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봉사 보며 결심, 생의 첫 기부 홍라윤 가족
어머니의 봉사 보며 결심, 생의 첫 기부 홍라윤 가족
  • 오금희 기자
  • 승인 2020.01.06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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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잔치 상 보다 일생동안 기억에 남는 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평범한 잔치 상 보다 일생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12월 30일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서 이색 돌잔치가 있었다.

홍운기・이미정 부부 둘째자녀(홍라윤・남) 첫돌을 맞이하여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사무처장 박선영)를 찾아 특별후원금을 전달했다.

홍라윤 생의 첫 기부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홍라윤 생의 첫 기부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홍운기・이미정 부부는 홍라윤 이의 첫 돌을 맞아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 주고 싶다는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잔치 비용을 후원금으로 전달하게 됐다고 소회를 말했다.

후원금을 전달 받을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후원 장소는 거창한 돌잔치 상 대신 아담한 사각 탁자 위에 아담한 크기의 쵸콜릿 케익과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 풍선 몇 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할머니와 함께 후원금을 전달하러 나온 가족은 수수한 옷차림으로 ′홍라윤 첫돌맞이 생애 첫 기부′ 란 이름으로 특별후원금을 전달하고 얼굴에는 연신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후원 후 단란한 가족 사진 홍라윤 사진 왼쪽 세번 째
후원 후 단란한 가족 사진 홍라윤 사진 왼쪽 두번 째

후원금 전달 후 라윤이의 아빠 홍운기(40) 씨에게 섭섭하지 않느냐고 묻자“일가친척을 초대해 아이의 돌을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보탬을 주는 일이 훗날 아이에게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 가족이 동참하게 되었다”며 쑥스러워했다.

특별후원금 전달으로 돌 잔치 대신 환한 가족 모습
특별후원금 전달으로 돌 잔치 대신 환한 가족 모습

홍운기・이미정 부부의 특별 후원금 전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12월에 태어난 첫째 딸 홍라희 돌잔치도 가족이 모여 간소한 밥 한 끼만 나누고 돌잔치 대신 그 비용을 특별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지사 생애  첫 기부자 명단 홍라윤 등록
지사 생의 첫 기부자 명단 홍라윤 등록

한 가정의 아빠 이자 가장인 홍 씨는 몇 해 전 우연한 사고로 인해 건강이 많이 좋지 않다. 건강이 좋지 않다보니 가정 형편 또한 그리 넉넉하지 않는 편이지만 두 아이의 돌잔치 대신 특별 후원금을 내기까지는 홍 씨 어머니인 김순기(69) 씨의 역할이 컸다.

어머니 김순기 씨 1만시간 자원봉사명예표창 지사 명예의 전당에 등록
어머니 김순기 씨 1만시간 자원봉사명예표창 지사 명예의 전당에 등록

어머니 김순기 씨는 올해 대한적십자사봉사회와 각종 복지관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해온지가 올해로 22년째다. 이런 저런 봉사활동으로 2019년 11월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연차대회에서 1만 시간 자원봉사 유공 명예표창을 받았다.

날만 새면 무료급식과 민요 봉사를 일상처럼 하고 다니는 어머니를 보면서 홍 씨의 후원금 전달은 특별한 후원금이 아닌 어쩌면 자연스레 엄마의 뒤를 이어가고 있는 일상이 되었다며 한 마디를 던지며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길은 한파도 녹일 듯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홍 씨의 선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시내에서 아르바이트 하다가 우연히 헌혈의 집을 발견하고 시작한 헌혈봉사가 올해로 50회째다. 홍 씨는 처음에는 헌혈 50회 금장이 목표였으나 자신이 기증한 헌혈이 소중한 목숨을 구하는데 사용되고 있음을 알고 이제는 100회 헌혈 명예 장에 도전장을 걸고 있다.

온몸이 아파 병원을 전전하던 중 아들 홍 씨의 권유로 헌혈봉사에 참여해오고 있는 어머니 김 씨의 헌혈 횟수는 올해로 59회다. 헌혈 봉사 후 그렇게 아픈 팔이 씻은 듯이 낳았다며 적지 않는 나이에도 헌혈 할 수 있도록 건강을 내려 주심을 오히려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 어머니 김 씨는 “결혼 후 사글세 방 전전하며 파지를 깔고 살아야할 만큼 어려운 살림에 맏아들인 홍 씨가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며 이야기 도중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 김 씨는 넉넉지 않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남매 낳아 예쁘게 키우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아들이 대견스럽다며 건강이 주어지는 날까지 가족 3대가 봉사를 이어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 했던가!” 3대가 숨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를 응원하며 소외계층에게 사랑과 나눔의 온기를 나누는 현장을 취재하면서 이 가족에게 축복과 영광이 내내 함께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