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철교 위에 피어나는 문학의 향기
폐 철교 위에 피어나는 문학의 향기
  • 오금희 기자
  • 승인 2019.11.12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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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시와 산문이 있는 아양기찻길 문학공원을 아시나요?

알록달록 물든 단풍길 사이로 이상화 김소월 시인 등의 시와 수필이 담긴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어느새 나도 시인이 된 것 같아요.”

붉다 못해 검붉은 단풍이 완숙한 자태를 뽐내며 밖으로 발걸음을 유혹하는 계절, 자신의 속살을 다 내 보이다 못해 속절없이 뚝뚝 떨어지는 낙엽을 보노라면 누구나 시인이 되어 훌쩍 떠나고픈 감성이 펌프질을 하는 계절 바로 가을이다.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도심 속 가까운 곳에서 가을의 운치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시와 산문이 있는 아담한 공원이 있어 소개할까한다.

 

이 공원은 동구 지저동 입구 아양기찻길과 마주하고 있으며 공원이름은 아앙공원이다. 아양공원입구에는 시와 산문이 있는 아양기찻길이라는 아담한 크기의 표지석이 놓여있다.

공원입구를 들어서면 코스모스가 만발한 기찻길위로 금방이라도 줄지어선 기차가 달려올 것 같은 그림 한 장이 발길을 붙잡는다.

시와산문이 있는 아양기찻길 표지석
시와 산문이 있는 아양기찻길 표지석

시와 산문이 있는 아양기찻길추진위원회(위원장 전종숙)는 올 41일 작품99(회원92, 표지석 우명시인작품 6)을 공원 내 전시 배치하고 제막식을 가졌다.

문학공원 전경
문학공원 전경

아양공원은 대구여성문인협회회 회원 11명이 주축이 되어 대구선 철거 후 후유지로 있던 자투리공간을 이용해 공원과 문학을 접목한 테마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했다. 이 공원은 시민들에게 문학의 감성을 전달하여 이웃과 더불어 인정을 나누는 도시 만들기에 앞장서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시와 산문이 있는 아양기찻길 문학공간은 본 제막식을 가지기 전 지난 20149월 대구여성문인협회 회원들이 소규모 작품으로 첫 문을 열었다.

2019년 시와산문이 있는 아양기찻길 제막식 장면
2019년 시와산문이 있는 아양기찻길 제막식 장면

작은 규모의 문학 공원임에도 시민들에게 감성을 뿜어낼 수 있는 사색의 공간 이상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에 더 많은 회원들의 작품과 사이사이 유명시인들의 작품을 설치했다. 올 봄,소소한 문학 공간이 아닌 문학의 폭과 공원의 위상을 더 널리 알리고자 공원을 새롭게 확장하고 제막식을 거행했다.

지역 명소에 대한 다양한 소재의 시와 산문 전시
지역 명소에 대한 다양한 소재의 시와 산문 전시

시와 산문이 있는 옛 아양기찻길 대구선은 1916년 개통되어 영천과 포항 방면으로 물자를 실어 나르는 산업화의 이동수단으로써 약 90년간 이용되다 2005년 새로운 대구선이 개통되면서 이 기찻길이 폐쇄되었다.

대구선 철거 후 문학공원을 조성한 흔적이 남아있다.
대구선 철거 후 문학공원을 조성한 흔적이 남아있다.

쑥대와 망초가 우거진 곳곳에 시커먼 탄 덩어리가 떨어져 있기도 했던 ,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는 이 길을 대구 동구청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했다. 그리고 이곳에 지역 출신 여성문인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대구여성문인협회에서 시와 산문이 있는 옛 기찻길을 놓았다.

민초들의 애환과 낭만과 추억이 담긴 이 기찻길. 민족의 역사적 역동기 한 세기 동안 누군가는 오고 또 떠나는 기적소리와 철거덕 기차 바퀴 구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오던 이 기찻길에 주옥같은 시와 산문을 전시하고 문학의 길을 열었다.

폭 약 20m 길이 500m에 달하는 아양공원은 대구선 철거 후 무미건조한 공원에서 시민들의 사색의 공간으로 거듭나 아늑하고 포근함을 더했다.

도심 속 공원에 설치 된 작품이라고 만만히 보는 것은 큰 실수다. 이 공원에 작품을 전시하려면 등단10년 이상 및 개인 출간 문집1권 이상 등 이력이 있어야 된다는 협회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러고 보니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에 더 많은 애착과 눈길이 갔다.

지역 명소에 애착이 담길 글들
지역 명소에 애착이 담길 글들

공원을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감성을 더할 수 있도록 지역 명소에 대한 사랑과 정이 듬뿍 담긴 시와 산문을 선정해 1년 마다 작품을 교체하는 등 나름 협회의 엄격한 규정을 정해놓고 공원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시와 산문이 있는 아양기찻길에 전시된 작품은 공원이 동구에 있는 만큼 동구의 명소와 관계 된 작품을 우선 선정해 전시하고 있다.

구 여성문인협회는 신춘문예와 문학사 등에서 등단한 대구지역 여성문인들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문학의 향기를 전하고자 19886월 초대회장에 임도순 외 16명 회원으로 구성된 '대구여류 문학'이란 명칭으로 창립된 단체다.

공원 내 줄지어선 작품에는 정춘자, 김정강, 허정자 등 11명의 회원들이 정성들여 쓴 다양한 소재의 시와 산문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공원에 전시된 작품 중 팔공산의 새색시(김정숙), 동화사에서(정춘자) 등은 지역명소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과 추억을 곱씹는 잔잔한 그리움이 배어있는 글들이다.

히 그 중에서 윤동주 민족저항시인의 서시는 혼란한 시대의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라는 위안과 감동을 안겨 그 울림이 컸다.

휴일을 맞아 산책길에 나섰다가 문득 문학 작품을 접한 김경희(효목동) 씨는 도심 한가운데 이런 문학공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지역의 명소와 다양한 소재의 시와 산문을 읽다보니 자신이 마치 소녀시절로 되돌아 간 듯 감성이 설렌다며 추억 삿을 남기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전종숙 시와 산문이 있는 옛 기찻길추진위원장은인문학이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점점 삭막해지는 현실이지만 시와 산문이 있는 문학공간을 드나들며 감성을 싹틔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더 나아가 여성 전용 문화예술관을 지역에 설립해 소외 계층과 지역주민이 윈윈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설립해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