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개원내과의사회 제석준 회장을 만나다
대구경북개원내과의사회 제석준 회장을 만나다
  • 유무근 기자
  • 승인 2019.12.06 17:5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방처럼 환자들과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병원
기본에 충실한, 환자의 몸 전체를 바라보고 진단하는 겸손한 의사
어릴 적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건강한 의사
일차 진료를 통해 중증환자를 줄이는데 보람
의사야말로 자신의 천직

 

건강제일내과 제석준 대표원장

 

‘사랑방’처럼 누구나 와서 얘기하고 건강 상담을 할 수 있는 병원. 편안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강’을 ‘제일’로 생각하는 병원장, 바로 제석준(53) 원장이다. 원장님, 박사님, 대표님, 회장님 여러 호칭 중에서 ‘의사선생님’이라는 말이 제일 좋다는, 환한 표정의 대구경북개원내과의사회 제11대 제석준 회장에게 건강과 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993년에 경북대를 졸업하고 파티마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마쳤다는 제석준 회장은 1996년 육군 군의관으로 특공부대에서 잠수함 남파 간첩사건 때 완전무장하고 출동한 복무경험이 있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이후 전문의 레지던트과정을 마치고 ‘사랑의 장기운동본부'를 거쳐 개인내과의원을 열었다.

 

- ‘건강제일내과’라는 병원명이 인상적입니다. 요즘에는 내과도 세분화되어있는데 특별히 중점적으로 진료하시는 분야가 있나요?

 

▶ 2002년에 설립했고 대구시 중구 대신동 현 위치에 2008년 이전하여 개원했습니다. 원래 병에는,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일차 예방이 있습니다. 건강검진은 조기에 발견하는 단계로 이차 예방이라고 합니다. 제가 의과대학을 졸업하던 때에는 지금처럼 내과를 세분화하지 않았습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방법에는 문진, 시진, 청진, 촉진 등의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세밀한 장비들이 개발되어 환자의 병을 발견하는데 용이하게 쓰입니다.

하지만 저는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 목소리, 여러 상태를 통해 병을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생긴 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과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여 병이 합병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이 있을 때 약을 복용하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약을 한 번 먹으면 평생 동안 먹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때 치료를 하지 않고 약을 먹지 않으면 뇌경색 등 다른 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저는 그런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치료와 꾸준한 예방을 권유합니다. 치료 시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지요.

실제로 옛날에는 한 집 건너 한 명씩, 중풍으로 쓰러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치가 많이 떨어졌지요. 고혈압, 당뇨, 심장, 뇌혈관, 비만 등이 급증했음에도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의사들의 역할이 컸다는 말이지요. 저도 내과 의사로서 일차진료를 통해 일조를 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런 예방사업은 특히 일차 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내과는 범위가 광범위합니다. 어렵지 않으신가요.

 

▶ 사람의 병은 하나만 가지고 예단할 수 없습니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이로 연관되어 시력이 나빠질 수도, 속이 아플 수도 있고, 말초신경 순환 장애, 뇌경색 초기증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과의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을 내려야합니다. 일차 의료에서는 하나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의료계도 각 분야별 세분화가 너무 진행되어 종합병원에서도 내과분야라 하더라도 순환기내과 의사가 내분비내과 약물에 대해서는 무슨 약이 그리고 어떻게 진단 치료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차 동네의원은 환자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상태에 따라 일차 의료에서 안 되면 종합병원이나 수술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습니다.

 

- 20년 동안 환자를 대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 저는 늘 하는 대로 환자를 대했는데, 환자들이 해외를 다녀오며 감사의 작은 선물을 건넬 때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아, 내가 의사가 되길 잘했구나’하는 순간이지요. 저를 찾아온 중증 환자가 현저하게 호전되는 과정을 보며 감사하다는 눈길을 보내올 때,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할 때입니다. 암이 아니다 싶은데도 미심쩍어 조직 검사를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암이라고 잡힌 겁니다. 이럴 때 의사로 뿌듯합니다. 급속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거든요.

한번은 환자가 갑자기 대기실에서 쓰러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119에 연락하고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집에서 쓰러졌으면 골든타임을 놓쳤을지도 모르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인체 장기내부 모형과 건강이 제일이다

 

- 의사로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는지요.

 

▶ 확률적으로 생길 수 있는 경우를, 의사라고 다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인간으로서 지닌 한계이지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비난을 받을 때,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다잡습니다. TV에서 소수 의사의 일탈이 전체 의사의 일로 매도될 때, 솔직히 제 선택을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임세원 교수님의 안타까운 사연은 가슴 저리게 와 닿습니다.

 

- 의료 정책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은.

 

▶ 동네 슈퍼 작은 가게 단골 소비자들도 식자재류 등 화려한 시스템으로 포장된 대형마트가 생기면 그곳으로 몰립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시설과 조건이 갖춰지면 환자가 거기로만 몰립니다. 간단한 병도, 작은 동네 의원을 외면하게 됩니다.

산부인과도 옛날보다 의료수가는 낮고, 위험도는 높으니까 애를 받지 않으려 합니다. 위험도는 낮고 수가 높은, 경제적 수입이 보장되는 쪽으로 로컬 병원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필수 의료에 대해서 정부가 방향을 돌려 정책을 보완해야 합니다. 다른 건 다 OECD와 비교하면서, 왜 미국에 100분의 1 일본에 10분의 1 중국· 인도· 베트남보다 못한 의료수가는 비교하지 않는지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비급여에 매달리는 거지요 .

 

- 좌우명은.

 

▶ 저는 ‘꿈을 향해 간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생각을 갖고 꿈을 가져라” 제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습니다. “꿈을 갖고 노력했을 때 80% 이상은 이루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 말씀을 돌이켜 보니, 내가 많은 것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꿈을 가지고 노력하라”고 가르칩니다.

 

-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 혈압, 당뇨 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면서요 하고 의사가 처방하려는 약을 기피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뽕잎이나 누에, 돼지감자가 당뇨에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검증도 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매달리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과 시간, 돈을 낭비하게 됩니다. 치료시기를 늦추는 것은 물론이고요. 과학적으로 증명된 치료를 해야 합니다. TV나 SNS를 통해 퍼지는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마셨으면 합니다.

저는 의사라는 제 직업을 천직으로 여깁니다. 사랑방처럼 지나가는 길에 언제든 병원에 들러 살아가는 이야기, 건강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병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여전히 공부하는 의사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겠습니다.

건강제일내과 제석준 회장은 대구 중구의사회 부회장 등 사회공헌 활동을 여러 곳에서 하고 있다. 제 회장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겸손’과 ‘기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겸손한 의사, 바로 제석준 원장의 모습이었다.

 

신남역 네거리에 위치한 건강제일내과 건물 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