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골든라이프] 이상희 전 대구시장
[골든에이지 골든라이프] 이상희 전 대구시장
  • 정양자 기자
  • 승인 2020.01.13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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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중심으로 대구 확장을…지역 인재 키워라”

달성·화원·성서 이용방법 연구
대기업 연계 활용안 모색해야
패션 치우친 섬유박물관 실망
특색있는 문학관 조성 관심을
이상희 시장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양자 기자
이상희 시장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양자 기자

 

대한민국 후배 공무원들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선배. 중앙과 지방의 요직을 거치면서 ‘청렴한 관료’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삶을 살아온 사람. 해방 이후 역대 장관 중 최고의 장관으로 투표자 90% 이상 지지를 받은 사람. 대구시장(1982.5~1985.2 재임), 경상북도지사(1985.2~1986.1 재임) 중 역대 최고의 시장과 도지사로 뽑힌 유일한 사람. 이상희(88) 전 대구시장으로부터 새해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6년째 전국 꼴찌다. 열악한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먼저 대구의 지역적인 입지 조건을 생각해야한다. 달성, 화원, 성서 등 넓은 토지의 이용 방법을 연구해 보고, 대기업과 연계하여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장래 문제라고 미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역의 인물을 길러야 한다. 사람을 만드는 데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무엇보다 지역 인재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지역에서 “TK스럽다”라고 표현하는데, 대구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좋은 말도 아니지만 나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구의 기후에서 오는 성격 탓도 있다고 본다. 분지인 대구는 무더위를 참고 견뎌야 하는 인내심이 요구되는 지역이다. 기후와 입지조건의 영향으로 참을성이 키워지는 것 같다. 한 번 터지면 폭발력이 걷잡을 수 없는 성격도 지니고 있다. 경상도 사람은 예로부터 어른을 섬기는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거기에 참을성과 폭발성까지 지닌 지역민의 기질을 살려 나가면 힘도 되고 발전의 요소도 된다. 단점을 장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대구사랑이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관심 가는 부분이 있다면

▶나는 성주에서 태어났다. 대구는 제2의 고향이다. 중앙 부처의 장으로 있을 때는 물론 지금까지도 대구 경북을 생각하며 살았다. 낙동강을 대구의 한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이 되도록 해야 된다. 서울의 과거를 보면 당시 영등포는 서울(도심)이 아니었다. 그 곳이 지금의 금싸라기 땅인 강남이다. 서울의 예로 볼 때 낙동강을 중심으로 대구를 확장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성산, 선남 등 몇 개 면은 대구시 권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

-대구공항 이전에 대한 생각은

▶대구공항 이전은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외국의 경우 인구 200만명 이상 대도시에 비행장이 없는 곳이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 비행장은 도시 가까이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시장 재임 때도 소음문제는 있었다.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7대 3 정도의 비율로 공존하고 있다. 부정적인 시각이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강하게 들린다. 내가 재임 시에는 국제공항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후배 시장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재임 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여러 개 있었다. 특히 섬유박물관과 한약박물관을 만들고 싶었다. 최근 섬유박물관을 보고 실망했다. 패션에 치우친 느낌이 들었다. 섬유에 관해서 시간적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공간적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옷과 섬유에 관한 모든 것을, 원재료부터 완성품까지 직조, 염색, 봉제(청주, 이리)등을 아우르는 섬유박물관이 되어야 한다. 대구는 섬유 때문에 일어났다. 섬유를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또 우리 실생활에서 한약의 비중이 상당하다. 대구에는 약전골목이 있다. 여기에도 고대부터 현대까지, 파종부터 수확 후 약제에 이르기까지 체험을 겸할 수 있는 동양 최대 중심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다.

과거에는 대구가 국내 3대 도시였다. 정치, 교육, 문화 측면에서는 부산보다 앞섰다. 그러나 지금은 인천, 울산보다 뒤떨어진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훌륭한 문인들이 많다. 특색 있는 문학관을 만드는 것도 괜찮다. 후배 단체장이 문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무원들이 제일 존경하는 시장이라고 들었다. 비결은

▶오늘날 대구 도시계획이 재임 때에 이뤄진 것이 많다. 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하는데 나무만 심은 것이 결코 아니다. 관심을 갖고 심혈을 기울인 것은 수도와 도로다. 대구시장으로 부임한 그 해 5월 극심한 가뭄으로 시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었다. 그 뒤 전국에서 상수도 사정이 가장 좋은 도시로 만들었다. 다른 도시는 상수도 수원지가 한 곳밖에 없다. 서울은 한강, 부산은 낙동강 하나뿐이다. 대구는 낙동강, 금호강, 운문댐, 팔공산 등 수원지가 여러 곳이다. 각 수원지가 통하도록 되어 있다. 당시 금호강 오염이 심각했다. 영천에서 내려오면서 자정작용이 안 됐다. 때마침 수자원공사 사장으로 가면서 직원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호강 물을 정화하기 위해서, 청송에서부터 산 밑으로 터널을 뚫어 옛날 물줄기를 살리는 작업을 했다. 영천, 하양 주민들의 상수원으로 쓰는 것도 허락했다. 경북에서 쓴다는 것이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구미에서 대구 취수장을 못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30년 이상 공직생활 중 휴가는 단 하루 했다. 역대 장관 중 최고의 장관으로 최고의 도지사와 시장으로 3관왕으로 뽑아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평생 모은 희귀도서를 비롯한 귀중한 자료들을 기증했다. 지금 생각은

▶두류도서관과 대구시교육청에 기증한 자료들은 잘 보존되고, 시민들과 공무원들에게 잘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서구입비로 월급을 탕진한 사람이다. 후회도 없고 만족한다. 지금도 희귀자료 구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입한다면 기증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살았다. 돌이켜 보면 잘 살았는지 모르겠다. 돈이 눈에 보이는 정보가 있어도 땅 한 평 사본 적이 없다. 나는 확고한 소신이 생기면 강력하게 밀어 붙이는 추진력이 있다. 일산 30만 평 호수공원도 자유로의 폭 50m 도로도 내 주장으로 만들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존경과 청렴’의 의미를 체험했다. 그의 깊은 울림이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