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의 명으로 부연을 단 달성 하목정
인조의 명으로 부연을 단 달성 하목정
  • 장희자 기자
  • 승인 2019.12.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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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2019년 11월 14일 보물로 지정 예고,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6호, 인조임금이 하목당이라는 당호 사액 하사, 조선중기 학자 이덕형 등이 하목정을 소재로 제영(題詠), 전양군 이익필이 하목정 아름다움 16경 한시로 노래

 

문화재청이 2019년 11월 14일 보물로 지정 예고한하목정 전경

문화재청은 시·도의 건조물 문화재에 대한 지정가치 연구를 통해 숨겨진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내는 정책사업의 하나로 2018년부터 시·도 지정문화재(유형문화재, 민속문화재, 기념물)와 문화재자료로 등록된 총 370여 건의 누정 문화재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거쳐 총 1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검토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지정가치 자료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지정 신청 단계부터 협업해 최종적으로 2019년 11월 14일 총 10건을 보물로 신규 지정하게 됐다.

동편에서 바라본 하목정 전경이 노을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누정(樓亭)은 누각(樓閣)과 정자(亭子)를 일컫는 말로, 누각은 멀리 넓게 볼 수 있도록 다락구조로 높게 지어진 집이고, 정자는 경관이 수려하고 사방이 터진 곳에 지어진 집이다. 특히, 조선 시대의 누정은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고도의 집약과 절제로 완성한 뛰어난 건축물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며 시와 노래를 짓던 장소였다.

북쪽에서 바라본 하목정 전경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누정문화재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호 「강릉 경포대(江陵 鏡浦臺)」,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6호 「김천 방초정(金泉 芳草亭)」,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47호  「봉화 한수정(奉化 寒水亭)」,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83호 「청송 찬경루(靑松 讚慶樓)」,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99호 「안동 청원루(安東 淸遠樓)」,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00호 「안동 체화정(安東 華亭)」,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94호 「경주 귀래정(慶州 歸來亭)」,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6호 「달성 하목정(達城 霞鶩亭)」, 전라남도 기념물 제104호 「영암 영보정(靈巖 永保亭)」,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6호 「진안 수선루(鎭安 睡仙樓)」 등 10건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하목정 정자건물 모습으로 인조임금이 내려준 하목당이라 쓰인 사액 편액이 빛을 발한 모습으로 걸려있다.

누정에서 제작된 한시를 누정제영(樓亭題詠)이라고 했다 누정이 시문의 산실이 된 까닭은 누정이 주로 경승지에 건립된데다가 주인은 대부분 시문을 즐기던 식자층으로 그 교우가 대부분이 학자요 시인이였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누정문학의 산실이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경상도 누정수(263개), 문화유적총람에 경북(173개)는 다른지방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10건중 6건이 경북, 대구가 1건인 것을 보아도 잘 알수 있다.

하목정이라 쓰인 편액 양쪽으로 하목정을 소재로 제영(題詠)을 쓴 명사들의 시액이 걸려 있는 모습

하목정은 대구에서 성주로 가는 도로의 낙동강변으로 성주대교 입구 바로 오른쪽인 달성군 하빈면 하산리 1043-1 번지에 위치하며 의장병 전의인(全義人) 낙포 이종문(洛浦 李宗文)이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서기 1604년경에 창건하였다  그의 아들 이지영(水月堂 李之英)이 인조 임금의 명으로 부연(婦椽)을 달기 위하여 1624년경에 중수하였으며, 뒷편의 사당은 전양군 이익필(全陽君 李益馝) 장군이 영조때 이인좌의 난을 평정하여 양무공신에 책훈된 까닭에 그가 돌아가신 뒤 대대로 불천위 제사를 받들게 하는 부조지묘(不祧之廟)로 국전(國典)에 따라 지어진 것이다.

