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11일은 제 24회 ‘농업인의 날’이다. 우리 농업의 소중함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앙양하기 위하여 1996년도에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올해는 돼지열병 때문에 농정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획하고 준비해온 다양한 행사와 축제들이 취소되거나 간소화되어 유감이다.
농업과 농작물의 터전이 흙(土)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흙토(土)자가 겹치는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할 것을 원홍기 선생(농촌운동가, 1926~2007)이 제안하였다. 일자가 넷씩이나 겹치는 이날을 중국에서는 ‘광곤절(光棍節)’이라 부르며 솔로들이 마음대로 쇼핑을 하며 자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빼빼로데이’라고 하여 젊은 남녀들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를 바라며 빼빼로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고래로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권농의식은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어 왔으며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봉건적 굴레에서도 우리 농민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긍지와 사명감으로 살아왔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국가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중공업과 수출 지향 산업 정책으로 농업과 농촌이 도외시되는 가운데에서도 농업인들은 신품종 육성과 개발로 식량의 자급자족을 이룩하는 등, 녹색혁명의 쾌거를 이룩하였다. 나아가서 축산 장려와 현지가공 사업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맛과 품질이 우수한 농식품을 제공하는데 노력을 경주하였다.
한편 90년대에 들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탄생과 다자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로 인하여 제외국의 값싼 농산물이 수입되는 등, 전반적으로 농업 환경과 여건이 큰 변화를 겪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식습관의 변화에 따라서 주곡인 쌀 소비량이 대폭 감소하게 되었다. 국민 인구의 반 이상에 달하던 농업 인구는 산업화와 도시화에 밀려서 점차적으로 감소하여 현재는 100 명 중 대여섯 명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고령화되어서 농업 인력 유지가 힘든 실정이다.
농업은 단순한 농작물을 재배와 생산의 역할 뿐만 아니라 식량의 자급자족을 통한 안보, 생태 환경의 보전과 수자원 확보, 지역 사회와 전통 문화의 유지 발전 등의 다양한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이 농작물 재배와 생산(1차 산업)과 가공 및 이용(2차 산업), 체험 및 관광 산업(3차 산업)이 연계된 6차 산업으로 활성화되면서, 농촌이 국민들의 체험 및 생태 학습과 관광, 휴식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귀농귀촌 현상과 농업 후계자들의 진출, 농식품 해외 수출 증가는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를 암시해 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 농업은 국가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책임지고 나아가는 첨단생명산업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서 국가 경제 성장과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한 농업인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우리 농업의 현실을 온 국민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농위국본(農爲國本)’, 농업은 국가의 근본 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