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설산(雪山), 히말라야! ①
웅장한 설산(雪山), 히말라야! ①
  • 이철락 기자 science79@edunavi.kr
  • 승인 2019.11.0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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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古都)의 카트만두
- 인천-카트만두(터멜)-포카라 가는 길
푼힐전망대에서 고레빠니 산장으로 내려오면서 바라본 히말라야산맥의 설산(雪山)은 장엄한 모습이다. 이철락 기자
푼힐전망대에서 고레빠니 산장으로 내려오면서 바라본 히말라야산맥의 설산(雪山)은 장엄한 모습이다. 이철락 기자

 

네팔은 세계 최고의 봉들을 가진 히말라야산맥에 세워진 나라다. 8,000m 이상급 14봉(peak) 중에서 8봉이 이 나라에 있으며, 구름 위 신들의 땅들은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웅장한 꿈의 설산을 보기 위해 전문 산악인들이나 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마침 네팔에는 우창호(64. 전 호산고 교장) 선생이 한네기술전문학교(KNIT)에서 KOICA 해외 봉사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이분의 현지 도움을 받기로 하고 9일간의 네팔 여행(Trekking)을 계획하였다.

초가을 옷으로 출발하지만, 구급약과 해발 3,000m 이상의 산장(Lodge) 숙박을 대비한 침낭 및 가벼운 패딩도 준비하였다. 카트만두를 향하는 직항을 대한항공이 개설해 놓은 상태에서 출국 한 달 전에 비행기 표를 예약할 수 있었다.

10월 21일, 퇴직 교장 5명이 일행이 되어 인천공항을 출발하였다. 고도 10km, 시속 830km 이상으로 비행한 끝에 7시간 40분 만에 네팔 수도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KTM)에 도착, 9일간의 체류 비자를 발급받았다. 출국 전 네팔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입국 및 비자 신청 후 영수증을 출력해서 입국심사 때 제출했더니 발급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국제공항에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네팔의 지형도가 걸려있다. 이철락 기자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국제공항에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네팔의 지형도가 걸려있다. 이철락 기자

 

수도 카트만두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네팔 분지 중앙의 해발 1,281m에 있어서, 분지의 특성상 대기오염이 심각한 세계 도시 중 하나이다. 오랜 왕국 역사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 서로 미로처럼 얽혀 있으며, 유동 인구까지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 도시다. 약국에서는 마스크 한 장에 10루피(Rs, 약 100원)에 판다.

공항에서 우창호 선생을 만나, 터멜 지역의 숙소로 가기 위해 예약된 봉고를 기다리면서 히말라야산맥의 설산과 청정 하늘이라는 아름다웠던 상상을 잠시 내려놓게 되었다. 도로의 매연, 먼지와 무질서함이 첫인상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가끔 교통경찰의 수신호가 있기는 하지만 신호등도 없이 매연과 흙먼지 속 차선이 덮인 좁은 도로를 30분가량 달려 터멜(Thamal)의 숙소(Hotel Moonlight)에 도착했다.

히말라야 입산 전 네팔 정부로부터 입산허가서와 함께 발급받아야 하는 등록카드. 뒷면에 등반자의 사진과 상세 내용을 기록하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이철락 기자
히말라야 입산 전 네팔 정부로부터 입산허가서와 함께 발급받아야 하는 등록카드. 뒷면에 등반자의 사진과 상세 내용을 기록하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이철락 기자

 

히말라야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네팔 정부로부터 TIMS와 입산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호텔에서 그룹 등반자의 등록 카드인 청색 ‘NEPAL TIMS(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와 자연보호를 위한 ‘허가서(Entry Permit)’ 서식을 받았다. 우 선생이 미리 TIMS의 뒷면과 허가서에 각 도보 여행자의 상세 내용(여권번호 및 트레킹 정보 등)을 기재하고 각 장에 사진까지 미리 붙여 놓았다. 다음날 3명의 운반인(porter)들이 사무소(TIMS CHECK-POST)에서 이들 서식에 날짜가 찍힌 도장을 받으면 입산을 정식 허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립공원이나 보존지역을 방문할 때 이를 제시해야 한다.

