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미식의 난감
별난 미식의 난감
  • 배소일 기자
  • 승인 2019.11.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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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풍광의 멕시코에서 휴가를 즐기던 나는 투우장 근처 한 식당에 들어갔다. 옆 테이블의 신사가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기에 웨이터에게 그 메뉴를 물었다.

"오늘 아침 투우경기에서 죽은 황소의 고환(우리나라의 우랑탕 재료)인데 眞味입죠"

오싹 소름이 돋았지만, 어떤 맛일까 궁금해져 그 음식을 주문했다.

"손님, 죄송합니다만 매일 아침 투우경기가 한 차례밖에 없어 하루에 한 사람에게만 제공됩니다. 내일 다시 오시죠."

다음날, 그 식당에 첫 손님으로 들어가 고환 요리를 주문했다. 맛은 아주 근사했지만 몇 입 먹다 보니 어제 본 것보다 분량이 적었다.

웨이터에게 ”왜 이렇게 양이 다른 것이요?.“라고 묻자, 그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손님, 가끔은 황소가 투우에서 이기기도 한답니다.“  

 

 

# 투우는 지금도 스페인, 포르투칼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펼쳐진다. 일부는 한칼에 소의 숨통을 끊는 마지막 장면을 실제가 아닌 연출로 대체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투우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소를 24시간 동안 암흑 속에 가둬 놓은 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풀어 놓는다. 갑자기 밝은 세상에 나온 소는 관중의 고함소리에 스트레스까지 받아 미쳐 날뛴다.

최근 동물 학대에 불과한 투우를 금지하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찬성 여론도 있다. '투우는 고야와 피카소의 작품 소재가 될 만큼 스페인을 대표하는 전통’이라는 것과 어차피 가축으로 죽을 몸, 고기로 헛된 죽음을 맞느니 관중 앞에서 용맹스럽게 죽는 편이 명예롭지 않으냐는 주장도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주 의회는 2010년 투우금지법을 제정했다. 그렇지 않아도 투우 관중이 급감 추세여서 야만적인 풍습이 계승해야 할 전통으로 남기는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