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야 새로움이 보인다 -직지사의 감나무 이야기 등
궁금해야 새로움이 보인다 -직지사의 감나무 이야기 등
  • 백남명 기자
  • 승인 2019.11.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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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가 사찰마당에 텃주대감처럼 자리잡은 사연은?
도피안교에 조각되어 있는 용의 역할은?
응진전 알뜰에 심어져 있는 파초의 의미는?
 텃주대감처럼 성보박물관 앞뜰에 감나무가 우뚝  서 있다.  백남명 기자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 밖에는//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 밖에는" (허영자의 '감') 

잘 익은 감이 청명한 하늘에 붉은 기운을 토해내고 있다. 직지사에는 여러 그루의 감나무가 사찰마당에 자리잡고 있다. 감나무는 사명당 '귀향'의 시에  감나무다리(枾橋)가 나올만큼  사찰과 함께 했다. 오늘날까지 텃주대감이 된 사연을 무엇일까? 답은 직지사의 감이 진상품이기 때문이다. 1994년에 발간된 '직지사'에 따르면 "학조 화상은 본사에서 생산되는 감시(甘枾)를 세조께 진상함으로써 이후에도 감시진상법이 계속되었다 한다"고 기록 되어있다.  감나무의 수명은 200~250년이므로 경내에 있는 것은 손자뻘 나무이다. 가지 끝에는 달려있는 감은 옛 사연을 안고서  붉게 붉게 익어가고 있다. 직지사만이 연출하는 또 다른 볼거리이다. 참고로 학조스님은 수양대군시절부터 인연이 깊었으며, 법주사 복천암에 있는 학조화상탑은 보물 제1418호이다.

계곡을 건너서 극락전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도피안교가 설치되어 있다. 백남명 기자.

사찰의 다리는 속세에서 벗어나 부처의 세상인 불국토로 들어감을 의미한다. 다리이름을 살펴보면 해탈교, 극락교, 도피안교 등으로 되어있다. 무지개처럼 만든 돌다리 아래를 살펴보면 용의 머리를 볼 수 있다. 용은  물길을 타고 침입하는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벽사와  든든하게 다리를 지키고 있으니 잘 건너가라고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직지사 극락전으로 들어가는 돌다리 이름은 도피안교이다. 고통있는  이 세상에서 고통이 없는 저 피안의 세계로 간다는 뜻이다.  용 한마리가 구름다리 안쪽에서  물길을 살피고 있다.  경복궁의 영제교에도 천록석상 4마리가 임금님이 계신 공간으로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다.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 아닐까?  마음을 열고 자신을  내려 놓으라고 돌다리에 있는 용이 나를 일깨워준다.

귀화식물인  파초가 응진전 앞뜰 양쪽에   무리지어 심어져  있다. 백남명 기자.

응진전 앞뜰에는 파초가 심어져 있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귀화식물이다. 높이가  2~3m 정도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열매의 형태가 비슷하여 바나나로 오인되기도 한다. 혜가스님이 달마대사에게 믿음을보여 가르침을 받고자 팔을 잘랐다. 이때 파초가  땅에서 솟아올라 혜가스님의  떨어지는 팔을 받쳤다는 일화가 있다. 파초는 혜가단비(慧可斷臂)에 얽힌 식물이다. 전통마을을  찾아가면  파초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종이가 없어서 파초잎으로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한  정신을  되새겨 공부에 증진하고자 사랑채 등에 심었다. 사찰에  파초를 심은 사연에는  혜가스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부지런히 불교공부에 증진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

직지성보박물관에는 국보 제208호 금동육각사라탑과 보물 6점이 함께  전시 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다. 백남명 기자

눈에 익은 것도 생소하게 보아야 새로움이 보인다. 깊어가는 가을  밤에는 책을 읽듯이 하늘이 맑은 날에는 문화를 배우러 떠나보자 이런저런 문화이야기로 겨울양식을 마련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