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앉은뱅이와 맹인의 배려
(40) 앉은뱅이와 맹인의 배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19.11.30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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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가 추운 겨울에 남의 집 굴뚝 뒤에 쪼그리고 앉아서 밤을 새우고 낮에는 장터를 돌아다니며 얻어먹으며 살고 있었다. 어느날 장터에서 맹인을 만난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두 사람은 끌어안고 신세한탄을 하며 울다가 서로 도와가며 같이 살기로 했다.

앉은뱅이는 맹인에게 업혀서 길 안내를 하였다. 맹인이 앉은뱅이를 업고 시장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아 넉넉한 인심으로 도와준다.

그런데 차츰 시일이 지나면서 업혀 다니는 앉은뱅이는 좋은 것만 골라 먹고 맹인에게는 영양가 없는 것들만 조금씩 나눠 주었다. 앉은뱅이는 점점 무거워지고 맹인은 날로 허약해갔다. 어느 날 시골 개울을 지나가다가 맹인이 힘에 지쳐서 쓰러지자 둘 다 개울에 빠져 죽게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처음엔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좋은 모습이었지만 결국 어느 한쪽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처해진 입장을 돌아보지 못한 채 오로지 자기만의 욕구, 욕망을 채우면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한 것이 결국 함께 망하고 마는 경우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배려는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서 내 입장보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 등을 먼저생각해주는 마음으로 이기적인 행동과는 반대되는 마음가짐이나 행동이다.

이는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아량이나 남에게 잘 보이거나 인정받기 위한 행동과도 다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는 결국 내가 먼저 베풀어야 복이 되어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세상이 무척 각박해졌다. 삶에 지쳐서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남을 비웃고 싸우며 남을 비방하는데 너무 익숙해진 현실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때 일수록 우리 어른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유교문화의 그늘에서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체면이라는 것에 익숙해있는 세대이다, 우리 선조들은 가르침 없이도 배려를 생활화해 왔다. 먼 길 가는 나그네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사랑방을 비워주는 넉넉한 마음가짐이 있었다. 가을에 감나무에 몇 개의 감 홍시라도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너그러움을 우리는 보고 자랐다.

인간 사회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는 역지사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말 한마디라도 상대방을 생각하며 하고 행동 하나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항상 상대방과 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비록 상대방의 행동이 못마땅하더라도 우리는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