서편에서 바라본 하목정 누각

1983년 9월 24일 경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달성군이 대구시에 편입되면서 1995년 5월 12일 대구시 유형문화재 36호로 재지정 되었다

하목정 누각 뒷편모습으로 배롱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하목정(霞鶩亭)은 초당사걸로 오언절구에 뛰어났던 당나라 시인 왕발(등왕각서)의 '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가지런히 날아가고(落霞與孤鶩齊飛)/ 가을 물은 먼 하늘색과 한 빛이네(秋水共長天一 色)'라는 시구에서 따왔다고 한다.

1755년(영조 31)에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를 지낸 조선의 학자로 시(詩)가 독보적 존재로 평가되는 우계 김명석 시액이 걸려 있는 모습

창건주인 낙포 이종문은 선조때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여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서락재(徐樂齋), 손모당(孫慕堂), 이태암(李苔巖), 박총관(朴摠管) 등과 함께 팔공산에서 의병을 일으켜 그는 서면대장으로 활약하였다 그 공으로 원종공신에 책록되고 직장(直長), 감찰(監察) 등 내직과 군위, 비안, 삼가, 양성 등 네  고을 수령(守令)을 지냈다  벼슬길에서 물러나 이 정사(精舍)에서 시우(詩友)들과 더불어 강산풍경을 즐기면서 만년을 보냈다. 죽은 뒤 승정원 좌승지로 증직되었다.

서까래에 부연이 있다

인조가 아직 왕손 능양군이었을때 이곳을 지나다 머물고 간 일이 있었다. 그 뒤 왕위에 오른 후 마침 수월당공( 창건주 낙포공의 장자)이 어전에 입시하게 되었다. 인조는 그의 입시(入侍)함을 보자「너의 집 하목당이 강산 풍경이 좋은 데를 잘 잡아 지었더라. 왜 정자에 부연을 달지 않았느냐?」고 하시면서 내탕금(內帑金)으로 은(銀) 200냥을 하사하여 부연을 달게 하고, 하목정(霞鶩亭)이란 글자를 써서 하사했다.

하옹 이익필장군의 불천위 제사를 받드는 사당.

하목정 뒷편 사당(祠堂)은 하옹 이익필(霞翁 李益馝)장군의 불천위 제사를 받드는 사당이다  수월당공의 증손으로서 숙종 29년 무과에 올라 두루 내외직을 역임하고 영조4년 호남좌도 수군절도사에 승진 임명되었다. 충청도에 이인좌의 난이 일어나 청주성이 함락되고 충청병사와 청주영장 등이 다 죽고 난군이 바로 한양으로 향하게 되었다. 조정에서는 공(公)을 금위우별장에 이수량을 좌별장에 제수하여 난군을 토벌하게 하니 공의 주도면밀한 전략, 기민한 활동, 용감한 투지에 당시 종사관 박문수 등이 탄복하였다.

배롱나무들이 사당을 호위하고 있는 듯 하다.

안성, 죽산 등지에서 승리하고 마침내 수괴를 잡아 잡아 개선하자 왕이 바로 수충갈성분무공신(輸忠竭誠奮武功臣)에 책훈하여 전양군(全陽君)에 봉하고 가의대부 평안도 병마절도사에 제수하였다. 만년에는 벼슬에서 물러나 하목정을 거닐며 시주(詩酒)로 자적(自適)하다가 영조27년(1751) 별세하자 자헌대부 병조판서 겸 지의금부훈련원사에 추증하고 시호를 양무(襄武)로 내렸다. 사당은 지금으로 부터 약250년 전의 건물로서 사당으로서는 비교적 슈모가 큰 편이며 단청 색채도 아직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사당 아래편 뜰에서 바라본 사당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산세와 풍광들

하목정은  뒤로 구봉산의 기이한 봉우리들이며 낙동강이 북에서 흘러 다시 동으로 틀어 돌아 그 동편에 소(紹)를 이룬 동호, 옆으로 5리에 뻗힌 형제암의 석벽, 앞으로 명사십리, 그리고 저 멀리 둘러 싼 금오산, 가야산, 비슬산들이며 바람돛대 놀가의 따오기가 있다. 이 정자의 네 벽에 걸려진 제영(題詠)의 현판은 오랜세월을 지나며 수많은 명사와 묵객들이 찾아 들었던 곳이었다.

