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안식처, 경산 ’돼지 골목'
서민들의 안식처, 경산 ’돼지 골목'
  • 이상유 기자
  • 승인 2019.12.02 12: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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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부터 골목 형성
-경산의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곳
돼지골목 입구. 이상유 기자
돼지골목 입구. 이상유 기자

경산역에서 경산교를 지나 시내 중심가인 오거리 방향으로 50미터쯤 걸어가면 서민들이 즐겨 찾는 경산 ‘돼지 골목’이 나온다.

오래전부터 이 일대는 경산의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던 곳이다. 지금의 NC 건물 자리에는 경산 군청이 있었고 건너편 돼지 골목 입구에는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현재의 경산문화원 맞은편 옥산장례식장 자리에는 경찰서가 있었고 그 부근에 등기소, 읍사무소 등 관공서가 들어서 있었다. 또한 지금의 경산시장 위치에는 1956년부터 넓은 공터에 5일장이 열렸다고 한다.

당시에는 관공서에 볼일을 보거나 버스를 이용하려는 군민들로 이 일대는 항상 붐볐다. 특히, 5일장이 서는 날은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온종일 시끌벅적했다. 그때는 ‘경산’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곳이 바로 이 돼지 골목 일대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당이나 술집, 다방 등이 생겨났다.

인근의 주민들은 물론이고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도 장날이나 특별한 약속이 있는 날은 이곳에서 만나 식사를 하거나 한잔 술을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곤 했다.

이 일대에 생기기 시작한 여러 종류의 식당이나 술집 중에서도 서민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인기 있는 식당은 돼지고깃집이었다. 인근의 도축장에서 가지고 온 질좋은 돼지고기를 재료로 만든 국밥은 서민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 주었고 수육, 족발 등은 최고의 술안주가 되었다. 돼지고기 전문 식당들이 인기를 끌면서 70~80년대에 들어와서 이곳에 여러 업소가 밀집하게 되었고 경산의 명물인 돼지 골목이 형성되었다.

돼지 골목과 이어진 안쪽 골목은 당시 방석집을 비롯한 여러 술집이 들어서 있었으며 저녁이 되면 경산의 텍사스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불빛과 손님들로 넘쳐났다. 지금은 구 도심의 쇠퇴와 세태의 변화로 술집들은 사라지고 예술 거리 등 도심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돼지 골목 안에는 오래전부터 이 골목의 명성을 지켜온 경화식당, 영풍식당, 용산식당, 영천식당, 싹뿌리식당, 대복식당, 골목식당 등이 변함없이 손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업 중이다.

돼지 뼈로 우려 낸 진한 사골국물의 돼지국밥, 순대국밥 등을 주 메뉴로 수육, 편육, 암뽕, 족발 등을 취급하는 이곳 식당들은 예나 지금이나 일상에 지친 서민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훈훈한 안식처다.

돼지 골목 인근에서 40여 년간 가게를 운영하며 골목의 역사를 지켜봐 온 최0호(남, 65세) 씨는 “돼지 골목은 서민들의 애환과 낭만이 서려 있는 곳입니다. 이곳 식당에서 국밥을 먹으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와 온갖 정담을 나누었지요. 때로는 술집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젓가락을 두드리며 놀던 시절이 그립습니다”라고 하면서 긴 추억담을 들려주었다.

돼지고기 전문 식당들이 모여 있다. 이상유 기자
돼지고기 전문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이상유 기자
과거 관공서 등 경산의 중심지였던 현재의 서상길 일대. 이상유 기자
과거, 경찰서 등이 들어서 있던 현재의 서상길 일대. 이상유 기자
한때 술집들로 호황을 누렸던 방석골목 일대. 이상유 기자
한때, 방석집 등으로 호황을 누렸던 술집 골목 일대. 이상유 기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겹던 옛 모습은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지만 그곳의 역사와 이야기는 살아남아 지역발전의 무한한 잠재력이 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자기 지역의 전통과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곳을 발굴하여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관광자원화 하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오랜 전통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경산 ‘돼지 골목’ 일대도 행정기관과 업주와 시민들의 하나된 힘으로 경산의 더 큰 명물로 우뚝 서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돼지국밥. 이상유 기자
서민들이 즐겨 찾는 돼지국밥. 이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