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80세의 합창단
삶이 묻어난 노래, 감동의 울림으로 다가와
세계 순회공연과 100세 합창단이 목표
지난 5일 아주 특별한 음악회가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렸다.
평균 연령 80세 합창단.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의 제일 앞 글자 한 자씩을 따서 만든 ‘청바지 합창단’ 창단 음악회가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있었다.
청바지 합창단을 창단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한국대중음악치유협회 현정화(52) 회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작년이었습니다. 어머니교실이 끝나고 어르신들과 함께 야유회를 갔습니다. 그때 제가 흥을 띄우며 판을 깔아드렸지요. 그랬더니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에 제가 오히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무언가 봉사하고 싶었습니다.”
현정화 회장의 기획으로 지난 3월부터 수성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청바지 합창단’이 꾸려졌다. 현재 60여 명이 활동 중인데 이번 창단 음악회에는 41명이 참가했다.
수성못 페스티벌에도 참가하여 기량을 뽐내기도 하고, 특히 지난 추석에는 동대구역에서 ‘고향의 봄’을 불러 많은 귀성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날 청바지 합창단은 ‘오빠생각’ ‘고향의 봄’같은 동요부터 ‘홍시’ ‘홀로 아리랑’ ‘빨간 구두 아가씨와 엄마의 청춘’까지 다양한 곡들을 소화했다. 합창단을 지도하는 권봉경(40) 지휘자는 어르신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내친김에 다음에는 가곡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기실에서는 음악이 가진 치유의 능력에 ‘두통이 나았다’ ‘먹던 약을 줄였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손영순(72) 회장은 “합창을 하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제 꿈은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알토 파트를 맡아 멋진 화음을 선보이는 서병준(76) 어르신은 “너무 재미있어 인생을 다시 사는 기분”이라고 이야기한다. 낚시가 취미였는데 이제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며 노래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홀로아리랑’을 부르며, 꼭 독도에 가서 ‘홀로 아리랑’을 부르고 싶다는 것도 버킷리스트에 추가했다.
100세 합창단까지 쭉 이어지는 것이 목표라는 장영자(75) 어르신. 오래 서 있는 것이 힘들었는데 합창을 하며 근력이 생겼다는 80대의 이화자 어르신까지.
평균 연령 80대, 최고령 86세의 합창단이 주는 감동은 뜨거웠다. '삶'이라는 긴 시간을 헤쳐 나와 노래로 첫 무대에 선 ‘청바지 합창단’의 뜨거운 열정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 수성구 다문화가정 여성들로 이루어진 '해피코러스 합창단'과 테너 문성민, 소프라노 김민지 등이 특별출연해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청바지 합창단 어르신들의 꿈처럼 독도에 가서 ‘홀로 아리랑’을 합창하는 날이 오기를, 세계무대에서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를 외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