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지회(首席之懷)
수석지회(首席之懷)
  • 정신교 기자
  • 승인 2019.12.06 15: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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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학력고사 수석

과거에는 직장이 안정되고 주택을 구입하면 수석(水石)과 분재(盆栽)를 구하고 장식하는 것이 중년 남성들의 중요한 취미 생활이었다. 주말이면 동호회 등지에서 명산대천으로 돌과 나무를 구하고 캐러 다니는 통에 전국이 몸살을 했다.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수석들이 거래되기도 하였는데, 어느덧 아파트 생활이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가까운 교외에서 경작을 하면서 주말의 전원생활을 즐기는 쪽으로 바뀌었다. 사유(私有)에서 공유(共有)하는 개념으로 식자들의 생각이 진화되었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힘센 수석은 청와대 민정 수석(首席)이 아닐까? 올 들어 줄곧 매스컴을 달구는 J 수석 때문에, 우리들은 수석이라는 용어에 무의식중에 거부 반응과 염증을 느끼고 식상해 한다. 대통령 비서관에 지나지 않지만, 최고 권력을 대행하는 지위로서의 임무와 권한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만 유독 막강하다.

 

뭐니뭐니해도 수석은 공부 잘하는 수석이 최고다. 예비고사나 학력고사를 치른 후 전국에서 인문계, 자연계 수석이 나오면, 매스컴들에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만발한다. 대학교 졸업 수석은 대개 전공 분야 별로 매년 순번을 정하기 때문에, 의미가 적다. 박근혜 대통령도 서강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학력고사 수석으로 이력을 장식하던 정치인들도 뒤끝이 좋지 못해서 공부의 수석은 정치하고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용개남과 흙수저들의 일화를 열거하는 선부(先夫)의 밥상머리 훈시에 질려서 상업고등학교를 진학하였다. 고교 시절 수석을 도맡아 하던 HK, 그리고 필자가 성적이 최상위권 이었는데, 2학년이 되면서, 주산과 타자와 같은 실기에서 덩치가 큰 K와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진로를 바꾸었다. K는 결혼 후 이민 가서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다. H는 고교 졸업과 동시에 상고생들의 로망이던 외환은행에 입사하였다. 가끔씩 해외 활동 소식도 듣곤 했는데, 얼마 전 모임에서 안타까운 타계 소식을 들었다. 눈이 매섭고 얼굴이 붉었던 그에게서, 당시 삼국지 광팬이던 나는 관운장을 떠올리기도 했었다.

 

올해의 학력고사에서는 15명이 만점을 맞았는데, 가운데 진짜 흙수저가 나왔다. 비정규직인 편모 슬하에서 사교육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김해외고의 송영준 군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흙수저 대통령의 고향에서 나온 전국 수석(首席)이라서 더욱 뜻깊다.

어려운 처지와 여건에 굴하지 않고 즐겁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달성한 송영준 군의 쾌거에 온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오색찬란한 무지개를 따라서 그가 이룩해 나갈 성취에 대한민국은 주목하고 있다.

 

수석 만세! 송영준 군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