저녁에 터멜(Thamel) 거리를 걸었다. 때맞춰 10월 29일부터 3일간 지속하는 국가지정 티하르(빛, Tihar) 축제를 준비하는 터멜 거리는 세계 곳곳에서 히말라야를 찾기 위해 모여드는 여행자들과 상인들로 북적여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릴만했다.

상가마다 부와 번영의 여신 락시미(Lakshmi)를 맞이하는 촛불을 켜 놓았다. 이철락 기자
상가마다 부와 번영의 여신 락시미(Lakshmi)를 맞이하는 촛불을 켜 놓았다. 이철락 기자

 

티하르 축제는 빛의 축제로써 디왈리(Diwali)라는 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추수 감사제이다. 사람들은 상가나 집 앞에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초에 불을 붙이고 여신 락시미(Lakshmi)를 맞아들여 부와 번영을 기원한다. 미로같이 얽혀 있는 거리 사이의 수많은 골목은 오색찬란한 각종 불빛을 반짝였다. 불빛을 제외하면 마치 60~70년대 우리나라 재래시장의 분위기이다.

터멜(Thamel)은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자들과 상인들로 북적여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린다. 마침 티하르(빛)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서 화려한 모습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큰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무질서하게 달리지만, 경찰관들이 곳곳에서 치안을 유지하여 안전한 느낌을 받았다. 이철락 기자
터멜(Thamel)은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자들과 상인들로 북적여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린다. 마침 티하르(빛)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서 화려한 모습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큰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무질서하게 달리지만, 경찰관들이 곳곳에서 치안을 유지하여 안전한 느낌을 받았다. 이철락 기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노래, 춤, 불빛이 어우러진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돼지 불고기를 안주로 Tuborg라는 현지 맥주를 마시며 화려한 티하르(불빛) 축제 속에서 카트만두에서의 첫 밤을 즐겼다.

이튿날 맑은 아침, 호텔 뒤뜰엔 룽거라는 오색 깃발이 걸려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티베트 불교의 경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을 타고 온 세상에 잘 퍼져나가라는 뜻에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매달아 놓는단다.

시내 곳곳에 걸려있는 룽거라고 하는 오색 깃발에는 티베트 불교의 경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철락 기자
시내 곳곳에 걸려있는 룽거라고 하는 오색 깃발에는 티베트 불교의 경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철락 기자

 

오전 7시 40분,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호텔 조식을 마친 일행은 봉고로 6시간 이상 걸리는 포카라를 향해 출발했다.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남봉(7,219m)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중간 기점으로 들르는 곳이다. 호수가 많아 물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여행 숙박지 중 가장 고급이었던 첫날 호텔의 뷔페식 조식은 먹을 만했다. 이철락 기자
여행 숙박지 중 가장 고급이었던 첫날 호텔의 뷔페식 조식은 먹을 만했다. 이철락 기자

 

포카라를 향해 고도(古都) 카트만두 시가지를 한 시간 이상 빠져나가는 동안 도로변 상점과 집들이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줄지어 늘어서 있다. 흙먼지 날리는 도로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은 고삐 없는 소들을 피해 다니고 거리의 개들은 마치 자유를 만끽하는 것 같다. 이곳 사람들보다 개들이 더 살쪄 보인다.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엔 온갖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고삐 없는 소와 개들을 피해 다닌다. 이철락 기자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고삐 없는 소와 개들을 피해 다닌다. 이철락 기자

 

몇 시간쯤 지나, 포카라와 치트완 국립동물공원의 갈림길인 구글링에 조금 못 미쳐, '리버사이드 스프링스 호텔'에서 한 시간가량 휴식을 취했다. 이곳은 포카라로 가는 힘든 여정에 지어놓은 별천지였다. 시원하게 트인 강변 풍경을 감상하며 일행끼리 가벼운 잡담과 망고 스무디로 열악한 도로 환경에서 온 피로를 잠시 씻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도중에 리버사이드 스프링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곳은 열악한 도로 환경에 지어놓은 별천지였다. 이철락 기자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도중에 리버사이드 스프링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곳은 열악한 도로 환경에 지어놓은 별천지였다. 이철락 기자

