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라이프] 영상의학과 이종율 박사를 만나다
[마이라이프] 영상의학과 이종율 박사를 만나다
  • 장기성 기자
  • 승인 2019.11.18 17:36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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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는 밀도가 높은 뼈나 결석 같은 병변 진단에 좋고, 반면에 MRI는 다양한 장기의 연부 조직 종양이나 뇌경색 같은 병변의 구별능력에서 CT보다 훨씬 우수.
2019년부터 뇌, 흉부, 복부 MRI 검사는 급여항목으로 지정되어 평균 5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낮아져.

 

이종율 원장이 판독실에서 MRI 사진을 세심히 판독하고 있다.
이종율 원장이 판독실에서 MRI 사진을 세심히 판독하고 있다.                      장기성 기자

 

드라마 가운데 ‘하얀 거탑’, ‘골든타임’, ‘브레인’, ‘뉴 하트’, ‘굿 닥터’ 등은 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긴박하고 숨 막히는 장면마다 자주 등장하는 영상의학 장비들을 보게 된다. 사실 알고 보면, 이 장비들의 데이터 없이는 어느 임상의학과를 막론하고 진료나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런 도구들을 사용하여 인체의 내부를 탐색하여 질병을 더 정확히 진단하여, 임상 의사들이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도록 돕기도 하지만, 필요시 방사선 중재술로 직접치료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영상의학은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현대의학에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핵심 분야가 되었다. 지금은 수술 전에 정확한 영상진단 자료 없이 수술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창원 ‘the큰병원’ 원장(영상의학전공)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종율(68) 박사를 만나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영상의학 전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자 병원을 찾아 나섰다.

 

-반갑습니다. 박사님의 간략한 이력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경북대 의대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계명대 동산의료원 영상의학과에서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나서 부산보훈병원에서 교육연구부장, 마산 하나병원 영상의학과 과장, MH우리 병원을 거쳐, 현재는 창원 ‘the큰병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진학할 때 왜 의과대학을 택했습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중학교 3학년 때 가세가 기울어졌습니다. 고등학교에 갈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를 통해서 졸업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우습지만, 아르바이트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곳이 그 당시는 대구에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이 최고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지원하고 봤습니다. 운이 좋아서 한번 만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해(1971년도) 의과대학 입학동기생 가운데 검정고시를 통해서 의대에 입학한 학생은 별로 없었습니다.

 

-옛날에는 ‘방사선학과’(현재 ‘영상의학과’)라고 하면, 주로 X-Ray판독이 주업으로 생각했는데 요즈음은 그 대상 범위가 훨씬 넓어졌지요?

▶‘영상의학과’는 여러 방법을 통해 인체의 영상을 얻고 이를 통해 인체의 질병을 진단하는 분야입니다. 예전에는 X-선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방사선과’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 이후에 음파(音波)를 이용한 ‘초음파’, 자석과 라디오파를 이용한 MRI, C-T, MRI, 혈관 조영술과 중제술 등이 사용되면서 그 명칭을 ‘영상의학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런 도구들을 사용하여 인체의 내부를 탐색하여 질병을 더 정확히 진단하여, 임상 의사들이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지만, 직접 중재술로 치료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영상의학은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의학에서 점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핵심 분야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수술 전에 정확한 영상진단 자료 없이 수술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한 최첨단 물리학적인 기법들과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향후 진화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는 분야이기도합니다.

 

-어떻게 보면, 내과나 외과 등을 포함한 모든 임상 과들이 영상의학의 자료판독 없이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또 책임감도 크고 무겁겠습니다.

▶영상사진 한 장 한 장을 세심하게 봐야 하는데, 만약 병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가게 되면 환자에게는 치명적 결과를 낳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오진(誤診) 말이지요. 다음에 환자가 병원을 찾아왔을 때 암의 진행 속도가 많이 진행된 것을 발견하게 되면 화상(畫像)의 기계적 문제도 있겠지만, 의사 본인이 책임을 질 수도 있기에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늘 긴장되기도 하고 고뇌가 큽니다. 한 사람의 생명에 관련된 문제이니까요.

 

-환자들이 영상의학과하면, X-Ray, CT, 혈관조영술 등을 떠올립니다. 두려워하는 것은 방사선 피폭인데요, 실제로 인체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칩니까?

▶영상의학과의 검사를 대부분 사람들이 무섭고 힘든 검사라고 막연히 알고 있습니다. 방사선 피폭을 걱정하시며 꺼려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영상의학 의사는 방사선 검사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흉부 X-Ray 피폭량은 0.02 밀리시버트(mSv), 복부 및 흉부 CT 피폭량은 8 밀리시버트(mSv)입니다. 일반사람의 자연 피폭량은 연간 3 밀리시버트(mSv) 정도로 추정됩니다. 흉부 X-Ray 피폭량은 0.02 밀리시버트(mSv) 정도인데, 이는 위 자연 피폭량과 비교하여 현저히 못 미치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복부 및 흉부 CT 피폭량은 8 밀리시버트(mSv)이므로 위 자연 피폭량을 초과하는 수치이지만 신체검사를 위해 일회적으로 실시하는 검사인 점, 의료기관 종사자의 경우 연간 피폭량의 허용치가 50 밀리시버트(mSv)인 점 등을 감안하면 복부 및 흉부 CT 검사가 환자의 신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CT와 MRI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이 두 가지 검사는 모두 신체 내부의 단면 영상을 만들 수 있고, 이런 영상을 쌓아서 3차원의 영상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CT는 X-ray를, MRI는 전자기력을 이용하는 검사입니다. CT는 밀도가 매우 높은 뼈나 결석 같은 병변, 혹은 밀도가 매우 낮은 공기가 많은 폐 병변이나 공기 자체가 중요한 장천공의 진단에 유리합니다. 반면, 다양한 장기의 연부 조직 종양이나 뇌경색 같은 병변의 구별능력은 MRI가 CT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또한 CT는 촬영시간이 3-10분에 끝나지만, MRI는 20-40분 소요됩니다.

