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돌고 도는게 돈이다
(47) 돌고 도는게 돈이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0.01.20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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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광객이 여관을 찾다가 못 찾아서 민박집에 머물게 된다. 손님은 20만 원을 주고 방 하나를 잡았다.

민박집 주인은 그 돈 20만 원을 정육점의 밀린 고기 값으로 주게 되고, 정육점 주인은 세탁소에 밀린 세탁 비 20만 원을 갚게 된다. 세탁소 주인은 술집의 밀린 술값 20만 원을 갚게 되고, 술집 주인은 다시 민박집에 서 빌린 돈 20만 원을 갚는다. 그런데 손님은 방이 마음에 안 든다고 20만 원을 되찾아서 떠나버린다. 결국 이 마을엔 돈 20만 원이 돌고 돌아서 이웃 간 서로 빚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마을이 된다. 돌고 도는 게 돈이란 말을 참 재미있게 풍자한 이야기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인색하고 그들은 돈을 이용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해결 하려고 하는 경향을 우리는 종종 본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 모습은 한마디로 온통 돈과의 싸움이다. 때로는 돈이 위대한 힘을 갖고 그 힘으로 인간을 지배하려 들고 또한 인간 스스로 돈의 노예가 되는 경우를 현실사회에서 자주 본다.

요즈음 경영권 문제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항공회사를 보자. 회장의 장녀인 부회장의 땅콩서비스문제로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사건, 둘째 딸의 회의장에서 물컵을 던진 사건, 어머니의 수행비서와 집사에 대한 갑질 행동 등은 온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았는가? 미8군부대에서 고철을 받아서 항공회사를 일으킨 창업주 조○○ 회장의 검소한 정신은 어디로 가고 조상의 숭고한 정신을 더럽히고 부모, 형제들과의 싸움으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결국 돈의 위력 때문임을 우리는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돈은 곧 힘이다.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남긴 말에서 ‘유전 무죄요, 무전 유죄’란 말이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돈을 자기의 욕구나 욕망 또는 권력을 얻기 위해 사용하면 순간 돈은 나쁜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돈을 우리의 생활 수단으로 잘 사용하면 좋은 하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돈을 생활의 도구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돈은 누구든지 모울 수는 있지만 쓰는 데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쓰기 위해 모우는 게 돈이요, 모우기 전 먼저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순서이고 벌고 나서 그때 쓰는 법을 배우면 늦다는 것이다. 돈의 사용은 오랜 습관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많이 벌려고 애를 쓰다보면 돈의 노예가 되어서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고도 한다.

언젠가 형(86)과 형수(84)를 엽총으로 쏴 죽이고, 다가서는 경찰까지 쏴 죽인 후 자기도 자살하여 4명이 죽은 100억 재산가의 이야기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돈은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인간을 정복하려고 하며, 세상은 한마디로 돈과의 싸움이다. 돈이 인격은 아니지만 그것에 힘을 부여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인격자로 만들어주는 것이 돈의 위력이다.

쓰기 위해 모으는 게 아니라 모으기 위해 살아온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였던 건 아닌가 한번 돌아보자. 젊었을 때는 모우는 게 내 돈이지만 늙어서는 쓰는 게 내 돈이라는 말도 새겨 볼 말이다.

이제 우리 모두 가진 만큼 잘 쓰고 가자. 그런데 적게 가진 자가 많이 쓰고 싶고, 많이 가진 자가 적게 쓰고 싶은 게 문제다. 돈은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좀 불편할 따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