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사랑의 열매
(38) 사랑의 열매
  • 조신호 기자
  • 승인 2019.12.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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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知天命)은 사람이 하늘이니, 우리 모두 하늘이 되어, 하늘처럼 살아야 한다는 지상 명령이다. ‘지천명(知天命)’하여 사랑과 평화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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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마지막 주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겨울에도 열정적인 단심(丹心)이 돋보이는 먼나무 열매가 인상적이었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의 가슴에도 붉은 먼나무 열매처럼 ‘사랑의 열매’가 피어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에서 이웃돕기 운동이 시작되기 때문에 더욱 반가운 모습이었다. 빨간 열매 세 개를 하나로 묶은 ‘사랑의 열매’는 ‘나, 가족, 이웃’을 사랑하는 사회운동의 상징이다.

요즈음 매월 일정 금액으로 국내외 어려운 이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와 함께 해마다 연말연시에 이웃사랑 운동을 펼치고 있어서 훈훈하다. 날마다 세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매일 씻어도 자꾸만 먼지로 얼룩지는 얼굴처럼 우리 마음도 나 혼자 잘 살려는 탐욕으로 어두워지니 밝은 등불을 켜서 밝히려는 운동이다.

욕심이 없으면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꿈틀거리는 욕망에서 애써 노력하는 에너지가 나온다. 문제는 끊임없이 파고드는 소유에 대한 집착이다. 작은 집착이 더 큰 집착으로 증폭하면서 온 세상이 전쟁터가 되어버린다. 너를 짓밟아야 내가 산다는 투쟁에 행복보다 불행이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아프리카에는 생존 전쟁을 평화로 이끌어가는 ‘우분투’라는 정신이 있다. 우분투는 ‘우리가 있어서 내가 있다!(I am as we are!)’라는 뜻이다.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 내가 존재한다’ 라는 생각이 바로 ‘우분투’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넬슨 만델라와 투투 주교가 이주민 백인 유럽인들이 만든 포악한 차별주의로 고통 받던 나라를 우분투 정신의 민족운동으로 살려낸 피나는 역사가 있다.

일찍이 동북아시아 지역에도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철학이 전승되어 왔다. 유학의 서(恕)가 그것이다. 서(恕)는 일반적으로 ‘용서하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깨닫다’ ‘밝게 알다’라는 의미가 그 핵심이다. 너와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삶을 두루 깨닫지 못하면 진정한 용서가 불가능하다. 삶의 이치를 밝게 깨닫지 않고 표면적인 용서만 한다면 내면에 들어있는 분노가 그것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서(恕)는 같은 여(如)+마음 심(心)으로 결합된 글자이다. ‘너와 내가 같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공자는 사람이 평생 실천해야 할 것을 ‘서(恕)’라고 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게 해서는 안 된다.(己所不欲勿施於人)라고 풀이해 주었다. 한 마디로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라’라는 말이다.

기독교의 근본인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예부터 천심(天心)이라 했다. 30세에 이립(而立), 40세에 불혹(不惑), 50세에 지천명(知天命), 60세에 이순(耳順)이라 했으나, ‘지천명(知天命)’의 뜻을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천심을 아는 것이 천명(天命)이다. 국내에 발간된 여러 서적을 살펴보아도, 지천명은 ‘천명을 아는 것’이라고 풀이되어 있을 뿐, ‘천명’이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 밝혀 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여러 가지 노력 끝에 ‘천명’은 ‘서(恕)’이고, 서‘(恕)’ 가 바로 우분투(ubuntu)’이며,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터득하게 되었다.

지천명(知天命)은 사람이 하늘이니, 우리 모두 하늘이 되어, 하늘처럼 살아야 한다는 지상 명령이다. ‘지천명(知天命)’하여 사랑과 평화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올해도 ‘사랑의 열매’가 더욱 빛을 발하여 밝고 따스한 연말이 되기를 기원한다. 제주도의 먼나무가 전남, 경남 해안에도 자라면서 겨울을 붉게 밝히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사람들의 시린 가슴에도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