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수보행(入手步行)
입수보행(入手步行)
  • 정신교 기자
  • 승인 2019.12.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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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강의실 추억

동해안 산간 지역에 눈 소식이 있고,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 요즈음 겨울은 난방시설과 생필품이 부족하던 과거에 비해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몰아치는 찬바람 속에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달리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져 타박상이나 찰과상을 입고 겨울 방학 내내 고생한 일도 있지 않은가.

예전에 이맘때가 되면 강의실이 벌써 싸늘해져 게으른 학생들은 필기도 않고 머리만 굴리며 강의를 듣는 시늉을 한다. 흑판에 한참 판서를 하다 “꽈당”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강의실 맨 뒷줄의 남학생 둘이 책상을 안고 뒤로 넘어가서 “바둥바둥” 하고 있다. 웃음을 겨우 참아가며 다가가 보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책상에 발을 걸고 의자를 뒤로 “까닥까닥” 왕복 운동을 하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가서 엉거주춤, 손도 빼지 못하고 있다. “얘들아, 주머니에 손 넣고 뛰다가 넘어지면 얼마나 아픈지 아니?” 점잖게 초를 치니 강의실은 이내 웃음도가니가 된다.

이제는 대학 강의실도 현대화되어서, 난방도 잘 되고 책걸상도 바뀌었지만, 강단에 서서 가끔씩 혼자 미소를 지으며, 그 때 그 일을 회상하기도 한다.

전역을 앞두고 휴가를 나와, 이른 저녁에 반주를 하고 어깨에 잔뜩 힘을 넣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동성로 거리를 활보하는데, “병장님, 입수보행이십니다.” 하는 소리에 놀라서, 돌아보니 흰색 줄무늬 화이버를 쓴 헌병 둘이 싱긋이 웃고 지나간다.

겨울철 보행에는 장갑이 필수품이다. 따뜻하게 장갑을 끼고 양손을 적당히 흔들면서 걸어가면 몸도 편하고, 마음도 그만큼 훈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