

설날은 정월 초하루로 예전 음력을 쇨 때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새해 첫날이어서 명절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양력은 서양 달력이 도입된 근대 이후 사용하고 있으며 한때 양력 1월 1일을 신정으로 설날을 정했다가 다시 구정 음력 설날로 환원했다. 왜 새해 첫날을 명절로 기념했으며 설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설날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기념하는 음력 새해 첫날이다. 음력은 달의 순환주기에 맞춰 만든 달력으로 고대로부터 동양에서는 음력을 사용했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여러 나라에서 음력을 달력으로 사용하면서 정월이 한 해가 시작되는 첫 달이 되었고 초하루인 설날을 명절로 기념하게 되었다.

설날이면 가래떡을 썰어서 떡국을 끓여 차례를 지낸 후, 가족들이 모여 앉아 떡국을 먹으며 새해 소원을 빌고 덕담을 나누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설풍경이다. 조상님께 올리는 신성한 제물이면서 가족 화합의 상징이 되는 음식이 바로 떡국이다. 국어사전에서 ‘가래’라는 단어는 찾아보면 떡이나 엿 따위를 둥글고, 길게 늘여서 만든 토막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가래떡은 그러니까 끊어지지 않게 길게 늘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것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번성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떡보다 더 힘든 노동과 정성을 더해 둥글고 기다란 떡을 만드는 이유는 가래떡이 설날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설날은 새봄이 첫해가 뜨는 날이라 원단(元旦)이고, 음양이 교차하는 날이어서 양의 기운이 살아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날이다. 시작과 부활의 의미를 가진 날이기 때문에 하느님과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며 풍년과 풍요를 빌었다. 그래서 차례 상에 올리는 떡국의 원료인 가래떡에 장수의 소원과 재복(財福)의 기원을 담았다.

백의민족인 한 민족은 고대에 태양을 숭배했다. 흰색은 태양을 상징하는 색으로 정결하고 깨끗한 흰옷을 좋아하는 것이 고대 한민족의 태양숭배사상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가래떡과 떡국의 하얀색에도 무의식적인 태양숭배사상이 담겨 있다. 우리 선조들의 순결하고 깨끗한 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설날은 추석과 더불어 부모를 찾아뵙고, 가족의 안녕을 묻기 위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민족은 부모를 섬기는 마음과 가족의 화목을 중요시하는 정신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을 명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설날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명절이기도 하다.

묵은 것을 털어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풍성한 경자년 한 해가 되어, 가정의 번성이자 국가의 번성으로 가는 풍성한 길목이 되기를 새해에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