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릉의 꿈을 담은 일출
문무대왕릉의 꿈을 담은 일출
  • 이원선 기자
  • 승인 2019.12.27 16: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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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면 일출 포인트로 각광을 받고 있는 문무대왕릉이다.
구불구불한 신작로를 헌털뱅이 버스가 느릿느릿 지나간 뒤로 희뿌옇게 따라 붙는 먼지 같은 것이었다.
소박하게 보여주는 만큼 알아서 적당히 누리란다.
물안개에 휩싸인 작은 돌섬. 이원선 기자
물안개에 휩싸인 작은 돌섬. 이원선 기자

알람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일으켰다. 이럴 때는 갓 훈련을 마친 이등병처럼 군기가 잔뜩 든 행동이다. 어떻게 보면 겨울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는 동료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한 겨울의 추운 날씨 속의 5분은 보통의 20~30분과 맞먹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여행을 즐기려면 함께 가란 말이 있듯이 크리스마스란 휴일을 맞아 3인 1개조로 일출을 맞이하려는 것이다. 목적지는 겨울철이면 일출 포인트로 각광을 받고 있는 문무대왕릉이다.

문무대왕릉은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 바다 속의 자그마한 돌섬 속에 있다. 사적 제15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왕암(大王岩)이라고도 한다. 문무대왕은 681년(문무왕 21) 음력 7월에 죽었으며, 유언에 따라 화장해 동해의 큰 바위에 장사지냈고 《해동금석원(海東金石苑)》에 탁본으로 전해지며 당시 56세였다.

문무대왕릉의 일출. 이원선 기자
문무대왕릉의 일출. 이원선 기자

추위를 잊고 고샅을 누비는 꼬마들의 크리스마스는 유별나서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교회를 일 년 중 유일하게 찾는 날이기도 하다. 동네꼬마들이 우르르 몰려들면 목사님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지 양팔로 몽땅 안을 기세로 달려 나온다. 두메산골 개척교회의 진풍경 중 하나다. 각자 자리에 앉아 떠들다가도 설교가 시작되면 자는 듯 고개를 의자에 쳐 박고 있다. 마음은 온통 빵과 사탕에 있어 지겨움에 주리가 틀리지만 꿋꿋하게 참아내는 중이다. 드디어 “아멘”하고 고개를 들자 아예 의자 위에 올라섰다.

어머니께서 물었다. “빵이 맛이디?”

“응~”하고는 호주머니를 부스럭거려 사탕을 꺼내면 “할머니 드려라!”하신다. 사랑방 문을 배시시 열고 들어가 “할매 사탕 드세요!”내밀면 기다란 곰방대에 엽연초를 재워 다황(성냥)을 길게 그어 불을 붙여 “후~”하고 몇 번을 내뿜은 후 재떨이에 탕탕 내려치신다. 심히 마뜩찮은 표정이다.

문무대왕릉의 인출을 담는 진사님. 이원선 기자
문무대왕릉의 인출을 담는 진사님. 이원선 기자

이는 불교를 믿는 집안에서 교회란 있을 수 없다는 무언의 표시다. 그렇다고 없는 형편에 빵은 고사하고 눈깔사탕 하나 살수 없는 입장이고 보면 손자의 철없는 행동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듯 때 아닌 시집살이로 지청구 같은 꾸지람을 듣는 날이지만 내 논에 물이 들어간 듯 미소 짓는 날이기도 하다.

겨울바다는 늘 추위를 친구처럼 대동하고 있다. 처음 차에서 내릴 때는 온기로 데워진 몸이 추위를 잊은 듯 했으나 곧장 옷깃을 세운다. 잔뜩 웅크린 자세로 바다를 보자 하늘이 맑다. 오메가(Ω)를 볼 수 있다고 마음이 들뜨는 순간이기도 했다. 헌데 왠지 불안하다. 길게 누운 수평선으로 뭔가 모를 이물질 같은 것이 흩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 구불구불한 신작로를 헌털뱅이 버스가 느릿느릿 지나간 뒤로 희뿌옇게 따라 붙는 먼지 같은 것이었다.

일출 속의 조화로움. 이원선 기자
일출 속의 조화로움. 이원선 기자

점차 날이 밝아오자 그 희뿌옇게 보이던 물체는 기온차로 인해 바다에서 오르는 물안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꿩 대신 닭이라 해야 하는지? 닭 대신 꿩이라 해야 하는지?

사진을 하다보면 각기 취향이 다름을 발견한다. 오메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바다 위를 자욱하게 덮어오는 해무를 닮은 물안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욕심 같아서는 둘 다를 원하지만 자연은 그런 탐욕스런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소박하게 보여주는 만큼 알아서 적당히 누리란다.

바다를 응시하는 눈들이 새호리기가 까치집을 노리는 눈매를 연상케 한다. 갈매기와 까마귀가 뒤섞여 하늘은 뒤덮은 가운데 파도에 묻힌 셔터 소리만 자갈밭을 지나는 탱크소리로 자글자글하다. 내 카메라 속에는 어떤 바다가 출렁이며 저기 저 많은 카메라들 속에는 또 어떤 그림들이 오늘의 바다를 일기로 남길까?

바다 위로 연신 물안개가 뭉글뭉글 피어오르고 태양 빛은 그 물안개를 뚫어 벌겋게 눈에 부시다.

물안개에 뒤 덮힌 바다. 이원선 기자
물안개에 뒤 덮힌 바다. 이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