하목정 뜰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가장 윗 건물이 사당이며, 그아래 건물이 하목정 관리인이 거주하는 건물이고, 들이 있는곳에는 탐방객들을 위한 간이 화장실이 있다.

하목정을 소재로  제영(題詠)을 쓴 명사로는 조선 중기 학자 이덕형(李德馨, 1561-1613), 김지남(金止男, 1559-1631), 조국빈(趙國賓), 이제(李擠), 류근(柳根), 정두경(鄭斗卿), 이지익(李之翼) 이숙(李䎘), 남용익(南龍翼), 오도일(吳道一), 권해(權瑎), 조현명(趙顯命), 김명석(金命錫), 채제공(蔡濟恭), 이희평(李羲平), 김유연(金有淵), 이건창(李建昌), 김택영(金澤英) 등이다. 이들은 하목정이 창건된 17세기초 이후 20세기 초가지 당대 유명한 유학자이자 관리들이었다.

하목정 정자 옆문 너머로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제하목정(題霞鶩亭)' 한음 이덕형의 시

重湖鋪帶兩龍橫 중호포대양용횡   중호가 띠처럼 두르고 두 산줄기 길게 뻗었는데

遙野羅渙畵不成 요야라환화불성   들판이 멀리 펼쳐 있어 그 아름다움 그리기도 어렵구나

曉靄雜煙沈渚濕 효애잡연심저습   새벽 안개는 연기와 섞여 물가에 잠겨 있고

落暉和浪蕩江平 낙휘화랑탕강평   저녁 석양빛은 물결과 어울려 강물 위에 출렁이네

西山細雨簾心爽 서산세우렴심상   서산의 가랑비에 주렴 안도 시원하고

南浦殘霞鳥背明 남포잔하조배명   남포 노을은 새 등에 반짝이네

可惜子安留語少 가석자안유어소   애석하구나 황자안이 아무 말 남기지 않으니

賞奇輸與麴先生 상기수여국선생   좋은 경치 완상하며 좋은 술과 마주하네

하목정에 노을빛 .

전양군 이익필도 하목정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16편의 칠언절구의 한시로 읊었는데 1경 낙하고목 (落霞孤鶩) 떨어진 노을과 외로운 따오기, 2경 청풍명월(靑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 3경 원포귀범(遠浦歸帆) 먼개 돌아오는 돛, 4경 장교목적(長郊木笛)긴 들 목동의 피리소리, 5경 가야청풍(伽倻靑風) 가야산 개인 안개,  6경 금호취잠(金鰲翠岑) 금오산의 푸른 멧부리, 7경 비슬효운(琵瑟曉雲)비슬산 새벽구름,  8경 구봉석조(九峰夕照) 구봉산 저녁별, 9경 십리명사(十里明沙) 십리의 밝은 모래, 10경 일선창파(一仙滄波) 한 구비 창파,

성주대교 너머로 가야산 봉우리와 또다른 연봉들이산수화처럼 정겹게 다가온다.

11경 동호채연(東湖採蓮) 동호의 연밥따기, 12경 형암표어(兄岩漁)형제바위 고기 낚기, 13경 단림어화(楓林魚火)단풍 숲 고기잡이, 14경 유주막연(柳洲幕煙) 버들 물가 저문 연기, 15경 관진도객(官津渡客)관가나루 건너는 나그네, 16경 소촌세우(小村細雨)작은마을 가랑비가 있다.

구봉산의 울창한 나무들과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인 하목정 주변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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