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잘난 아들을 둔 어느 아버지
(43) 잘난 아들을 둔 어느 아버지
  • 김교환 기자
  • 승인 2019.12.21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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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부잣집이란 소리를 들으며 똑똑한 아들 형제까지 두어서 다복하게 살아가는 노부부가 있었다. 큰아들은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서울에서 고위직 공무원이요, 작은아들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역시 서울에서 법관으로 있어 이웃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몇 년 세월이 흘러서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 혼자 남게 되고 보니 여러 가지로 궁색하기 짝이 없게 되었다. 명절에 고향집을 찾은 두 아들 내외는 여생을 잘 모시겠으니 정리하고 서울로 가자는 말에 결국 살던 집은 고향 생각 날 때 찾도록 그냥 두고 농토는 전부 팔아서 두 아들에게 나눠주고 서울로 가게 된다.

큰 아들 집에서 몇 개월 지내는 동안 아무래도 시골집과 달리 불편하여 다시 작은 아들네 집으로 가보았지만 역시 편치를 못하고 서로 의지할 마땅한 친구도 사귈 수 없고 고향 친구들이랑 시골집이 그리워진다. 외로움으로 날이 갈수록 힘들어진 할아버지는 두 아들에겐 말도 없이 훌쩍 떠나서 시골집으로 와버린다.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목수를 찾아가서 아주 든든하고 멋진 나무 상자 하나를 짜 달라고 부탁을 해 놓고 자기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깨진 유리조각을 전부 주워 모은다.

유리 조각을 궤짝에 가득 채운 다음 아주 크고 튼튼한 자물쇠를 채워서 당신의 침대 앞에 가져다 놓았다. 다시 명절 때 마다 고향집을 찾게 된 두 아들 내외는 전에 없던 궤짝을 보게 되고 흔들어 보아도 쇠 조각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날뿐 두 아들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아버지가 자신들도 모르게 보물을 숨겨 놓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후 두 아들 내외는 명절 때 이외에도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서 고향집 아버지를 찾게 된다. 그럴 때마다 그 나무 궤짝이 매우 궁금하다. 그렇게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서 홀아버지도 세상을 떠나게 되자 장례를 치르자마자 두 아들은 그렇게도 궁금하던 나무 궤짝을 드디어 잔뜩 기대를 걸고 열어 본다.

기대와 달리 깨진 유리 조각만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보면서 크게 실망한 나머지 큰형은 너나 가져라 하면서 동생에게 준다. 동생은 그래도 아버님 유품이라 유리조각은 버리고 나무궤짝이라도 가져다 놓을 생각으로 다 쏟고 보니 바닥에 편지 한통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내 첫째 아이를 얻고는 너무 기뻐서 울었다.

둘째 놈 얻고는 너무 좋아서 웃었다.

그로부터 삼십 수년 동안

나를 수없이 울게도 웃게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좋아서 울게도

기뻐서 웃게도 않는구나.

이젠 사금파리 깨진 유리조각처럼 추억만 남았다.

이놈들아 !

네 자식들은 내 자식들처럼 키우지 말거라.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