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식품, 버섯
신의 식품, 버섯
  • 노정희
  • 승인 2019.12.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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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을 좋아한 네로는 '버섯황제' 애칭
-버섯은 에너지원, 기호식품, 기능성 식품

아침 잠결에 카톡 소리가 요란하다. ‘현관 앞 배송 완료’, 첫새벽부터 누가 물건을 보냈을까, 눈 비비며 나가보니 식료품을 담은 아이스박스가 놓여있다. 쇠고기 네 팩에 버섯과 채소가 들어있다. 다시 카톡이 뜬다. ‘메리 크리스마스, 맛있게 드십시오.’ 큰아이가 보낸 것이구나.

요즘 송년 모임이 줄줄이 사탕처럼 엮여있다. 갱년기 여자들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며 푸념이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면 금붕어? 물이 주식이면 주전부리 부식을 줄여야 겠다. 송년, 신년 모임은 나래비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배둘레햄을 벗어나기는 애당초 글렀다.

상자에서 재료를 꺼내본다. 표고버섯, 새송이, 팽이, 피망, 고기…. 무슨 요리를 할까. 버섯은 수분이 대부분이며 저칼로리라 비만을 예방해 준다고 하니 버섯구이 해볼거나. 주요리는 버섯, 부요리는 고기로 해야겠다.

버섯은 균류에 속한다. 고대 사람들은 버섯을 ‘대지의 음식물(the provender of mother earth)’, ‘요정(妖精)의 화신(化身)’으로 불렀다.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버섯의 맛을 즐겨 ‘신(神)의 식품(the food of the gods)’이라 극찬하였고, 중국인들은 불로장수(不老長壽)의 영약(靈藥)으로 이용하였다. 대표적인 버섯 애호가는 로마 시대의 네로황제이다. 네로는 미식가여서 살이 찌는 것이 고민이었다. 하지만 버섯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어 버섯을 따오는 사람에게 버섯무게만큼 황금을 주었다는 ‘믿지 못할’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 ‘버섯황제’라는 애칭까지 얻었다는 것은 버섯을 그만큼 즐겼다는 것이다. 진시황은 영지버섯을 불로초로 여겼고, 조선 시대 영조는 송이버섯 애호가였다고 전한다.

요즘은 버섯을 재배하니 사시사철 구할 수 있다. 이 또한 ‘먹는’ 축복의 하나이다. 버섯은 에너지원이 되고, 기호식품이며, 기능성 식품으로 생체조절 기능을 해준다. 또한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는 채소와 비슷하면서도,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고루 가지고 있다. 버섯에 함유된 에고스테롤은 햇빛을 흡수해 비타민 D로 바뀌어 칼슘 흡수를 돕는다. 버섯을 햇볕에 말려서 먹으면 좋은 이유이다.

싱싱한 표고버섯이라면 생으로 참기름장을 찍어 먹어도 된다. 버섯을 구워 기름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손질한 버섯을 올려서 볶아도 맛있다. 후자는 버섯이 기름을 많이 흡수해 고소한 반면 질깃한 맛이 있으나 그 맛이 별미이다.

버섯을 들기름 두른 팬에 굽고, 고기 몇 점을 덧굽는다. 기름장과 우스터소스를 곁들여 찍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