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선비정신이란 무엇인가
한국인의 선비정신이란 무엇인가
  • 장명희 기자
  • 승인 2019.10.3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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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비를 느긋하고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며 학식을 두루 갖춘 사람을 보통 선비라고 말한다.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살아가며 몰두하는 이 시대에 선비라는 말은 분명 걸맞지 않는 말일지도 모른다. 선비라는 말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학식(學識)은 있으나 벼슬을 하지 않은 사람, 또는 학덕(學德)을 갖춘 이를 예(禮)스럽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선비의 용어 자체는 우리말로 재주와 덕이 있는 사람 또는 지혜(知慧)롭고 현명(賢明)한 사람이다. 요즈음 권세와 이익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세계관을 저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강자에게만 따스한 가슴을 열어 보이는 반면, 약자에게는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다. 선비의 가르침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충고의 말이다.

선비로서의 자세는 첫째 항상 자신을 반성하고, 행위를 자제하며 인격을 도야하고, 지절을 숭상하여 고고한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둘째 깊고 넓은 학문을 닦아 자연의 이치와 인생의 도리를 터득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시비(是非)를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진리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인류의 문화에 대해 창조적 충동을 느껴 자기의 소임으로 삼고 포부와 경륜을 품고, 실제로 천하대사를 맡았을 때에 이를 능히 수행할 수 있는 경세제민의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격과 학문과 경륜을 함께 겸비한 사람이라야 비로소, 선비의 반열에 설 수가 있다. 이러한 성품과 학문은 선비로서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오늘날 선비와 선비정신을 주제로 삼아 인물과 세태를 거론하는 경향을 종종 접할 수도 있다. 이는 그만큼 현대사회가 여러 문제 상황과 병리현상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 현상은 선비정신을 통해 비판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선비의 앎과 삶은 도와 의를 바탕으로 한 청렴과 올곧은 신념을 지향적으로 삼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선비는 한결같이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겠다는 이념으로 나타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선비는 누구인가? 역사 속에 살았던 우리의 조상들이다. 화랑도와 풍류사상을 이은 멋쟁이이자 교양인이다. 사리를 버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살아간 사람들이다. 선비는 우리가 그럴 수만 있다면 닮고 싶은 인격이다. 오늘날을 사는 선비들이 성품과 학문을 두루 갖춘 것처럼, 사회에 대한 의무감을 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라, 그 정신은 오늘날 되살릴 수 있다. 의롭지 않는 명성과 부보다는 떳떳한 가난을 감수하고 명예를 소중히 하는 정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야 하는 일이라면 행위의 결과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다. 선비정신은 우리가 간직해야 할 조상의 소중한 유산이다. “끊임없이 수행하고, 청렴· 청빈· 절제· 검약의 정신으로 삶 자체를 이상화한 특별한 캐릭터, 조선선비”이며, “불같은 정신으로 시대를 호령했고, 깊이 있는 사색으로 시대를 떠받쳤던 선비들의 생애” 조선시대 선비들을 형용한 신문기사의 일부이다. 선비정신의 삶의 정신을 현대생활에 이어 받아 올바른 정신으로 계승한다면 국가의 기강이 바로 설 것이라고 믿어본다.

공자님의 제자가 스승에게 묻기를 어떻게 하면 선비라 할 수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스승께서 “선(善)을 권면(勸勉)하고 화평(和平)한 모습을 가져야 선비라 할 만하다. 즉 친구에게 선을 권면하고, 형제에게 화평한 모습을 갖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우리나라가 수많은 혼란과 외국의 침략을 받음에도 끝까지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선비정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유교의 근본목적을 실현해야 하는 선비들은 세상에 나가거나 후회 없이 물러나 살았으며, 물러나서는 강하게 저항하여 세상을 바로잡고자 노력했다. 또한 선비들은 일신의 영달보다는 인의도덕(仁義道德)의 현실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했다. 이것은 유교적 이상 국가를 만들기 위한 작은 시작이다. 이제는 한국의 정신문화로는 선비정신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줄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선비정신은 우리가 소중히 간직하여야 할 정신 유산이며, 이상 국가를 만들 수 있는 건강한 국가정신으로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