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창] 행복의 유효기간
[인문의 창] 행복의 유효기간
  • 장기성 기자
  • 승인 2019.11.12 17:22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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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코사니'를 잘 다루면 행복의 유효기간 늘어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시기, 원망, 좌절, 분노로 점철된 ‘살리에리’의 삶, 모차르트와 비교만 하지 않았더라도, 더 오래 행복했을 텐데.
아마데우스》(Amadeus)는 1984년에 밀로스 포만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피터 섀퍼가 쓴 같은 이름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한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으며,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19년 미국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되었다. 위키백과
'아마데우스'는 1984년에 밀로스 포만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피터 섀퍼가 쓴 같은 이름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한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으며,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19년 미국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되었다. 위키백과

우리는 가끔씩 복권의 행운을 꿈꾼다. 만약에 30억 원 복권에 당첨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런 행운이 가져다준 행복한 기분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원 없이 세계여행이나 떠나 볼까, 아니면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이나 한번 시작해볼까, 아니지 아들과 딸에게 집이나 사주는 것이 더 좋겠지. 이런 생각으로 잠 못 들며, 황홀한 고민에 빠져있을 것만 같다. '행복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지속될까?

2002년 미국의 잭 휘태커는 역사상 최고액의 파워볼 복권에 당첨된 적이 있다. 당첨 금액은 무려 한화로 3천억 원이 넘었으며 세금을 제외하고도 1천억 원이 넘는 거액을 손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부유한 건설업자였던 휘태커는 당첨금의 10%를 교회에 기부할 정도로 자선사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하였지만, 휘태커에게 찾아온 행복은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흥청망청 돈을 썼으며 몇몇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연루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복권에 당첨된 지 채 1년도 안 된 시점에 두 번이나 음주운전으로 체포됐으며 결국 재활시설에 수용되기까지 했다. 도대체 행복한 순간은 얼마나 지속되는 걸까?

이런 질문에 길버트 교수(하버드대)는 명쾌한 해답을 해주고 있다. 행복의 유효기간이 3개월이라는 것이다. 3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행복감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것을 흔히 ‘행복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고 부른다. 유형의 재화(財貨)가 주는 행복의 유효기간은 분명이 있어 보이긴 하다.

대개 남자들은 그들의 로망인 자동차를 새로 구입했을 때, 처음 몇 달간은 차를 닦고 정성들여 관리를 한다. 그러나 그 행복감도 몇 달 정도 지나면 서서히 식기 시작한다. 이걸 막기 위해 좀 더 럭셔리한 차를 새로 구입한다고 한들, 일시적으로 행복지수가 오를 뿐 곧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뭔들 시간이 지나면 식상해지고 그냥 또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걸 ‘한계효용의 법칙’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혼부부의 행복유효기간도 3개월일까? 3개월이 아니라, 이론적으론 평생토록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무조건 3개월로 치부하는 건 너무 야박해 보이기는 하다. 신혼부부의 행복유효기간을 늘리는데 무엇이 방해를 하는 걸까? 이것을 알려면, 인간의 감정 시스템을 먼저 알아야한다. 인간의 감정시스템은 ①새로움(결혼) → ②감정반응(야호!) → ③적응(무덤덤)의 사이클로 무한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행복을 안겨주는 ‘한방’의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쾌락적응’(Hedonic Adaptation)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 후로는 애써 더 좋은 것만 찾게 되는 ‘천국의 오류’(Paradise Fallacy)에 빠져들든지, 아니면 무덤덤에 지쳐 부정적인 것만 보는 ‘비참함의 오류’(Pathetic Fallacy)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지도 모른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행복의 쳇바퀴’와는 다른 관점에서 행복의 유효기간 늘리기는 흥미롭다. 월급쟁이가 월급명세서를 펼쳤을 때 월급이 5% 인상되었다면 야릇한 행복감에 빠진다. 그러나 친한 동료들의 월급이 6% 인상된 것을 나중에 알고 나면 행복감이 급속히 사라진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120만 원 받고 내가 100만 원 받는 경우보다, 내가 80만 원 받고 다른 사람이 60만 원 받는 결과에 더 행복해한다는 것이다.

프리마돈나 마리아 칼라스는 자신이 속해 있던 오페라 극장에서 최고 보수를 받는 다른 가수보다 1달러를 더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다. 소프라노에 대한 ‘미학(美學)적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은 전대미문의 명가수였던 칼라스도 1달러로 행복의 유효기간을 늘리고 싶어 했던 걸까?

행복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 가치임을 분명하게 입증하는 사례이다. 사람들은 동료보다 낫다고 느낄 때 행복해하고, 그들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불행해한다. 자신의 절대적 성공만으론 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실패하거나 뒤처져야만 한다. 어떤 속담에 “곱사등이가 행복할 때는 다른 사람의 등에서 더 큰 혹을 보았을 때”라고 했다. 그렇다면, 누구나 마음 저 밑바닥엔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잘 나가던 친구가 갑자기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나, 인기를 독차지하던 동료가 망신을 당했을 때, 겉으론 ‘저런!’, ‘어머, 어떡하니!’ 하고 걱정스런 표정을 짓지만 돌아서서는 입 꼬리가 쓱 올라가는 못된(?) 심사는,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B는 평소에 싫어하던 A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면 대부분의 여자는 남자를 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는 성폭행범을 비난하기보다는 B를 비난한다. “얼굴만 믿고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더니, 그런 일을 당하는 거야"라고 하면서 말이다. 평소의 부정적인 감정에 ‘쌤통 심리’가 더해지면서 B는 A가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결론지어 버린다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인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타인의 고통이나 불행을 즐기는 심리를 말한다. 우리말에도 같은 뜻의 ‘잘코사니’란 말이 사전에 등재되어있다.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 징어(Singer) 교수와 일본 교토대학 타카하시(Takahashi) 교수가 밝힌 연구에 의하면 이 ‘샤덴프로이데’는 사회적 관계에 의해서 만들어진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 작용하는 본능적인 기제 반응임을 밝혀냈다. ‘샤덴프로이데’가 본능적인 감정임에도, 사람들은 이것을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주하는 상대방의 고통이나 불행에 동조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 ‘사회적으로 강요된 행동’이란 것이다. 겉마음과 속마음이 달리 나타나는 ‘샤덴프로이데’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징어와 타카하시는 그 답을 ‘자기-가치 확인’(self-affirmation)에서 찾았다. 예로 과학, 사업, 예술, 사회, 정치, 종교 영역 등에 자신만의 뚜렷하고 고유한 식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서 자기-가치 확인이 이뤄진 참가자에서 ‘샤덴프로이데’가 현격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먼저 ‘샤덴프로이데’를 느낄 때 자신을 덜 존중하고 덜 사랑하기에 타인에게서 위협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평소 자신의 가치를 외부와 비교하기가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자존감을 유지해야한다. 자신이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건만 타인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자신은 볼품없는 존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여기서 오는 상실감은 곧 불행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의 행복 유효기간을 늘리는 방법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데서 출발해야함을 일깨워준다. 그랬더라면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로 인해 시기, 원망, 좌절, 분노로 점철된 ‘살리에리’의 삶이 더 오래 행복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