 

-2019년부터 ‘비급여 항목’ 적용범위가 넓어졌다는데 영상의학에 관련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 뇌, 흉부, 복부 MRI 검사는 2019년 이전 비급여 항목이어서 환자 본인 부담금이 평균 50만 원에 달했는데,2019년부터는 급여항목으로 지정됨에 따라 환자 본인 부담금이, 평균 5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낮아졌습니다. 또한 향후 2020년에는 척추, 2021년에는 근골격계 등 신체 전반에 대한 MRI 검사 모두 급여 항목으로 지정될 예정입니다. 단, 전문의의 진단 없이 환자 본인이 원하여 검진 목적으로 진행된 검사의 경우 환자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현재 신체 전반에 행해지는 CT 검사의 경우 모두 급여 항목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의 경우 현재 복부 및 골반 검사에 한하여 급여항목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향후 2021년까지 신체 전반에 대한 모든 검사가 급여 항목으로 지정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추세로 진행된다면 환자들이 ‘실손보험’에 굳이 가입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의사로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임상의학 의사들이 진단하기 어려워, 한밤중에 콜(call) 받아 나가서 진단에 도움을 주거나 중제술로 직접 환자를 치료해줄 때가 보람이 큽니다. 영상의학 의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합니다. 또 정확한 진단으로 환자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방지하고 빨리 치료를 받도록 선제적으로 도와주었을 때 의사로서의 존재 의미를 많이 느낍니다. 무릇 의사는 환자를 위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환자를 건강한 삶으로 회복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몸 뿐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통찰력과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듬고 도와줄 수 있는 공감능력까지도 갖추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의학과에 근무하면서, 시니어들에게나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하고, 영상의학과에서 하는 검사가 어떤 검사인지, 또 언제 하는지, 중복검사는 없는지 관심을 가지시면 경비도 줄이고 질병 조기진단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가벼운 골절이라고 해도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못한 채 치료가 진행된다면 환자분께서 내내 고생하실 수 있는 부분이라 조그만 병변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판독(判讀)시는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편히 하고 집중하도록 합니다.

 

-시니어들이 주기적으로 검사를 한다면, 어떤 영상을 검사하기를 추천합니까?

▶60세 이상의 환자의 경우 신체 노화로 인해 질병 발병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질병의 조기 발견을 위해 다음과 같은 검사와 주기를 추천합니다. 흉부 X-Ray 검사, 복부초음파 혹은 복부 CT검사, 유방 X-Ray와 그리고 초음파 검사의 경우 1년에 한 번 정도 검사하기를 추천합니다. 골밀도 검사, 갑상선 및 경동맥 초음파 검사의 경우 2년에 한 번 정도 검사하기를 추천합니다. 뇌혈관 검사(MRA)는 뇌 동맥류의 발견을 위해 3년에 한 번 정도 검사하면 좋을 듯합니다. 흡연자는 흉부 X-Ray를 6개월에 한번 정도로 하면 폐암 조기 발견에 큰 도웅이 될 것 같습니다.

 

-의사로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한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마산 ‘하나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복부초음파 검사만을 주기적으로 받던 환자를 진료하다가 마침 진료 시간에 여유가 생겨 환자로 하여금 추가적 비용 없이 갑상선 검사를 받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환자에 대한 검사 결과 갑상선 암으로 진단되어, 곧 수술을 받게 되어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게 되었는데 그 환자가 본인을 수소문하여 이직한 병원에까지 찾아와 감사의 표시를 하여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MRI 촬영실’에서 영상의학과 기사와 질병 진단에 필요한 최적의 사진을 찍기 위해 함께 협의하고 있다.
‘MRI 촬영실’에서 영상의학과 기사와 질병 진단에 필요한 최적의 사진을 찍기 위해 함께 협의하고 있다.           장기성 기자

 

-혹시 건강유지를 위해서 하는 운동이 있습니까? 의사라서 더욱 궁금해 집니다. 있다면 그 운동을 왜 하게 되었습니까.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마라톤이고요, 지금까지 22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올 10월에 부산바다 마라톤 경주에서 10km를 59분대로 주파했습니다. 심폐 강화와 전신 운동으로 지구력 유지에 그만입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레이스에 나갈 생각입니다. 다음으로 일주일에 2번 이상, 헬스장에 근력강화운동도 하여 근위축을 방지하려고 합니다. 또 탁구도 3년 전에 시작해서 주 4회 이상 하고 있는데 클럽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하는 재미가 큽니다, 특히 시니어들은 동작이 느리기 쉬운데 반사 신경작용을 원활히 하여 활기찬 노년기를 보낼 수 있고,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별 부상 없이 잘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생각합니다.

 

-시니어들에게 권하고 싶은 운동이 있다면 무얼 추천하고 싶습니까?

▶파워 워킹(power walking)과 탁구입니다. 20분 정도 땀을 흘리면 자율신경의 안정을 도와 숙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사로서 시니어 세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내일 지구가 망해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아가시길 바라며, 또한 나이 들어도 보람과 재미난 일을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니, 밖은 벌써 어둑어둑 해졌다. 영상의학이 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새롭게 느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