 

히말라야의 설산들이 멀리서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출발 6시간 만인 오후 1시 반에 물의 도시 포카라에 도착했다. 좋지 않은 도로를 봉고를 타고 장시간 달려야 하는 고행(苦行)이었지만, 10월의 포카라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청한 날씨로 우리 일행을 맞았다. 늦은 점심으로 한국식 식당(낮술)에서 불고기 뚝배기를 먹었다.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는 히말라야 설산 아래 호수를 끼고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이철락 기자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는 히말라야 설산 아래 호수를 끼고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이철락 기자

 

카트만두에서와 같은 체인의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곧바로 근처 페와(Fewa)호수까지 걸어갔다.

호수 입구에 정박해 있는 작은 보트들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이철락 기자
호수 입구에 정박해 있는 작은 보트들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이철락 기자

 

페와(Fewa)호수에서 발로 젓는 보트를 타고 석양에 물들어 가는 히말라야 산군을 멀리서 감상하였다. 다음날이면 푼힐전망대(3,210m)에 올라 가까이 볼 수 있는 히말라야 설산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하였다. 이철락 기자
페와(Fewa)호수에서 발로 젓는 보트를 타고 석양에 물들어 가는 히말라야 산군을 멀리서 감상하였다. 다음날이면 푼힐전망대(3,210m)에 올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히말라야 설산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이철락 기자

 

발로 굴리는 보트를 타고 호수 위를 이리저리 떠다니면서 석양에 물들어 붉은빛을 띠는 다울라기리(8,167m), 안나푸르나 남봉(7,219m), 마차푸차레(6,997m)를 감상했다. 다음날이면 푼힐전망대(3,210m)에 올라 가까이 볼 수 있는 히말라야 설산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큰 호수가 안겨주는 평온함과 여유를 갖고 일행은 대중가요를 목청껏 부르며 호수 위에서 흥겨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페와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바라본 마차푸차레는 석양을 받아 구름인지 산인지 모르게 붉은빛이 은은하다. 이철락 기자
페와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바라본 마차푸차레는 석양을 받아 구름인지 산인지 모르게 붉은빛이 은은하다. 이철락 기자

 

호수에서 쳐다보는 마차푸차레는 하늘이 빚은 신비감 그 자체였다. 물고기(마차, fish) 꼬리(푸차레, tail)처럼 생긴 그는 어둠이 밀려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여행가들이 히말라야를 찾는 이유를 웅변하며 찬란한 빛을 발했다. 수확의 여신이란 뜻을 가진 안나푸르나(8,091m)와 달리 마차푸차레(6,997m)는 신성시되어 등반이 금지되어 있다.

중앙에 가장 높은 안나푸르나 남봉(7,219m)의 오른쪽 끝이 등반이 금지된 마차푸차레(6,997m)다. 포카라 숙박 이틀 후 고레빠니의 푼힐전망대에서 따다빠니로 가는 도중에 따발라(Thabala, 3,165m)의 산장에 들러 차 한 잔 하면서 내다 본 모습이다. 이철락 기자
중앙에 가장 높은 안나푸르나 남봉(7,219m)의 오른쪽 끝이 등반이 금지된 마차푸차레(6,997m)다. 포카라 숙박 이틀 후 고레빠니의 푼힐전망대에서 따다빠니로 가는 도중에 따발라(Thabala, 3,165m)의 산장에 들러 차 한 잔 하면서 내다 본 모습이다. 이철락 기자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는 관광지답게 시가지 정비가 잘 되어있고 비교적 깨끗했다. 돌아오는 길에 상점 구경도 하고, 저녁은 중국집에서 생선튀김과 야채요리, 볶음밥, 만두 등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